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乞骸骨 -걸해골-

거지를 중국에선 ‘치가이(乞?)’라 부른다. 걸(乞)이나 개(?) 모두 ‘빌다’는 뜻을 갖는다. ‘걸해골(乞骸骨)’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해골을 구걸한다’는 의미가 된다. 나이가 많은 재상이 벼슬을 그만두고 조정에서 물러나 쉬고 싶을 때 임금께 청원을 드리는 말이다. 심신(心身)은 이미 주군과 백성을 위해 바친 것이기에 이제 남은 것이라곤 뼈(骸骨)밖에 없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원말은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에 나오는 ‘원사해골(願賜骸骨, 뼈를 돌려주기 원한다)’이라고 한다. 항우와 천하의 패권을 놓고 맞붙은 유방(劉邦)이 열세에 처했다. 휴전 밖에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고 강화를 제안했다. 이때 항우의 아부(亞父,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 범증(范增)이 반대했다. 유방의 약세를 알아챘기 때문이다. 그러자 항우를 섬기다 유방 쪽으로 넘어 온 진평(陳平)이 꾀를 냈다. 항우의 초(楚)나라 진중에 첩자를 풀어 ‘범증이 유방과 내통하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성급한 항우를 자극하기 위한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발끈한 항우는 화의를 논의할 사신을 유방에 보냈다. 이때 진평은 항우의 사신에게 진수성찬을 내오며 “아부는 안녕하십니까”라며 짐짓 범증의 안부를 물었다. 화가 난 사신이 “나는 아부의 사신이 아니라 초패왕(楚覇王, 항우)의 사신”이라 말하자 진평은 잘 차린 음식을 소찬(素饌)으로 바꿔버렸다. 돌아온 사신이 이런 일을 보고하자 항우는 범증이 유방과 내통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하곤 범증의 모든 권한을 박탈했다. 이에 분개한 범증은 “천하의 대세는 대체로 결정된 것 같으니 전하 스스로 처리하소서. 신은 이제 해골을 빌어 고향인 졸오(卒伍)에 묻힐까 하나이다(天下事大定矣 君王自爲之 願賜骸骨歸卒伍)” 하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떠난다. 결국 유능한 참모를 잃은 항우는 유방에게 패해 자결한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여기서 나온 범증의 ‘해골을 돌려달라’는 말이 훗날 신하가 임금에게 벼슬 사퇴를 청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대통령에게 부담을 안기는 장관, 당과 당 대표의 이미지를 먹칠하는 국회의원에 관한 소식이 봇물을 이룬다. 이들에게 고려와 조선시대 재상들이 많이 사용했다는 ‘걸해골’ 세 글자를 권하고 싶다.



 



유상철논설위원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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