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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과장 떼고 “홍길동님” “홍프로”…삼성, 연공서열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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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창의적 문화를 퍼뜨리고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만든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의 사무실. 삼성전자는 호칭 변경 등을 통해 수평적 조직문화 도입을 실험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에서 대리·과장·부장 직함이 사라진다. 서로를 ‘님’ 또는 ‘프로’ 같은 공통 호칭으로 부르기로 했다. ‘홍길동님’ ‘홍길동프로’ 하는 식이다. 또 7단계로 나뉘던 직원의 직급은 4단계로 단순화된다.

올 여름부터 반바지 출근도 허용
근무 연한보다 성과로 승격·연봉
윗사람 눈치보기 잔업 없애기로


삼성전자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인사제도 개편안을 27일 발표했다. 삼성 관계자는 “10만 직원(지난해 말 기준 국내 직원 9만6898명)을 거느린 ‘관리의 삼성’이 수평적·창의적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식 조직문화를 도입하기 위해 한 발자국을 옮긴 것”이라고 자평했다.

배경에는 연공 중심의 수직적 조직문화로는 획기적 성장이 어렵다는 절박함이 숨어 있다. 개편안을 관통하는 철학은 이것이다.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일을 하느냐만 따진다.’

개편안이 성과와 역량이 높은 이들은 근무 연한과 관계없이 승격하고, 사업부의 성과가 아닌 개인의 성과를 따져 연봉을 지급하겠다고 명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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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결정과 업무 진행 과정에서도 ‘윗사람’의 개입이 최소화되도록 회의·보고·잔업 문화가 바뀐다. 개편안에는 ▶회의는 1시간 안에 끝내되, 모든 사람이 발언해야 하며 ▶직급에 따라 순차적으로 보고하는 대신 e메일 등으로 관련자에게 동시에 보고하고 ▶상급자의 눈치를 보느라 불필요하게 잔업하는 관행을 근절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연간 휴가 계획을 자유롭게 수립해 충분히 재충전하라거나, 올여름부턴 반바지를 입고 출근해도 된다는 등의 세부 사항 역시 “윗사람 눈치 보지 말라”는 큰 틀에서 나왔다.

이날 발표의 밑그림은 지난해 7월 그려지기 시작했다. 사내 통신망 ‘모자이크’를 통해 2만6000명 임직원의 의견을 모으고, 3월엔 임직원 600명을 모아놓고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이란 행사까지 열었다. 이후 경영진과 직원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개편안을 확정했다.

1년 가까운 노력 밑바닥엔 “이러다간 도태된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를 세계 최대 전자회사로 키운 건 수직적 조직에서 나오는 일사불란한 실행력이다. 빠르게 1등 기업을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종자) 전략으로 1위 자리에 올라섰다. 문제는 급변하는 시장이다. 중국 기업은 무섭게 쫓아온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이제 삼성은 추진력보다는 아래로부터의 혁신과 창의성을 키워야 1위를 유지할 수 있다”며 “수평적 조직과 성과를 강조한 인사제도 개편안은 이런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공주의 시스템이 조직의 활력을 저해한다는 것도 변화의 원인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매년 신입사원 선발이라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대리·과장·차장으로 승진하면서 점차 많은 돈을 받는다는 건 글로벌 대기업의 기준에는 맞지 않는 관행”이라며 “성과에 따른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누구도 나서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일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대대적인 예고에 비해 개편 폭이 그리 크지 않다는 실망감도 나온다. ‘님’ 호칭은 CJ그룹이 2000년대 초반 도입한 공통 호칭인 데다 이미 제일기획 등도 ‘프로’ 같은 공통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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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수평적 문화를 도입하려는 실험을 나쁘다고는 볼 수 없으나 호칭이나 직급 체계만으로 조직문화를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평가·연봉 체계가 실제로 역할 중심으로 움직이는지 등이 향후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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