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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교사 지도 부족, 학생 시간 부족…사교육 받는 자율동아리

학종 비교과 경쟁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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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종 대비 남다른 스펙 쌓는 기회로 여겨
“팀당 300만~400만원 내면 학원서 관리해줘”
입학사정관 “정규 동아리를 더 비중 있게 평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대학 입시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학생들 사이에 남다른 비교과 활동 기록을 학생부에 남기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자율동아리도 그중 하나다. 학교 창의적체험활동인 정규 동아리와 별개로 학생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 계획서를 제출해 허가받은 후 개설하는 게 자율동아리다.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은 정규 교육과정 안에 포함돼 있지만 자율동아리는 활동 시간도 학생이 정하기 나름이다. 이 때문에 일부 학생과 학부모는 자율동아리를 ‘화려한 스펙’을 쌓을 수 있는 방법으로 여기기도 한다. 사교육 업체의 도움을 받아 자율동아리 활동을 하고 그 결과물을 학교에 제출해 학생부에 기재하는 일도 있다. 자율동아리를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대학생 수준의 자율동아리 활동

대전의 한 일반고 교사 정모(37)씨는 자율동아리 관리로 애를 먹고 있다. 그가 지도하는 자율동아리는 무려 7개다. 정 교사는 “자율동아리는 학생이 직접 찾아와 지도교사를 맡아달라고 부탁하기 때문에 거절하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정규 동아리와 교내대회 등 기존의 업무에 자율동아리 지도까지 더해지니 제대로 수업 준비할 시간도 모자라다”고 말했다. 자율동아리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정 교사는 “학생들이 한 달에 한 번 제출하는 활동 보고서를 받아 학생부에 옮겨적는 것도 벅차다”고 얘기했다.

지도 교사의 역할은 미미한데 학생들의 자율동아리 활동 내용은 화려하다. 고2 학생으로 구성된 환경 관련 자율동아리는 한 달에 1회 이상 대학교수와 만나 미세먼지 관련 연구를 함께하는 중이다. 한 학기 동안 관련 논문도 3편이나 읽었다. 고1 학생이 주축이 된 자율동아리는 역사 관련 독서와 토론, 현장 체험까지 진행했다. 세부 주제를 ‘전쟁’으로 정해 시대별 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사회상 속에서 찾아 정리하고 있다.

다른 학교의 자율동아리도 비슷한 상황이다. 영자신문에서 선거 관련 기사를 찾아 우리나라 신문의 선거 관련 기사와 비교 분석하는 동아리, 광고를 통해 한국의 소비 성향 변화를 유추하는 보고서를 쓰는 동아리도 있다. 동아리 활동의 주제가 명확하고 제출하는 보고서의 질도 대학생 못지않다. 이 동아리의 지도 교사는 “학생들이 주말에 모여 활동하기 때문에 참관해본 적은 없다”며 “아이들이 알아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자율동아리 활동 중엔 외부 사교육업체의 도움을 받아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고교 1학년 학부모 최지연(47·서울 양천구)씨는 “고등학생이 자신의 관심사에 맞게 자율동아리 활동을 기획해 이에 적합한 자료를 찾아 읽고 현장 학습 등을 시도한다는 게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교수나 연구원인 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돕거나, 사교육을 통해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는 자율동아리가 적지 않다는 건 공공연하게 알려진 일”이라 강조했다. 자사고 학부모 양모(47·서울 강남구)씨도 “솔직히 고2가 되면 내신 관리와 수능 준비만으로도 얼마나 바쁜데 자율동아리에 공을 들일 시간이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학종 준비를 안 할 수는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라도 사교육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교육 업계에는 ‘자율동아리 컨설팅’이 존재한다. 이미애 교육컨설턴트는 “여러 입시 컨설팅 업체에서 자율동아리 창설부터 추후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어떻게 이 활동을 부각시킬 것인지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해준다”며 “비용은 팀당 300만~400만원 선”이라 밝혔다. 이 컨설턴트는 “정규 동아리의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은 일반고에 다니는 내신 3~4등급대의 학생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을 노리고 비교과 영역을 강화하고 싶을 때 이런 컨설팅을 찾는 분위기”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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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대학선 “입시 결과에 큰 영향 없어”

자율동아리에 학생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건 학종이 대학 입시의 중심으로 등장한 것과 관련이 깊다. 자율동아리 컨설팅을 실시하는 한 업체 담당자는 “학종 전형의 평가 요소가 학업 능력, 지적 호기심, 적극성, 열정, 리더십, 책임감, 공동체 의식 등”이라며 “자율동아리는 학생이 특정 주제와 활동에 관심이 있어 친구들과 동아리를 만들고 운영해 탐구했음을 증명하는 자료라 학종 준비에 반드시 필요한 스펙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 관계자들의 얘기는 다르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은 “소논문 논쟁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대학 입장에서 학생들의 자율동아리 활동은 ‘진로희망사항’과 비슷한 맥락으로 바라보는 정도인데 사교육이 만든 불안 마케팅에 학생과 학부모만 힘들어 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학생의 관심 분야와 희망 진로가 어디인지를 참고하는 용도일 뿐 자율동아리 활동 내용이 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국중대 한양대 입학총괄팀장은 “관건은 자율동아리 활동 내용 자체가 아니라 자기소개서와 면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지도교사가 아무리 세세하게 학생의 활동 상황을 적어줘도, 자기소개서에 그 경험이 강조돼 있지 않거나 면접 때 자율동아리를 통해 깨닫고 성장한 부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으면 점수로 반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임 사정관은 “학생이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을 쏟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자율동아리보다는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시행되는 정규 동아리를 훨씬 비중 있게 평가하는 게 대학의 입장”이라고도 했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부에 자율동아리 활동 기록을 남길 때 객관적인 사실만 적는 게 낫다”는 조언도 했다. 국 팀장은 “교사가 학생의 활동에 대해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면 대학은 오히려 신뢰를 갖기 힘들다”며 “사실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기록해야 대학에서도 좀 더 유의미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소논문에 이어 자율동아리까지 논란이 계속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학종에 대한 대학의 평가 기준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1 학부모 최지연씨는 “학생부의 중요성은 갈수록 강조되는데, 일반고의 경우 교내 교육활동이 다양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일반고에 다니면서 남과 다른 비교과 항목을 만들어야 한다는 초조함에 자꾸 사교육의 유혹에 넘어가게 된다”고 얘기했다. 그는 “대학에서 ‘소논문도 아니다’ ‘자율동아리도 아니다’라며 지적만 할 게 아니라, 학생부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우리의 눈높이에서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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