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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중국 기업 혁신은 남방 상인의 도가 실용주의가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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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문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

중국 경험이 풍부한 기업인은 ‘중국 시장’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광활한 대륙을 단일 ‘중국 시장’으로 부르는 건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체형이 남과 북에 따라 큰 차이가 나듯 중국의 상인정신 또한 남과 북이 판이하다. 남측엔 도가 실용주의 정신이 넘치지만 북쪽은 유가 자본주의 정신이 지배한다. 중국 장사는 중국 남과 북 상인의 피에 각기 다르게 흐르는 문화코드를 제대로 읽고 이를 활용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지난 연말 중국 북부의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석탄 국유기업 룽메이(龍煤)그룹의 광부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임금 체불은 물론 탄광 폐쇄 과정에서 3만 명이나 감원한 구조조정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중국의 대표적 철강 국유기업인 랴오닝(遼寧)성의 안강(鞍鋼)도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권고 휴직을 받고 있다.

엇비슷한 시기 중국 남방의 광둥(廣東)성에선 민간 유통업자들이 알리바바 마윈(馬云) 회장의 초상 앞에서 절을 올리며 대박을 기원했다. 이들은 광군제(11월 11일·솔로데이)에 중국 최대의 매출을 경신했다.

이는 현재 중국의 대표적 북방 국유기업과 남방 민간기업이 처해 있는 각기 다른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비효율적 경영으로 적자투성이가 된 북방 국유기업은 구조조정의 타깃이 된 반면 남방 민간기업은 혁신을 바탕으로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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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나. 여러 원인 중 중국의 기업문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기업문화는 전통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는 크게 남과 북으로 구분된다. 남북의 지리적 여건에 따라 가치체계와 신앙, 의식구조, 사고방식 등이 다르게 나타나며 중국 상인의 정신 또한 다른 양태를 띠는 것이다.

중국의 남과 북은 크게 친링(秦嶺)산맥과 화이허(淮河)에 의해 나뉜다. 이 선을 두고 북방의 밀농사와 남방의 쌀농사로 구분된다. 지형과 기후 차이로 인해 ‘남방의 귤을 북방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속담도 나왔다. 중국 북부엔 너른 평원이 펼쳐지고 남부에는 구릉 및 수로가 많다. 방향을 이야기할 때 북방 사람은 평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동서남북(東西南北)을 들먹이고 남방 사람은 엉킨 수로를 풀며 나아가기 위한 전후좌우(前後左右)의 개념을 즐겨 사용한다.

얼굴 생김새도 북방은 사각형이 많은데 남방은 둥근 모양이 대세다. 문학은 또 어떤가. 남방에서는 수사가 많은 초사(楚辭)가 발전한 데 반해 북방은 사실적인 시경(詩經)이 주된 흐름이다. 중국식 오페라라 불리는 남방의 희곡은 부드럽고 우아한 반면 북방의 경극은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친다.

음식의 경우도 남방 요리는 달고 다양한 향료를 많이 사용하지만 북방은 대체로 짜며 음식 고유의 재료가 가진 맛을 살리는 데 주안점을 둔다. 사고방식은 북방이 비교적 획일적이라면 남방은 유연하고 개방적이다.

이 같은 북방과 남방의 문화적 차이는 중국 남과 북의 상인정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전통적 상업문화는 유가 자본주의와 도가 실용주의의 성격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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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는 인(仁)을 강조하고 정적인 산을 좋아한다. 인자(仁者)는 요산(樂山)이라 하지 않았나. 전통을 따르며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

도가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上善若水)’며 유연성이 크고 동적인 물을 좋아한다. 그래서 자유롭고 창의성도 발휘되기 쉽다. 변화에 능하며 실용적이다. 유가는 체면과 단체의식, 신의의 행동규범을 중시하며 북방 상업문화의 중심을 이룬다. 반면 도가는 변화와 자율성을 강조하며 남방의 상인문화를 주도한다.

도덕과 사회질서를 강조하는 인예(仁禮)의 유가문화는 기업혁신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 까닭인지 북방지역 국유기업엔 왜곡된 유가사상과 계획경제 시대의 경직된 사고방식이 남아 있다.

상대적으로 남방 민간기업의 혁신과 창의성에는 도가사상이 깃들어 있다. 물 따라 바람 따라 흘러가듯 자연에 순응하는(順其自然) 노장(老莊)사상이 창업에 순기능을 발휘한다. 그런 이유로 중국의 혁신 실험은 남방에서 주로 이뤄진다.

특히 남방의 열린 도시 선전은 중국 젊은이의 정보통신기술(ICT) 창업도시로 변모한 지 오래다. 중국 최대 정보통신기술 기업인 화웨이(華爲)가 여기서 탄생했으며 혁신적인 핀테크, 사물인터넷, 전기자동차 실험도 주로 남방에서 진행된다. 최근 중국의 혁신적 기업인들은 보수적 유가 덕목에 도가의 창의성을 접목해 나름의 중국식 시장경제를 만들어가려 하고 있다.

