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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의 노벨상 이야기] 바이러스와 노벨상 -논란 많았던 2008년 생리의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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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지난 1년 동안 바이러스가 큰 사회적 이슈다. 지카바이러스는 리우 올림픽과 맞물려 초미의 관심사이고, 작년 상반기에는 에볼라바이러스 때문에 우리 의료진이 시에라리온까지 가서 주목을 받았으며, 하반기에는 메르스바이러스가 온 나라를 흔들었다. 바이러스와 노벨상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지난 50년간 바이러스와 관련된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경우는 7건으로 17명이 있지만, 그 중 인체에서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발견하여 수상한 경우는 2008년 단 한 건이다.

2008년 노벨상은 자궁암의 주범인 HPV를 발견한 독일의 하랄드 추어 하우젠,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HIV를 발견한 프랑스인 뤼크 몽타니에와 프랑수아 바레시누스, 총 3인에게 주어졌다. 그런데 이들의 수상은 모두 큰 논란을 일으켰다.

먼저 HPV를 발견한 하우젠의 수상에는 초대형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로비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당시 이 회사는 HPV 즉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백신에 대한 짭잘한 로얄티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50명으로 구성된 노벨상 위원 중 한명은 이 회사의 자문으로, 또 한명은 사외이사로 있었다. 게다가 아스트라제네카는 노벨재단의 일부 홍보사업을 지원하고 있었기에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심지어 스웨덴 경찰까지 나서서 로비 의혹을 수사했다.

이 때문에 하우젠은 2008년 이후부터 시사주간지 '타임'을 비롯한 언론의 "논란 많은 노벨상 수상자 10명” 명단에 빠짐없이 들어갔다. 대부분의 논란이 평화상에서 벌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세인들이 이 의혹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드렸는지 알 수 있다. 상당 시간이 지난 후에야 로비 의혹이 과장 내지 억측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우젠 자신은 로비에 관여한 적도 없고, 그의 업적은 실제로 중요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으니 그로서는 억울함을 넘어 통탄할 노릇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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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바이러스의 경우에는 미국 NIH의 로버트 갈로가 수상에서 빠진 것이 큰 화제였다. 1982년 파스퇴르 연구소의 몽타니에 그룹은 파리 비샤 병원에서 일하던 의사 로젠바움으로부터 에이즈 환자의 림프절 샘플을 받았다. 당시 몽타니에 그룹에서 일하던 바레시누스의 주도로 이들은 이 검체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하여 LAV라는 이름을 붙이고 83년 5월에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미국의 갈로 그룹 역시 몽타니에 논문의 바로 앞장에 미국 환자의 말초혈액 T세포로부터 바이러스를 발견했다며 HTLV라는 이름을 붙여 발표했었다.

하지만 두 논문 모두 에이즈환자의 검체에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지, 그 바이러스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는 것을 밝히지는 못했다. 보다 확실한 단서는 정확히 1년 후인 1984년 5월에 갈로 그룹이 ‘사이언스’지에 무려 4편의 논문을 동시에 발표하면서 나왔다. 이들은 바이러스의 대량 배양법과 진단법까지 개발하여 바이러스와 에이즈의 인과 관계를 명확히 밝히니, 굳이 공을 논하자면 갈로의 업적이 프랑스 그룹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2008년 갈로가 수상자 명단에서 빠진 것은 당연히 큰 화젯거리로서, 미국의 주요 언론은 일제히 이를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갈로는 뛰어난 능력을 가졌고, 에이즈 분야 이외에도 몽타니에와 바레시누스가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업적을 많이 낸 사람이기에 다음 기회에 이 칼럼에서 특별히 다룰 예정이다.

인간사회에서 바이러스라는 용어가 좋게 쓰인 적이 없다. 전세계를 떨게 하는 거의 모든 감염성 질환은 바이러스가 일으키고, 컴퓨터에서는 예방이나 처치의 대상이고, 영화에서조차 좀비 같이 나쁜 것은 바이러스에 기인한다. 그런데 어쩌다 인체질환 바이러스 분야에 노벨상을 줬는데 큰 스캔들이 일어나니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ㅋㅋ’이다.

김선영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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