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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까지 거리 측정 새 열쇠, 표준촛불 초신성의 절대밝기

그림 2 지구에서 멀리 있는 은하까지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거리 사다리.



우주에서 정확한 관측이 가장 어려운 것은 우주 초기 140억 년 전에 방사된 빛도 아니고, 수십 억 광년 떨어져 있는 은하도 아니다. 허블 상수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근거리에 있는 은하의 속도과 거리를 측정하면 알 수 있지만 가장 신뢰하기 어려운 측정값이기도 하다. 사실 현대우주론은 허블이 우주팽창 계수를 처음 관측하면서 시작됐다. 현대우주론 역사에서 최초의 관측이었지만, 이 허블상수는 아직 단 한 번도 정확하게 측정된 일이 없다.



[송용선의 인터스텔라] 허블상수의 측정

 

허블상수를 관측한 학자들. 왼쪽부터 엘런 샌디지, 웬디 프리드만, 애덤 리스.



정확하게 측정된 적 없는 허블 상수이 우주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모두가 내게서 멀어져 간다. 사실 은하가 지구에서 멀어진다고 하는 것보다는, 공간 좌표상에 은하는 정지하고 있지만 공간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다. 그러다보니 멀리있는 은하가 더 빨리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허블상수가 100이라면, 지구에서 대략 300만 광년 떨어진 은하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초속 100㎞의 속도로 지구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허블상수 관측은 미국의 카네기 천문대 소속 연구자들이 주도했다. 그런데 같은 천문대에 있는 연구자들조차 서로 다른 허블상수를 내놓았다. 복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연구를 하던 엘런 샌디지와 웬디 프리드만은 샌디지가 타계한 2010년까지 단 한 차례도 서로 일치하는 관측값을 내놓지 못했다. 샌디지의 관측값은 50 근방에서 출발해서 60대 후반까지 접근했고, 프리드만의 관측값은 100 근방에서 출발해서 70대 초반까지는 접근했다. 하지만 두 천문학자의 관측값은 단 한 번도 70이라는 경계선을 넘어서지 못했다. 사람들은 “복도 건너편에 있는 프리드만의 연구실이 더 빨리 멀어지고 있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5년 샌디지의 허블상수를 지지하는 관측 결과가 발표된다. 우주 초기 배경복사에너지를 관측해서 그 비등방 자료를 분석하게 되면 허블상수에 대한 간접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값을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우주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암흑에너지에 대한 가정이 필요하다. 유럽의 관측위성 플랑크 연구팀은 이 암흑에너지가 진공에너지라고 가정한다면, 허블상수가 67이 된다고 발표한다. 평생 관측한 허블상수가 70을 밑돌았던 샌디지와 그의 동료들이 즐거워할 만한 소식이었다. 샌디지를 따르던 동료였다면 2010년 타계한 그의 묘비에 이 숫자를 헌정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9일 허블망원경으로 이 허블상수를 관측하던 애덤 리스와 그의 연구팀은 흥미있는 다른 결과를 발표한다. 리스의 허블상수는 73이다. 70이라는 숫자를 기준으로 60대가 아닌, 이제 반대편에 있는 값이 관측된 것이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지구로부터 300만 광년 떨어진 은하가 기존에 알려져 있었던 초속 67㎞보다 더 빠른 초속 73㎞로 멀어진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단 6초에 주파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속도다.



이 허블상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단 두가지 정보만 있으면 된다. 하나는 은하의 속도고, 다음은 그 은하까지의 거리다. 문제는 칠레에 20m급 망원경을 건설하며 우주초기에 나온 빛도 관측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바로 이웃에 있는 은하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게 못하는 것이다. 은하의 속도는 경찰이 사용하는 스피드건의 원리를 이용하면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지구에서 은하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어렵다.



