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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씨네통] ‘수담’, 바둑으로 소통하는 여고생

손으로 나누는 대화, '수담'

  

 

씨네통, '수담'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4분 57초
제작연도 2015
만든사람 김은경(계원예고 연극영화과 3)
제작의도 누군가와 마음을 터놓고 나눈 진심 어린 대화, 함께한 시간과 추억들. 이것이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진실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관계에 대한 정답을 찾고자 한다. 정답이 없는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매순간 함께하는 이와 그 시간을 통해 성장하고 경험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그런 물음과 믿음에서 이 영화는 시작됐다.
줄거리 어느 날 윤지의 바둑부에 소영이 들어온다. 활발하고 말 많은 윤지가 소극적이고 말 없는 아이 소영에게 바둑을 배우며 그들은 점점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수상정보 2016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이틴즈 부문 특별언급
'장그래, 최택, 이세돌' 지난 해부터 바둑이 꾸준한 화제이지요. 장그래(웹툰, 드라마 '미생')는 바둑으로 키운 통찰력을 회사 생활의 밑거름으로 삼습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택이(드라마 '응답하라 1988')는 바둑을 둘 때만큼은 냉철한 프로가 되어 시청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요. 이세돌 9단은 지난 5월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죠. 장그래가 첫 수를 두고 최택 사범이 집을 키운 뒤, 이세돌 9단이 불계승을 완성한 셈인데요.

 

이처럼 바둑이 다양한 매개체로 변주되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혹시 이들을 보며 바둑은 남자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셨나요? 여기 바둑을 통해 '소통'하는 두 명의 여고생이 있습니다.
 

영화 '수담'의 주인공 ‘윤지’는 학교의 바둑부에서 동아리 활동을 합니다. 어느 날 전학생 ‘소영’이 바둑부에 신입 회원으로 들어오게 되는데요. 선생님은 윤지가 소영이에게 바둑을 가르쳐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렇게 바둑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던 중, 윤지는 소영이 사실 바둑 고수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소영은 자신의 재능을 철저히 숨기려고 하는데요. 대체 소영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계원예고 연극영화과 3학년 김은경 학생은 2학년 2학기 전공 수업의 워크샵 프로젝트로 영화 '수담'을 연출했습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넓고 밝은 인간관계를 선호하는데 그게 옳은 걸까?'하는 문제의식이 영화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합니다.
 

주인공 윤지와 소영은 상반된 성격을 지녔습니다. 거침없이 '들이대는' 윤지와 달리 소영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죠. 14분의 러닝타임 중 3분의 1이 지나갈 때까지 소영은 말 한마디 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두 사람의 극명한 성격 차이는 마치 바둑의 흑돌과 백돌을 연상시킵니다. 놀라운 것은 이토록 다른 윤지와 소영의 대국 장면이 조화로운 앙상블처럼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영화와 만화 속 대국이 불꽃 튀는 대결 구도였던 것과 달리 두 사람은 바둑을 두며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합니다.

두 주인공이 마주 앉아 바둑을 두는 장면은 심리적 거리의 점층적 변화를 보여준다.

소영과 윤지가 마주 앉아 바둑을 두는 장면은 '수담'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오프닝을 비롯해 몽타주로 자주 등장합니다. 자칫하면 경쟁의식만 가득해 보일 수 있는 구도이지만 작품에서는 가장 사랑스러운 순간으로 느껴집니다. 촬영 장소인 계원예고 한국음악연습실 특유의 분위기가 큰 역할을 했는데요.
 

"바둑이 돌로 하는 게임이다 보니 냉철한 느낌이 강해요. 그런데 나무로 된 바둑판 위에 돌이 올라가면 차가운 정서가 따뜻하게 변하더라고요. 평소 나무로 된 한국음악연습실의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언젠가 꼭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하고 싶었어요."
 

