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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광현호, 그날 밤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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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 살인 발생한 광현호

지난달 20일 오전 5시(한국시각) 인도양에서 조업 중이던 참치잡이 원양어선 광현803호(138t)에서 베트남 선원 2명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했다는 신고가 부산 해경에 접수됐다.

이 배에는 선장 A씨(43)와 기관장 B씨(42), 항해사 이모(50)씨 등 한국인 선원 3명 외에 베트남 7명, 인도네시아 8명 등 외국인 선원 15명이 타고 있었다. 광현호는 지난해 2월 부산 감천항에서 출항해 인도양의 세이셸 군도 일대에서 조업 중이었다. 한번에 두 달가량 조업하고 세이셸 군도 빅토리아 항에서 물·음식 등을 조달하는 식이었다.

그러던 중 A씨는 지난달 19일 오후 “무더운 날씨에 일하느라 고생했다”며 선원을 격려하기 위한 회식자리를 마련했다. 선원들은 양주 5병을 나눠 마셨다. 술에 취한 C와 D가 A씨에게 “요~요~”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베트남어로 yo(요)는 건배를 뜻하지만 A씨는 반말을 한 것으로 착각했다. 이 문제로 말다툼이 일면서 C와 D는 선장의 뺨을 때렸다. A씨는 처음에는 참았다. 하지만 C와 D가 계속 “요,요“하자 화가 난 A씨는 조타실로 올라가면서 베트남 선원에게 집합 명령을 내렸다.

이에 C와 D가 다른 베트남 동료에게 “선장과 기관장을 죽이자”고 제의했다. 하지만 다른 베트남 선원들은 거부했다. 그리고는 C와 D가 들고 있던 칼 2자루를 빼앗아 바다에 던져 버렸다.

취기가 오르면서 화를 주체할 수 없었던 C와 D는 자신들끼리 범행에 나섰다. 이들은 또 다른 흉기 1자루를 가져와 조타실에 혼자 있던 A씨를 마구 찔러 살해했다. 8㎡ 남짓한 조타실에는 피가 낭자했다. 이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조타실과 연결된 아래쪽 침실에서 잠을 자던 B씨도 살해했다.

A씨의 몸에는 15군데, B씨의 몸에는 8군데 칼에 찔리거나 베인 상처가 났다. B씨가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에 큰 상처를 내기도 했다.

베트남 선원들은 유일하게 생존한 한국인 항해사 이씨도 살해하려 했다. C는 이씨에게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행동을 해보이며 갑판으로 나오라고 손짓했다. 이씨는 혼자 나와 있던 C와 갑판에서 육탄전을 벌였다. 몸싸움이 일어나자 곧이어 D도 가세했다. 하지만 이씨는 혼자서 베트남 선원 2명을 끝내 제압했다. 흉기도 빼앗았다.

이씨는 베트남 선원 2명을 침실에 몰아넣고 남은 선원들에게 감시하라고 했다. 이씨는 선장 역할을 하며 배를 몰고 해경수사팀이 급파된 빅토리아 항에 입항했다. 선장과 기관장이 숨진 지 4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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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한 혐의를 국내로 압송된 베트남인 선원

가해 선원들은 현재 국내에 압송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발생 초기 ‘선상 반란’으로 언론에 보도돼 큰 파장이 일었다. 망망대해에서 외국 선원이 많은 선박에서 선장·기관장 등 선박 책임자 두 명이 잔혹하게 살해된 때문이다.

또 사건 초기 베트남 선원에게 비인격적 대우가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돌았지만 이 부분은 크게 문제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도네시아와 또 다른 베트남 선원을 상대로 한 참고인 조사에서 조업 때 독려 차원의 욕설은 있었지만 폭행 등은 없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때문이다. 가해 선원 2명이 자국 선원들에게 범행을 제의했을 때 거부당한 것도 그 반증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경은 A씨가 평소 통제가 잘 안 되고 의사소통이 원만하지 않은 C와 D에게 “이럴 거면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한 질타가 범행동기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선원들은 우리나라 돈으로 100만원이 채 안 되는 월급을 받았다.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본국에서 큰 돈인 이 돈을 받지 못해 생길 경제적 타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란 해경 설명이다.
가해선원 중 C씨는 우리나라 입국 뒤에는 전과가 없지만 자국에 있을 당시 폭행 전과가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C·D는 지난달 초순 빅토리아 항에 입항한 선박에서 무단이탈한 적도 있다.

현재 C는 살인 혐의를 인정하고 있지만 D는 범행가담을 부인하고 있다. 해경은 이들이 형량을 줄이기 위해 서로 말을 맞췄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일 살인 혐의로 C·D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해경은 현재 범행동기를 조사 중이다.
 
▶ 관련기사
① 광현호 ‘선상 살인’ 범행 동기는 비인격적 대우?
② '광현호 피살' 선장·기관장 시신 부검 진행…해경 본격 조사 착수


부산해경 관계자는 “조업 과정에서 다른 선원들의 불평이나 불만은 없었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통상 용인될 수준을 넘어서는 비인격적 대우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C·D를 육탄전으로 제압한 항해사 이씨를 단순 신고자에서 적극적인 ‘검거자’로 보고 포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도양 선상 살인 일지(한국시각)
-6월 19일 오후 광현803호 선장 A(43)씨, 선원 고생했다며 회식 제안
A씨, 베트남 선원 C(32)와 D(32) 평소 행실 문제 지적
C와 D, A씨의 뺨을 수차례 때림
A씨, 베트남 선원 7명 전원 집합 명령
C와 D, 베트남 선원 5명에게 범행제안했으나 거절당하고 흉기 빼앗김
C와 D, 다른 흉기로 조타실에 혼자 있던 A씨 살해
C와 D, 침실에서 잠 자던 기관장 B(42)씨 흉기살해
인도네시아 선원이 발견하고 항해사 이모(50)씨에게 알림
-20일 오전 2시 이씨 혼자 C와 D 제압하고 선사인 광동해운에 사건 통보
-20일 오전 5시 광동해운이 부산해양경비안전서에 사건 신고
-22일 오후 7시15분 해경 수사팀 7명 세이셸 군도 현지 도착
-24일 오전 3시53분 광현803호 세이셸 군도 빅토리아항에 입항
-30일 오후 2시10분 피의자 C와 D, 인천공항 통해 부산해경 압송
-7월1일 오후 3시 C와 D 살인혐의로 구속영장 발부


부산=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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