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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바보야! 경제는 대통령 힘으로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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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코버트
미국 저널리스트

미국 대선후보들은 “내가 백악관에 입성하면 경제를 이렇게 살리겠다”고 끊임없이 떠든다.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해마다 6%씩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밀어 주면 미국인들이 대박을 칠 것이란 주장이다. 힐러리는 보다 신중한 입장이긴 하지만 역시 장밋빛 일색의 경제공약을 내놓았다. 소득 증대, 중산층 확장, 성장률 제고 등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는 대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슬로건이다. 유권자의 1순위 이슈도 경제다. 그래서 가계부를 불려 줄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이는 후보를 찍는다. 그러니 대선후보들은 입만 열면 ‘경제’를 떠든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능력 밖의 일을 잘할 수 있다고 떠드는 거짓말일 뿐이다. 대통령이 통제하기 힘들거나 불가능한 공약, 이를테면 ‘소득 증대’를 남발하기 때문이다.

공화당 정치인들이 당혹하는 사실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는 공화당보다 민주당 집권기에 일관되게 잘나갔다는 점이다. 어떤 기준으로 측정해도 마찬가지다. 왜 그럴까? 경제는 대부분 운에 좌우되는데 민주당 정권에 그 운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앨런 블라인더와 마크 왓슨은 “경제 성장과 침체는 대개 대통령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변수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대표적이다. 소비심리 촉진도 대통령이 다소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조세정책을 변경하는 것보다 훨씬 미약한 수준에서 효과가 확인될 뿐이다.

물론 대통령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 영역이 없는 건 아니다. 중동에서 전쟁을 벌이면 유가가 출렁일 수 있다. 정보기술(IT) 등 첨단 산업을 지원해 생산성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재정 적자나 군비 지출처럼 연방정부가 권한을 가진 핵심 분야에서 대통령이 아무리 의욕적으로 정책을 추진해도 경제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역사를 봐도 확인된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미 전역에 고속도로를 세운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집권 중 경제를 살린 요인은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기업들이 습득한 생산성과 신기술 도입이었다. 로널드 레이건은 감세정책으로 경기를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지만 당시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조치는 연준의 물가 규제였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미국 경제가 활황을 맛본 것도 인터넷 등 대통령의 통제권 밖에 있었던 변수가 급성장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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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내년 1월 누가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되더라도 그(혹은 그녀)는 미국 경제의 극히 일부 영역에만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그의 공약대로 교역·이민정책이 대대적으로 바뀔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의 환율 조작을 맹공해 미국의 수지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무역전쟁을 일으켜 일자리 수백만 개를 없앨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민자 유입 제한은 분명히 미국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줄 것이다.

힐러리가 당선된다면 모든 근로자에게 유급 가족휴가를 보장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며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급 가족휴가는 근로자들이 여가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되며 노동 인구도 확대시킬 수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가처분소득이 늘어나 경제가 활성화된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대가를 치르지 않을 가능성도 커진다. 인프라 투자는 경기 부양에 적지 않은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바 있다.

문제는 두 사람 모두 대통령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의회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미 상·하원의 법률 가결률은 꾸준히 하락해 왔다. 그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고육지책을 썼다. 하지만 대통령 홀로 서명한 행정명령은 파급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저임금 인상은 행정명령으로 실현될 수 없다. 행정명령으로는 정부 조달계약 업체의 최저임금만, 그것도 잠정적으로 올려줄 수 있을 뿐이다.

오바마가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경기 부양조차 공화당의 몽니로 어려움이 많았다. 오바마는 더 많은 돈을 쏟아부어 경기를 일으키려 했지만 공화당이 거세게 반대한 결과 투자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제는 야당이나 의회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인식은 미국인들에게 굳건히 뿌리박혀 있다. 다행히 차기 미국 대통령은 7년 전 오바마가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보다는 훨씬 나은 경제를 물려받는다. 이 사실은 힐러리와 트럼프 모두에게 중요하다. 임금 성장률이 제자리걸음이라 미국 경제가 온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5% 아래로 떨어진 실업률 덕분에 경제환경 전반이 나아진 점도 부인하기 힘들다. 그런 만큼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경제에서만큼은 국민의 호의적인 시선을 업고 임기를 개시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가 백악관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경제와 관련해 일어날 일들은 자신의 통제권 밖에 있게 될 것이란 점이다.


브라이스 코버트
미국 저널리스트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 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19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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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