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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시조] 수건 - 강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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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혈투의 현장. 때로는 비정한 데드존이 되기도 하는 사각의 링을 향해 관중들은 흥분하고 열광한다. 끝없는 야생본능을 부추기며 한방의 극적인 펀치를 요구한다.

좋은 선수는 상대와의 거리를 잘 유지한다. 떨어지면 펀치가 먹히지 않고 가까우면 도망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리감이란 상대와 부딪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삶과의 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드 올려, 어깨 힘 빼, 악물고 눈 치켜 떠.’ ‘잽, 잽, 원투 원투 원투!’ 오늘도 복서는 죽어라 샌드백을 두들긴다. 한바탕의 ‘샤도 복싱’에 눈 못 뜨는 동안 폭탄이 장전되듯 몸은 외로워질 것이다. 박수와 환호 속에 승자가 떠나간 자리를 지켜보며 ‘무너지듯/시정의 링 바닥에 처절히 나뒹굴 때’도 있었으리라. 일격을 가하기는커녕 ‘피 땀 절인 수건’을 ‘몇 번’이나 링 안으로 ‘던지고’도 싶었으리라.

삶이라는 상대방에게야 빈 옆구리가 어디 있던가. 그래도 발을 벌리고 주먹을 뻗으며 그 겨드랑이를 조이면서 시간의 라운드를 버텨나가야만 한다. 승패를 가르기까진 멈출 수 없는 싸움에 공존과 화해는 허락되지 않는다. ‘겹겹의 물안개’를 뚫고 ‘끝내 항서 없이 예까지’ 온 화자에겐 피땀으로 얼룩진 몸이야말로 정직한 밑천일 터이다. ‘딱 딱 딱, 끊어 치라구 그래, 다시, 치고 빠져!’ 삶은 OK목장의 결투처럼 때깔 좋고 폼 나는 결투가 결코 아니란 것을 다그치는 이전투구의 현장. 여전히 시정의 링 바닥에 나뒹굴고 생의 로프에 걸려들면서도 이 시는 파이터처럼 팔을 뻗는다. 뼛속 깊은 ‘외로움’만이 스파링 상대이다.


박명숙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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