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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서 500여 명 언청이 성형수술…8년째 사랑 펼치는 하얀 옷의 ‘마법사’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나라의 시골 마을을 돌며 ‘구개열·구순열(속칭 언청이)’ 환자의 얼굴을 고쳐주는 60대 의사가 있다. 벌써 8년째 500여 명이 그의 손에 의해 비뚤어진 얼굴을 바로잡고 미소를 찾았다. 언청이 성형 수술 봉사로는 국내 최고 기록이다.

주인공은 계명대 동산의료원의 한기환(62·성형외과) 교수다. 얼굴을 마법처럼 잘 고친다는 뜻에서 현지인들은 그를 ‘마법사’라고 부른다.

구개열·구순열은 유전적으로 내려오는 전형적인 후진국 병이다. 1970년대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도 흔했다. 입천장이 터져 음식을 먹으면 코로 나오고(구개열), 입술과 코 사이가 갈라져(구순열) 음식을 입에 넣어 제대로 씹지 못한다. 보기에도 좋지 않다. 입과 코로 공기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의사 전달에도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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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동산의료원 한기환 교수(오른쪽)가 지난 21일 베트남의 구개열 환자인 레티빅풍의 수술 부위를 살펴보고 있다. 구개열 환자는 입 천장이 갈라져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프리랜서 공정식]



한 교수의 성형 봉사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상 환자 등을 치료하기 위해 해외 의료봉사팀을 따라 베트남 호치민시 인근 한 시골마을을 찾았다. 거기서 수십 명의 구개열·구순열 환자를 봤다.

“70년대 말 언청이 수술 봉사를 하러 국내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던 때가 생각났어요. 얼굴이 비뚤어져 있으니 모두 미소가 없었죠. 무엇보다 음식을 줘도 제대로 먹지를 못합니다. 얼굴을 되찾아주고 싶었습니다.”

귀국한 그는 지인들과 국제로타리 3700지구에 도움을 요청했다. 옷이나 음식보다 성형 수술이 더 필요하다고 설득해 지원을 받아냈다. 모아 둔 돈도 털었다. 간호사 한 명과 마취과 수련의 등 젊은 의사 2~3명도 그의 언청이 수술 봉사를 돕겠다고 했다.

그는 수술 도구가 담긴 낡은 가방을 챙겨들고 2009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에 10여 차례 베트남 남부 롱안시 등을 찾아갔다. 한번 갈 때마다 일주일 정도 머물며 35~40명의 환자를 수술했다. 우리의 시골 보건소 같은 현지의 병원이나 한국의 해외 의료봉사팀이 만든 작은 수술실을 이용했다.

그의 손에 의해 미소를 찾은 환자가 베트남에서만 350여 명에 이른다. 2012년부턴 1년에 두 차례 이상 미얀마와 태국의 시골마을을 찾아 150여 명의 환자를 수술했다.

“수술 후 환자가 음식을 먹으며 저를 보고 웃으면 세상을 다 가진 듯합니다.” 한 교수는 “이게 바로 봉사활동의 묘미”라며 웃었다.

그는 2014년부터 베트남 환자 두 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가지고 다녔다. 수술 장비 문제로 현지에서 얼굴을 고쳐주지 못한 중증 환자 이름이다. 지난 10일 그는 이 메모지를 버렸다. 예영동 국제로타리 3700지구 총재의 도움으로 이들 환자를 한국으로 초청해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동산의료원 병실에서 만난 구개열 환자 레티빅풍(24·여)과 구순열 환자 아홍(14)은 서툰 한국말로 “마법사 닥터 한에게 감사하다. 이젠 숙였던 얼굴을 자신 있게 들고다닐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한 교수는 “정년 퇴임 후 ‘한기환 언청이 봉사 재단’을 만들어 환자들의 미소 찾아주기 수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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