한편 중국에서 지역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고려할 때 지연과 혈연으로 뭉쳐 상부상조하는 상인 집단인 상방(商幇)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중국에서는 시장경제가 발달한 연해 지역의 주요 상방으로 산둥상인(魯商)과 장쑤상인(蘇商), 저장상인(浙商), 푸젠상인(?商), 광둥상인(?商) 등 5대 상인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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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상인은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후예로 유가문화가 특징이다. 관상(官商) 결합의 색채가 농후하고 신용과 의리를 중시한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 전자가 대표적이다. 장루이민(張瑞敏) 회장은 당과 정부의 정책을 준수하고 고객과의 신용 및 품질 관리를 중시한다.

장쑤상인은 풍요로운 ‘생선과 쌀의 고향’(魚米之鄕)’ 출신으로 안정되고 독립적인 경영을 선호한다. 이에 반해 산이 많은 척박한 자연환경의 저장상인은 개척정신이 강하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으로 성공한 저장성의 닝보(寧波) 모델은 기업가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 케이스다.

중국 경제수도인 상하이(上海)에서도 닝보 출신을 무시하지 못한다. 노자의 도덕경을 즐겨 찾는 알리바바의 마윈 또한 저장성 항저우(杭州) 출신이다. 저장상인은 사업 기회가 생기면 친구와 친척부터 먼저 찾는다.

푸젠상인은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리는 객가(客家) 상업문화의 특징을 갖고 있다. 모험과 애향심, 결속력과 해외 진출이 두드러진다. 대만의 거상 왕융칭(王永慶)이나 싱가포르의 후원후(胡文虎) 등이 다 푸젠 출신이다. 일찍 개방된 광둥상인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실용주의적 상업정신을 보여준다. 재물신을 섬기고 모방에 능하다. 그래서 짝퉁 상품이 많다.

이와 함께 중국 남과 북의 상인정신을 이해하기 위해선 민간신앙과 사당을 뺄 수 없다. 북방 유가의 덕목을 보여주는 신으론 관우(關羽)가 으뜸이고 남방 도가의 실용성을 대표하는 신으로는 마조를 들 수 있다.

신의를 중시하는 북방엔 관우를 모신 사당이 많다. 중국인은 관우의 충(忠)·의(義)·신(信) 정신을 상업문화에 접목해 ‘의로부터 재물이 생긴다(取自義生 因義取財)’는 경영이념을 지향한다. 관우는 재물신이기도 하다. 관우는 명·청 시대에 황제의 반열에 오르는 무인사당(武廟)으로 격상돼 공자를 섬기는 문묘와 더불어 북방 양대 민간신앙의 축으로 간주되고 있다.

남방에선 주로 해상의 수호신 마조를 섬긴다. 마조는 바다의 여신으로 남방의 물을 다스린다. 남방의 광둥상인과 푸젠상인은 물론 특히 해외 화교들이 마조에게 제사를 지내며 응집력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조상 숭배, 공익사업 강조와 같은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여러 신을 모시는 사당이 남방에 많은 것도 도가의 영향을 받아서다. 남방 기업인은 업종에 관련된 다양한 신을 모시며 복을 기원한다. 남방의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살아 있는 사람인 마윈의 초상화를 그려놓고 그 앞에서 절을 하는 것도 도가 실용주의의 발현인 것이다.

손자병법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듯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지역적인 문화코드부터 알아야 한다.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은 도가적 신비주의에다 만능의 힘을 갖췄기에 중국 여성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었다.

‘눈 오는 날에는 치맥’에 중국 유커(遊客)가 열광하며 한강변에서 아시아 최대의 치맥파티를 여는 것도 대규모 집단주의 성향의 중국 조직문화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은 유커가 집단적으로 한국 문화코드를 즐기려 할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은 ‘태양의 후예’도 애국과 봉사라는 키워드를 갖고 중국 공산당의 문화코드를 자극했다. 오죽하면 “중국 군대는 이런 연속극을 못 만드는가”라며 당 고위층이 자탄을 했겠는가. 이처럼 한류가 중국 시장에 뿌리를 탄탄히 내리기 위해선 중국의 문화코드를 잘 연구해 그들의 문화 감성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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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중국 정부는 소비 중심으로 성장 패턴을 조정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중국 소비시장을 뚫기 위해선 중국의 문화코드부터 공략하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유희문

대만 국립정치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중국 경제를 연구했다. 중국 런민대와 베이징대 초빙 교수, 한국 동북아경제학회 회장과 중국시장포럼 회장 등을 역임했다.

유희문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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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