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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홈쇼핑에 면세점에 할일 쌓였는데…우왕좌왕하는 롯데의 리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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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아
경제부문 기자

롯데그룹에게 2016년 6월은 악몽으로 각인될 것이다. 1967년 창사 이래 그룹 전체가 검찰 수사를 받는 것 처음이다. 그룹 본사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압수수색 당한 계열사만 45곳에 이른다.

28일 검찰은 롯데장학재단까지 압수수색했다. 신영자(74) 재단 이사장은 오너 일가로는 처음으로 곧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호텔롯데 연내 상장은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고,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다시 불씨를 지피고 있다.

롯데의 위기는 이것뿐이 아니다. 심각한 것은 리더십 부재의 위기다.

검찰 수사 3주째. 현장에서 본 롯데 고위층은 모습은 ‘모래알’이다. 하루 아침에 충격과 실의에 빠진 16만 명 직원들에게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여러분은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리더가 없다.

신동빈 회장이 해외 출장 중인 상황에서 그룹의 고위직들이 솔선수범해 조직의 구심점을 만들어가야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불똥이 튈까 몸사리기에 급급하다.

불과 1년 전 롯데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당시 서로 “내가 신동빈의 남자”라며 공적 알리기에 나섰던 것과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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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분열도 감지된다. 검찰의 수사 초점이 국내외 인수합병(M&A) 과정에 맞춰지자 정책본부 내에선 “그건 운영실 결정이다” “아니다 지원실 쪽 일이다”며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주요 수사 대상에 오른 계열사들에 대해서도 “쇼핑이 알아서 한 일이다” "케미칼이 책임질 일이다” “무슨 소리냐, 우리는 지시받고 한 일이다” 등 같은 지붕 아래 시시비비가 오간다.

급한 의사결정도 선뜻 내려줄 사람이 없다. 일례로 롯데홈쇼핑 영업정지에 따른 중소기업 피해 구제방안,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폐점에 따른 협력사 구제방안 마련, 롯데마트·슈퍼 등 점포 오픈, 부지매입 등에 대한 결정은 올 스톱이다. 롯데와 계약 관계에 있는 파트너들도 덩달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신영자 이사장의 소환이 임박하면서 “신 이사장이랑 엮이지만 않으면 된다. 한 사람으로 (구속되고) 마무리되면 우리에겐 좋은 일 아니냐”란 말도 공공연히 나돈다. 내부 입단속에만 전전긍긍하자 직원들 사이에선 “이대로 각자 살 길만 찾는 분위기로 가다보면 오히려 내부고발자가 많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란 우려마저 나온다. 이게 재계 5위 롯데의 현주소다.

롯데 안팎에선 이런 자중지란의 분위기가 오랜 세월에 걸쳐 뿌리 박힌 조직 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자식들마저도 벌벌 떤다는 신격호(95) 총괄회장의 제왕적 권력, 상명하달식의 사업결정, 보수적인 기업문화, 직원 한 사람의 인생보다 오너와 조직을 우선시하는 분위기 등이 많은 이들을 ‘리더’가 아닌 지시를 받아 따르기만 하는 직원으로 키웠다는 것이다.

검찰수사가 시작된 이후 롯데 직원들의 익명 게시판인 ‘롯데라운지’에는 롯데알미늄 10년차 직원이 쓴 글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남들이 일본 기업이라 비난하고 소비재 중심의 사업만 한단 비난에도 외투 법인으로 겪었던 설움을 알기에 적어도 우리 롯데만은 기업의 총수가 부끄러운 민낯으로 포토라인에 서지 않을거란 최소한의 믿음이 있다. 적어도 우리 롯데에겐 오너 한 사람의 사욕을 위해 분식하고 비자금 조성했다고 생각지 않는 최소한의 믿음이 있다. 급여인색하고 복리후생 떨어져도 우리 그룹 고위 임원들은 우리에게 이야기된 행동강령처럼 그들도 그렇게 행동했을 거란 최소한의 믿음이 있다.”

오는 주말 신동빈 회장이 일본에서 귀국할 예정이다. 신 회장을 포함한 롯데의 리더들은 ‘최소한의 믿음’에 화답해야 한다.

이소아 경제부문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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