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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브렉시트 바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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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사람들은 자해적 결정, 반(反)세계화, 국수주의라는 말로 이를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브렉시트 결정의 이유와 그 결과를 보다 근본적이고 균형 잡힌 관점에서 평가하지 않으면 편견에 사로잡히거나 잘못된 대응을 하기 쉽다.

유럽연합 문제만큼 오랫동안 영국 정치와 사회를 분열시킨 이슈를 찾기 어렵다. 샌님 같은 존 메이저 전 총리마저 유럽연합(마스트리흐트) 조약 인준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자신의 내각 장관 3명을 “망할 자식”이라고 비난할 정도였다. 경제 문제도 그렇다. 영국 중앙은행이 수십조원을 쏟아붓고도 파운드의 절하를 막지 못해 유럽 환율메커니즘으로부터 강제 탈퇴했던 1992년 9월 16일을 영국인들은 수치의 날로 기억하고 있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도 2000년 그의 유명한 연설에서 “모든 문제는 유럽 대륙에서 나오고 모든 해결책은 영어 사용 국가에서 나온다”며 유럽 회의론을 부추길 정도였다.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 때였다. 유럽사법재판소는 모든 회원 국가에서의 아동 체벌을 금지했다. 이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자녀 훈육 문제까지 영국이 유럽의 지배를 받아야 하느냐며 반발하는 국민이 많았다. 블레어 총리는 자신도 아이들을 키울 때 체벌을 했지만 영국은 유럽연합에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블레어의 고등학생 장남이 술에 취해 런던 레스터스퀘어 길바닥에 드러누워 있다가 경찰에 넘겨진 후 자신의 신분을 속이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아이를 체벌 없이 키운다면 더 큰 사단도 날 수 있을 것이라며 유럽의 과도한 간섭에 불만을 가졌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을 놓을 때도 상당수 영국인은 유럽과는 거리를 두고 미국에 밀착해 있어야 한다며 이에 내심 반대했다.

최근의 이민 문제가 브렉시트에 영향을 준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이민자를 받지 않겠다는 것보다 이 사안을 유럽연합이 아니라 영국 자신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그 배경이다. 영국이 1961년 유럽경제공동체에 가입 신청한 것은 당시 경제성장률이 유럽 대륙보다 크게 낮았기 때문이다. 물론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이 비토권을 행사해 그보다 12년이 지난 1973년에야 가입하게 되는 수모도 겪었다. 그러나 2010~2015년 동안 영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 이상으로 유럽연합 국가들의 평균 성장률인 1.2%를 크게 앞질렀다. 무엇보다 브렉시트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영국인의 정체성이다. 영국인들의 3분의 2가 자신은 영국인일 뿐 유럽인이 아니라고 믿는다. 이는 독일과 프랑스 국민 중에서 자신을 독일인, 프랑스인으로만 인식하는 비중이 각각 25%, 36%인 것에 비하면 큰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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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영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경제가 충격을 받고 파운드화가 약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융 등 서비스 부문이 입을 손실이 클 것이다. 그러나 영국이 협상을 통해 유럽 단일시장에 남아 있는 한 장기적인 손실은 크지 않을 것이다. 서로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유럽연합이 영국을 단일시장에서 완전히 축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품과 자본 이동은 자유롭게 하면서도 사람의 이동은 제한하고 유럽의회나 재판소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면 영국민도 만족하고 경제도 나빠지지 않을 수 있다.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여러 장치를 통해 유럽연합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스위스나 노르웨이의 경제성과도 결코 나쁘지 않다.

장기적 관점에서 팔아야 할 통화는 파운드가 아니라 유로일 것이다. 브렉시트는 영국보다 유럽연합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증가시켰다. 만약 브렉시트의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영국의 전례를 따르는 국가들이 속속 나올 수 있다. 특히 영국이 협상을 통해 좋은 조건으로 탈퇴한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리스 지원이나 난민 문제와 같이 복잡한 문제가 불거지면 유럽연합으로부터 탈퇴하자는 부정적 여론이 여러 나라에서 비등해질 것이다. 그리스와 같은 약한 고리들이 유로존으로부터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있다. 유럽연합과 유로존에 대한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유로화 약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브렉시트는 통합 대상 국민들 사이에 정체성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영국은 지리적으로 유럽에 속해 있으나 국민의 정체성은 유럽에 있지 않다. 이는 남북한 통일에도 중요한 함의를 준다. 남북을 하나로 묶는 정체성이 약해진다면 통일의 가능성은 멀어진다. 경제적 이익을 누릴 목적만으로 통일하려 한다면 통일 여하는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는 왜 통일하려 하는가. 북한 주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브렉시트는 우리에게 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 병 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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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