 애덤 리스, 지난달 새로운 허블상수 발표우주에서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은 연주시차(年周視差, annual parallax)를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표준촛불(Standard Candle)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연주시차는 우리 은하를 벗어나면 사실상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표준촛불이 필요하다. 얼마나 밝은 지 알고 있는 별이 있다면, 그 빛이 지구에서 얼마만큼 희미해 보이는지만 알아도 그 별까지의 거리를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두 표준촛불이 있다. 하나는 세페이드 변광성(Cepheid variable)이고 다른 하나는 한 은하에서 1000년에 한 번씩 터진다는 표준촛불 초신성(SN Ia)이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우리 은하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우리 은하에 있는 별들은 연주시차를 이용해서 쉽게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에서 6월에 보이는 별의 위치와 12월에 보이는 별의 위치가 다른 것을 직접 관측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6월의 지구와 12월의 지구, 그리고 세페이드 변광성이 거대한 삼각형을 그리게 되고, 세페이드 변광성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이 거리를 알면 별의 실제 밝기를 알 수 있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느리게 변할수록 더 밝아지기 때문에, 우리 은하에서 관측한 주기와 밝기 사이의 관계를 알게 되면, 다음부터는 별의 밝기가 변하는 주기만 측정해도 그 변광성의 실제 밝기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허블상수를 측정하려면 조금 멀리 있는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해야 하는데, 이렇게 멀리있는 은하에서는 세페이드 변광성이 잘 관측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또 다른 표준촛불인 초신성을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초신성이 같은 밝기에서 폭발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그 밝기가 정확히 얼마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절대밝기만 알게 되면 이 초신성을 이용해서 은하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그림 1 세페이드 변광성(붉은원)과 표준촛불 초신성(파란 X)이 함께 관측되는 은하.



애덤 리스는 마치에 함께 기록돼 있는 그리스어를 이용해서 이집트의 상형문자를 해독한 것처럼, 세페이드 변광성과 표준촛불 초신성이 함께 관측된 은하를 이용해서 표준촛불 초신성의 절대밝기를 계산해냈다. 그림 1에는 붉은 원으로 표시된 세페이드 변광성과 파란색 X로 표시된 표준촛불 초신성이 함께 관측된 은하가 있다. 이 은하에 있는 세페이드 변광성은 그리스어처럼 해석이 가능해서 은하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거리를 이용하면 이집트의 상형문자처럼 알 수 없었던 표준촛불 초신성의 절대밝기를 알 수 있다.



한 번 밝기를 알게 되면 이 표준촛불 초신성은 세페이드 변광성이 관측되지 않는 은하까지의 거리 측정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리스는 이 로제타 은하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서 300여 개의 초신성이 폭발한 은하까지의 거리를 계산했다. 그림 2에 보이는 것처럼 연주시차라는 첫 걸음에서 출발해서 로제타 은하를 거쳐 멀리있는 은하까지 긴 사다리를 올라간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이 관측이 정말 사실이라면 한 가지 흥미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20세기에는 미시세계에 대한 도전이 시작돼 일상에서 상상하지도 못한 새로운 현상들을 접하게 됐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의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던 입자표준모형이 완성된다. 이 이론은 이미 알려져 있었던 물질과,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존재할 것이라고 예측한 물질들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입자표준모형이 있을 것으로 예측한 모든 종류의 쿼크가 다 발견됐고, 이론에서나 가능하지 실제로 있을 것 같지 않았던 ‘신의 입자’ 힉스(Higgs boson)까지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지상에서 계속된 성공에 고무돼 우리는 이 표준 모형으로 우주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진공에너지일까, 아니면 팬텀에너지일까반면에 우주에서는 이 입자표준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물질이 전체의 5%에 불과하다. 입자표준모형을 비웃듯이 그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며, 이론적으로도 예측하지 못했으며, 실험적으로도 검출되지 않은 암흑물질이 25%에 이른다. 그리고 나머지 70%는 소위 반중력현상을 일으킨다는 미지의 암흑에너지로 가득차 있다는 사실이 천문학적 관측에 의해서 발견됐다. 물리학자들은 기존의 입자표준모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새로운 관측을 설명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쿼크나 힉스처럼 처음부터 예측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이론에 새로운 가정을 도입해 암흑물질을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다소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우주에서 발견된 낮은 에너지 준위의 진공에너지도 입자표준모형을 포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암흑에너지가 진공에너지라면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인간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로제타 스톤



그런데 애덤 리스가 관측한 허블상수가 정말 73이라면, 우주배경복사 실험에서 우주가 진공에너지라고 가정하고 계산한 허블상수 67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확률적으로는 진공에너지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99%가 된다. 우주배경복사 실험의 결과와 리스의 허블상수를 맞추기 위해서는 진공에너지가 아닌 팬텀 에너지라고 불리우는 유령입자가 필요하게 된다. 이 입자는 기존의 표준모형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난 물질로, 에너지의 경사면에 올려 놓으면 낮은 곳에서 안정화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입자들이 불안정해지는 정상에서 안정화된다. 먼 미래에 팬텀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모든 다른 입자들을 해체해 버리게 된다. 140억 년 간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우주가 공중분해돼 버리는 것이다.



이 새로운 허블상수를 책상 위에 올려 놓으면서, 혹시 새로운 과학이 시작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애덤 리스의 관측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허블상수에 관련된 부침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송용선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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