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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욕망 없어 인간 지배 못해…생각의 주도권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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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오귀스트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Le Penseur·왼쪽)은 인간 특유의 상상력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이런 상상력마저 위협받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우리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 지난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이긴 이후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알파고 충격파 초기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업을 앗아가 결국은 노동시장마저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 섞인 미래가 그려졌다. 이후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4차 혁명의 시대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 전반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앙일보는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몰고 온 충격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진단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모색하기 위해 뇌과학자와 인문학자의 대담을 기획했다. 첫 회는 김상환 서울대 철학과 교수와 김대식 KAIST 전자및전기공학부 교수의 대담이다. 이들은 지난 24일 만나 알파고를 이길 수 있는 인간 언어의 힘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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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환 (56·왼쪽), 김대식 (47)

 
알파고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파는 무엇일까.
김상환 교수=“알파고 같은 전대미문의 인공지능 등장은 공포 그 자체다. 강대국이나 거대기업은 기대나 희망을 가질 수 있겠지만 개인은 직업 생태계가 급변하는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땀 흘리는 노동 기회를 박탈당하고 로봇에 기대면 인간의 자기 주도권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런 점에서 알파고 이후 다가올 시대는 디스토피아(dystopia)에 가깝다고 본다.”

김대식 교수=“인간 고유의 영역이던 지식 노동까지 기계가 대체하는 시대가 다가온 게 문제의 본질이다. 역사를 되짚어 보면 18·19세기 무렵 프랑스에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교육이 등장하면서 계급사회가 깨지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물건 생산은 기계가 인간을 대신했고 현재는 인구의 70~80%가 서비스 분야에서 일한다. 공장에 가보면 기계는 한 시간에 콜라병 10만 개를 만든다. 무서운 속도다. 인공지능이 기사 작성을 할 수 있다면 한 시간에 1000건 이상을 쓸 거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건 자본가, 권력자, 천재적 예술가와 과학자 정도라고 본다.”
인공지능의 지적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김상환=“최근에 책(마쓰오 유타카가 쓴 『인공지능과 딥러닝』)을 읽고 딥러닝을 이해하게 됐다. 인공지능에 대해 가졌던 일말의 공포감이 줄었다. 일상적인 대화나 상식 수준의 생각 교환, 아이디어 교환 등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잘할 거다. 인공지능이 정확하고 간결하고 경제적인 언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딥러닝은 거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공통점을 추출하고 개념화하는 것이다. 인간 사고의 단계에서 놓고 보면 초보적 수준이다. 인간은 공통점을 추출한 다음 개념화하고 적당한 이름을 붙인다. 그 과정에서 기존 개념으로는 분류가 안 되는 것들이 생긴다. 기존 체계에 속하지 않는 것들이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가설을 만든다.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상상(想像)이다. 창의성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겨나는데 딥러닝,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아직까진 쫓아올 수 없다.”

김대식=“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잠수함은 절대로 박태환과 같은 영법으로 수영할 수 없다. 팔·다리가 달린 잠수함을 만들 순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사람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물속에 있을 수 있다. 핵잠수함은 1년 동안 물속에 머문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비슷한 사고를 할 필요가 없다. 게르만족이 창을 가지고 지적인 면에서 훨씬 우월했던 그리스를 지배한 것처럼 딥러닝이 발전하면 특정 분야에선 인간의 사고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다. 딥러닝이 태어난 해가 2012년이니 이제 불과 4년이 지났다. 효율화라는 세계적인 트렌드는 그런 시간을 더욱 단축시킬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김상환=“그렇더라도 공상과학 영화처럼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기계가 동기(motivation)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다. 생명체의 본능인 욕망이 없다는 얘기다.”

김대식=“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고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상상력은 안전한가.
김대식=“인간은 수백만 년 동안 다양한 생각이 공존할 수 있는 ‘생각의 동물원’을 만들었다. 인간의 위대함이다. 인공지능이 지식 노동을 대체하면 이 동물원이 위험할 수 있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사회와 기술이 발전하면 언어 생태계도 동시에 팽창했다. 옥스퍼드 영어대사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꺼워지는 이유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부터 이런 추세가 뒤집어졌다. 사용하는 단어가 줄고 있고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이런 흐름이 빨라질 거다. 그만큼 ‘생각의 범위’가 줄고 있다.”

김상환=“상상력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은 것을 들리게 한다. 특히 인문학적 상상력은 표현할 수 없는 걸 표현하는 순간 확 터진다. 그런 순간이 주는 쾌감이 있다. 인간이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인간의 본질이다. 언어 행위는 단순 정보 전달뿐만이 아니라 인간 내면을 형성하는 과정이 된다.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순간 자기 만족감, 자기 긍정, 확신이 생겨난다. 단순하고 간결한 기계어에 적응하는 만큼 상상력은 줄어든다.”
인간의 상상력도 인공지능 앞에서 위태롭다는 얘기인데 언어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나.
김대식=“생각의 주도권을 기계에 넘겨주면 안 된다. 그렇게 되는 순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생각의 동물원을 다양하게 유지할 수 있는 보상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 관련기사
① 인공지능 개인 비서 '챗봇' 시대 성큼
② AI, 맞춤형 치료법 제안 '디지털 헬스케어' 성큼


김상환=“옛날엔 노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했는데 요즘엔 피트니스(fitness)센터에 가서 일부러 운동을 하는 시대가 됐다. 알파고 시대에는 ‘생각의 스포츠센터’가 필요하다. 인문학과 언어가 일종의 러닝머신이 될 수 있다.”

정리=강기헌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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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