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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 - 건축] 좋은 과정은 좋은 건축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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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식
건축가·건축사무소 기오헌

지난달 20일 서울시는 노들(꿈)섬 공간·시설 조성 국제현상설계공모의 당선작으로 스튜디오 MMK(대표 맹필수)의 ‘땅을 재구성한 노들마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1차 운영 구상부터 2차 운영 계획, 3차 공간·시설 조성까지의 전 과정을 시민 공모로 결정하는 내용의 ‘노들꿈섬 조성계획’의 3단계 공모가 모두 마무리됐다.

노들꿈섬의 성사 과정을 치하하며


노들섬은 40여 년간 방치됐고, 도시 인프라는 거의 전무하다. 그러나 이곳에서 우리는 황홀하게 아름다운 석양과 원초적 자연을 만날 수 있다. 도시의 일상과는 극명하게 다른 초현실적이기까지 한 이곳에 이 시대 문화를 표상할 기념비적 오페라하우스를 짓고자 했고 오랜 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도 들였다.

그러나 땅에도 운명이 있는 것인지, 노들섬은 끝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시는 무엇을 짓겠다는 전제를 지운 다음 “이러한 자연적·도시적 조건을 가진 땅, 노들섬이 무엇을 원하는가”로 질문을 바꾸었다. 오랜 궁리 끝에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행해 오던 개발의 순서를 과감하게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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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재구성한 노들마을’이 설계한 것은 지속적으로 변환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 조직의 과정 자체다. [사진 스튜디오 MMK]

여기에 우선 집을 짓고 그 다음 내용을 채워 나가는 게 아니라 기획과 운영 방식을 먼저 결정한 다음 그에 따라 필요한 시설의 성격과 규모를 산정해 건축한다는 것, 그리고 이 전 과정을 시민 공모에 의해 결정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사회는 결론이 담는 가치를 판단하기보다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가치를 판단한다”는 전향적 가치관을 가지고 총괄 계획가 서현의 주관으로 진행해 왔다.

1, 2차에 걸친 운영 구상 및 운영 계획 공모에서 운영팀으로 선정된 어번 트랜스포머(대표 김정빈)는 ‘밴드오브노들’(음악을 중심으로 한 예술창작기지)이 들어서기에 적합한 예술창작 환경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제시했다.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바꾸는 것을 본질로 하는 이 시대의 예술을 위해 이곳 공간들의 성격과 규모를 미리 규정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것은 점용(占用)하는 이들에 의해 스스로 정의되고 조작되기를 바랐다. 스튜디오 MMK는 특별한 공간 전략으로 이에 부응했다.

그들이 설계한 것은 건물이라기보다 어떤 질서체계다. 자족적인 단위 공간들이 마치 생명체의 세포와도 같이 생생불식(生生不息)하며, 스스로 조직해 가면서 지속적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 조직의 과정이다. 이른바 마스터플랜에 따라 미리 설정한 목적의 완성을 위해 일로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바꾸고 해체하고 변환하고 탈바꿈하는 무한한 과정 속에 작동할 시스템을 심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이 집은 공간이 행위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가 공간에 우선하는 건축이다. 이러한 좋은 결과에 이르게 한 것은 합리적 과정에 있었고, 이는 미래 건축의 주요한 흐름이 될 것임을 심사위원 모두(위원장 최문규) 공감했다.

2년 뒤 이곳 노들섬에서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참여해 예술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 성공의 열쇠 역시 현장에 있을 터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처럼 제안된 시스템 자체로부터 또다시 자유로워져야 하는 것이다. 영원한 미완성을 위해서.

민 현 식
건축가·건축사무소 기오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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