김은경 감독은 나무 마루에서 바둑 대결을 하는 활발한 윤지, 조용한 소영의 모습이 흑돌과 백돌 그리고 바둑판으로 이루어지는 바둑 그 자체처럼 느껴지길 바랐다고 합니다.

김은경 감독(계원예고 연극영화과 3)

김은경 감독(계원예고 연극영화과 3)

이처럼 '수담'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영상미입니다. 1학년 때부터 사진을 취미로 하며 카메라와 가까워진 김 감독은 자신의 작품은 물론 친구들의 연출작에서 촬영 감독을 담당할 정도로 뛰어난 촬영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영화 제작 과정 중에서는 촬영하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고 하는데요.
 

"'한 우물만 파라'는 얘기가 있고,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말이 있죠. 제 작품을 촬영할 때는 한 우물만 파는 느낌이라면, 친구들의 연출작에서 촬영을 담당하면 우물 안의 개구리에서 벗어나는 기분이 들어요. 다른 작품에 참여하면 제가 즐겨하지 않던 장르나 새로운 관점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게 되니까요. 무엇보다 제가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이미지가 실제로 만들어지고 구현되는 과정을 보며 '하나하나 만들어지고 있어!'라는 희열이 느껴지는 게 촬영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창밖의 자연광이 가득 들어오는 공간에서 윤지와 소영이 '수담'을 나누는 장면은 배경음악과 만나 아름다운 정서를 극대화시킵니다. 훌륭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메인 테마 음악은 Reman이라는 아티스트가 Jamendo(저작권 개방 음원 사이트)에 공개한 'Time'이라는 곡입니다. 평소에 좋은 음악을 찾기 위해 꾸준히 사이트에서 노래를 들어온 감독의 성실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소영에게 대회 출천을 양보하는 윤지로 인해 갈등은 절정으로 치닫지만 영화는 좋은 친구가 된 두 사람의 모습으로 결말을 맺습니다. 주목할 점은 두 사람의 관계는 변하였지만 본래 각자가 지닌 성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감독은 소극적인 인물이 적극적인 인물로 인해 활기차게 성격이 변하고 행복하게 끝났다는 '해피엔딩'이 싫었다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에서 밝은 아이는 정답이고, 조용한 아이는 틀렸다는 뉘앙스가 느껴졌거든요. 제가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둘은 그냥 친구가 되었다는 거예요. 윤지가 소영이로 인해 진중해졌다거나, 반대로 소영이가 활기차게 변한다거나 그러지 않아요. 바뀌지 않아도 우리는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인간관계’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는 직접적으로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습니다. 대사보다 영상과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수담’은 쉽게 이해되는 영화입니다. '바둑'이 매개체로서 중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도 마치 바둑 같다고 생각했어요. 풀어야 하는데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니까요. 바둑이든 인간관계든 사람들은 답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잖아요. 그런데 바둑에 필승법이 없듯이 인간관계에도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요. 상대를 이기기 위해 한 수, 한 수 신중하게 두는 바둑처럼, 인간관계도 매 순간 함께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소중히 하는 것이 답이지 않을까요?"
 

사진과 촬영에 관심이 많은 그에게 요즘은 무얼 가장 많이 보냐고 묻자 '쇼미더머니5'라는 의외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 같은 '힙알못'도 흥미롭게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잘 구성했다고 생각해요. 제 영화도 전혀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 분야에 관심을 둘 수 있게 만드는 힘을 지녔으면 좋겠어요. 나아가 싱겁지 않은 감독이 되고 싶어요. 지금까지 저에게 영화는 제가 지닌 궁금증과 의문을 풀기 위한 과정이었거든요. 평생 질문을 지닌, 세상에 익숙해지지 않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 '수담'을 만든 김은경 학생이 추천하는 '내 눈이 정화되는' 영화

기사 이미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2014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색감이 좋아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힐링이 되는 거 같아요. 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영화이기도 해요."
 

글·사진=김재영 인턴기자 t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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