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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몰린 내년이 분수령 … 신흥국 내수시장이 기회될 수도”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주장하는 수천 명의 군중이 2일(현지시간) 런던 파크레인에 모여 ‘우리는 EU를 사랑한다(We Love EU)’는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런던 AP=뉴시스]



영국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한 뒤 일주일이 흘렀다. 충격에 휩싸였던 세계 경제와 정치는 냉정을 찾아가고 있다. 이제 관심은 영국과 EU의 협상과 브렉시트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 및 신EU 시대의 지형도다.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EU 전문가인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와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이 1일 대담을 나눴다. 진행은 김창우 중앙SUNDAY 경제에디터가 맡았다.



영국-EU ‘이혼 협상’ 세계 경제 파장은

-영국이 EU 탈퇴라는 사상 초유의 선택을 했다.안병억(이하 안)=영국은 실리적 측면에서 1973년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했다. 이후 경제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정치 통합에 응하지 않았던 탓에 독일·프랑스 주도의 체제에서 비켜 서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존 위기와 영국 내 반대 세력이 커지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불장난을 한 것이다. 탈퇴파는 승리를 예상하지 않았고, 이제 어떻게 사태를 수습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커졌다. 현재 EU에는 복합적 위기가 몰려 있다. 난민 문제는 터키에 돈을 줘 일시적으로 붙잡아둔 것이다. 그리스 경제 위기도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을 뿐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브렉시트까지 터졌다. 난민 위기가 더 커지면 큰 위기로 확산하며 상호 증폭될 수 있다.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유승민(이하 유)=브렉시트를 예상하지 못한 탓에 금융시장이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 학습 효과로 위기가 발생하면 정책 대응이 이어졌다는 것을 시장은 예상하게 됐다. 게다가 캐머런 총리가 탈퇴 협상을 다음 정권으로 넘기겠다고 밝히며 시간을 벌었다. 이제 금융시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향후 정치적 파급 효과다.



-영국이 세계 경제위기의 진원지가 될 만큼 영향력이 있나.유=국내총생산(GDP) 규모(2조7000억 달러)로 영국은 독일에 이어 유럽 2위다. 세계적으로는 5위다. 경제의 절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세계 금융시장에서 영국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금융시장 빅2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이다. 뉴욕은 주식 관련 상품 거래 위주다. 영국은 채권과 기타 파생상품 중심이다. 금융 중심지의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이 위축되면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세계 무역도 위축될 수 있다.



안=영국은 세계화의 첨병에 섰고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반(反)세계화까지는 아니지만 브렉시트로 세계화의 일시적 후퇴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우려할 부분이다. 미국은 브렉시트로 EU 내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우려하고 있다. 런던의 더시티는 금융산업의 중심지다. 영국이 유로화를 채택하지 않았지만 유로화 청산거래의 80%가 런던에서 이뤄지고 있다. 브렉시트가 결정되자마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이것을 빼앗아오겠다고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영어와 영국법·파운드화의 영향력이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만 브렉시트로 인해 20~50% 정도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유=올 4월 기준 영국 소재 금융회사가 창출한 신용은 4조4000억 달러다. 영국 GDP의 1.5배 정도다. 단순 계산으로 20~30%의 충격을 받는다고 해도 어마어마하다.



-탈퇴 협상은 어떤 방향으로 갈까.안=원래 과정은 먼저 이혼(탈퇴)하고 이후에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안보협력을 맺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은 새 총리가 협상을 해야 한다며 이혼 소장 제출을 늦추려고 한다. 영국은 이혼과 협상을 연계해 시간을 끌려고 한다. 영국이 고민하는 모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노르웨이 모델은 쉽지 않다. 노르웨이는 유럽경제지역(EEA)에 속해 단일 시장에 접근할 수 있지만 이민을 줄일 수 없다.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의무는 지기 때문에 현재 분담금의 90%가량을 내야 한다. 노르웨이 모델이 영국 경제에 타격이 적고 EU에도 무난하지만 영국의 탈퇴파나 잔류파 모두 선택하기 어렵다. 스위스 모델은 분야별 양자 회담을 해야 해 너무 복잡하다. 현재 비준이 진행 중인 캐나다와 EU의 FTA 방식도 대안으로 논의된다. 비관세장벽을 많이 철폐하는 등 유리한 부분이 있지만 서비스가 제외된 것이 결정적 단점이다. 세계무역기구(WTO) 모델은 영국으로서는 최악의 선택이다. 관세도 높아진다. EU의 정권교체 일정과 브렉시트 협상 시기가 겹친 것도 영국에는 불리하다. 내년 4~5월에는 프랑스 대선, 9월에는 독일 총선이 치러진다. 브렉시트가 국내 정치의 쟁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독일과 프랑스는 영국에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 12월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2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은 현실적인 가능성이 작다.



