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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철수 사퇴, 정치권 자정의 계기 삼아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가 29일 리베이트 사건의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 원내 3당이자 제2야당인 국민의당은 창당 다섯 달 만에 선장을 잃고 표류하는 난파선 신세가 됐다. 거대 여야의 독과점 정치에 식상한 표심을 파고들어 4·13 총선에서 원내 2위(26.7%)의 지지율과 38석의 의석을 확보한 성과에 비춰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총선 뒤 두 달도 못 돼 터진 리베이트 사건은 국민의당이 새 정치는커녕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보다 오히려 심하게 구태정치의 관행에 찌들어 있음을 드러냈다. 안 대표는 올 초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부패 비리로 의원직을 상실하면 해당 정당은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할 수 없도록 하고, 비례대표는 승계를 금지해야 한다”는 등 강도 높은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다. 이에 공감한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준 덕에 국민의당은 총선에서 약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안 대표는 막상 자신의 측근들이 비리의혹에 연루되자 침묵으로 일관하고, 당 차원의 진상조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넘어갔다. 리베이트 파문 당사자인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해 ‘기소될 경우 당원권 정지’ 결정을 한 게 전부다. 3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로 당 핵심 간부인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이 구속된 상황의 심각성에 비춰보면 너무나 안이한 대응이다. 사태의 책임이 박선숙·김수민·왕주현 3인에게만 있다고 여기는 국민은 없다. 온정주의에 빠져 이들의 일탈을 막지 않고 오히려 감싼 안 대표가 최종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만큼 안 대표의 자진사퇴는 불가피했다. 안 대표가 물러난 만큼 박·김 의원도 사법 조치와 별개로 정치적 책임을 인정하고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 ‘새 정치’를 내세워 재미를 본 당이라면 가혹하다고 할 정도의 자정(自淨)을 통해 진짜 새 정치가 뭔지 보여줄 의무가 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도 안 대표의 사퇴를 반면교사 삼아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서야 한다. 더민주는 ‘갑질 비리 종합판’이란 비난을 받아온 서영교 의원에 대해 엄정한 감사를 통해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상응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 서 의원 본인이 자진 사퇴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의원직 정지’ 수준의 솜방망이 징계로 넘어가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도 5촌 조카·동서를 의원실에 취직시킨 박인숙 의원을 비롯해 친인척 채용·보좌진 갑질 사례를 샅샅이 찾아내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안 대표의 사퇴는 20대 국회에서는 과거 ‘관행’이라며 넘어갔던 정치권의 비리와 구태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시대적 환경이 조성됐음을 보여준다. 이번 국회 들어 의원 특권 포기 법률안이 앞다퉈 발의되고, 정세균 국회의장이 불체포 특권 내려놓기를 약속한 건 의원들 스스로도 그런 흐름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걸 인정한 것이다. 여야는 국민의당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의 뿌리 깊은 비리관행을 척결하고, 국회가 높아진 민도에 걸맞게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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