-협상이 길어지면 경제적 타격이 클 텐데.유=협상이 시작돼 구체적 논의가 오가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의 10분의 1가량은 불가피하게 후퇴할 것이다. 시나리오별 차이는 있겠지만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경제성장률은 최소 0.3%포인트, 최대 0.7%포인트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각국의 금융정책 스텝도 꼬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두 번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지만 물 건너갔다. 내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어려운 곳은 일본이다. 일본은행(BOJ)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해 통화정책 여력이 크지 않은데 통화정책을 써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최악의 상황은 미국도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고 헬리콥터 머니를 뿌리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와 저성장, 저물가가 구조적으로 오래 지속하고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내년에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2기 지도부가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통화 정책과 내수 중심으로 성장했던 미국과 중국이 반대 급부로 재정을 늘리고 제조업 육성으로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은 제조업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재정립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 등을 중심으로 하는 첨단 제조업 육성에 나선 것이다. 브렉시트 협상이 본격화하면 각국은 돈을 뿌리고 무역 장벽을 쌓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조금 더 경기부양과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안=EU의 교역상대국 1, 2위는 미국과 중국이다. EU의 대미 무역은 흑자지만 대중 무역은 적자다. EU 경기 침체는 중국의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EU의 핵심 변수는 독일이다. 독일은 절대 확장적 재정정책을 하지 않을 것이다. 선거가 치러지는 내년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주요 3개국(G3) 중 하나가 어긋나는 것이다.



-평화와 자유무역을 앞세운 EU 체제에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할까.안=영국과 EU가 앞으로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가 관건이다. EU와의 관계가 더 느슨해지고 영국이 이민을 통제하면 단일시장 접근은 조금 어려워질 것이다. EU 내 자유무역은 타격을 받겠지만 중장기적으로 EU가 해체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세계 금융위기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됐지만 주요 20개국(G20)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유=분권화된 세계화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는 종말을 고하고 또 다른 형태의 세계화, 즉 협력을 강화하고 서로 존중하는 세계화가 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안=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항의 투표 성격이 강했다. 단순히 잔류나 탈퇴냐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 자리였다. 도화선은 너무 많은 이민자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정치인은 많은 거짓말로 탈퇴를 통과시켰다. 이제 세계화의 낙오자와 패배자·피해자를 어떻게 보듬을 것인가가 각국의 정책 대응 과제가 됐다. 세계화 흐름은 보호무역 조치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영국을 보면 반세계화지만 세계화의 일시적인 후퇴로 봐야 한다. 국가별로 양극화 개선을 위한 소득 재분배에 신경을 쓰면 반세계화의 역풍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책 당국이나 개인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점은.유=세계 정치 지도자가 풀어야 하는 문제인 만큼 한국이 어떻게 하기는 어렵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정책은 다르게 갈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자국 중심의 고립주의가 상당히 진행됐다. 선진국이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스마트한 형태의 경제 발전 모델을 그려줘야 한다. 신흥국은 자국의 내수와 소비, 서비스를 키우려 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신흥국의 내수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안=탈퇴 협상이 순조롭지 않으면 시장에 위험 요인은 될 수 있겠지만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 영국과 EU의 통상 및 정치 관련 협상은 요원한 과정이다. 영국이 EU와 탈퇴 협상을 하면 한국은 영국과 새로운 FTA 협상을 해야 한다. 문제는 영국이 그럴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영국은 73년 EEC 회원국이 된 뒤 한 번도 통상협상을 해본 적이 없다. 통상협상은 EU의 영역이었다. EU와 탈퇴 협상을 하며 동시에 다른 나라와 FTA를 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 입장에서는 영국의 탈퇴가 늦어져도 문제될 게 없다. 탈퇴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기존 협상의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유=경제 쪽에서는 세 가지를 우려하고 있다. 첫째, 협상 과정이 길어지며 예상하지 않았던 곳에서 새로운 불확실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경로를 예상할 수 없으니 불안한 것이다. 둘째, 협상 진행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어디서부터 얼마나 이탈할지가 관심사다. 협상과 별개로 얼마든지 진행될 수 있는 이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문제다. 중국의 약한 고리인 유로존의 문제가 중국으로 전이되면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각국이 선거를 치르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내년이 분수령이 될 것이다. 어떤 정치지도자가 등장해 어떤 정책을 쓸 것인지에 대한 정제된 정보를 얻게 되면 합리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내년이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정리=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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