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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산은 ‘구조조정 칼날’ 중소기업엔 예리, 대기업엔 무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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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대기업은 천천히, 중소기업은 속전속결’.

대기업 7~8년간 워크아웃 수두룩
33%가 졸업 못해, 중소기업은 15%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규모별 구조조정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다. 분석 대상은 산은이 주채권은행으로서 10년간(2005~2014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개시한 51곳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STX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에서 문제가 된 ‘대마불사(大馬不死, 큰 말은 죽지 않는다)’ 식의 지원이 오랫동안 지속한 관행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통계였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대기업(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의 경우 워크아웃에 들어간 27곳 중 33%(8곳)가 지금까지 워크아웃을 졸업하지 못한 채 산은 휘하에 남아 있다. 이 중에는 한창제지(2008년 워크아웃 개시), 대한조선(2009년 워크아웃 개시)처럼 7~8년씩 워크아웃 체제로 산은 관리를 받는 곳도 있다. 반면 워크아웃에 들어간 중소기업(신용공여액 500억원 미만) 27곳 중 아직 워크아웃을 진행중인 기업의 비중은 15%(4곳)에 불과하다. 산은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워크아웃 기간을 오래 끌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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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율협약에 들어간 사례까지 합치면 산은이 관리하는 대기업은 더 늘어난다. 2005~2014년 자율협약에 들어간 대기업은 총 9곳으로 이 가운데 4곳이 아직도 자율협약을 종결하지 못했다. 대기업과 달리 자율협약 체제에 들어간 중소기업은 한 곳도 없다.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난에 빠지면 낮은 단계의 구조조정인 자율협약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워크아웃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워크아웃·자율협약 중단 기업에 대한 후속조치에서도 드러난다. 산은이 가장 높은 단계의 구조조정인 법정관리로 보낸 대기업은 두 곳(신아에스비·STX조선해양) 뿐이었지만 중소기업은 11곳이나 됐다. 박용진 의원은 “산은의 구조조정 칼날이 중소기업엔 날카로운데 비해 대기업엔 무뎠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과 정부, 산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그간 역대 정권은 지역민심과 선거 영향 등을 감안해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로 대기업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한 적이 많았다. 지역구 대기업을 법정관리에 보내지 못하도록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에 압력을 넣는 정치인도 적지 않았다. 금융당국 내에서도 “일단 살려놓자”는 분위기가 있었다. 괜히 총대를 멨다가 책임 추궁을 당하기보다는 일단 연명시키는 게 낫다는 심리였다. 산은은 워크아웃 대기업을 퇴직임원 재취업 통로로 활용했다. 반면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선거 때 별 영향을 못 미치기 때문에 정치권이 압력을 넣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이런 왜곡된 구조조정 결정 과정을 바꾸지 않은 채 산은에 자본확충을 해 주면 ‘대마불사’의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결국 정치권 탓, 정부 탓을 하기 전에 산은이 먼저 낙하산 인사 관행을 끊고 투명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구조조정 의사결정 과정을 모두 기록한 ‘징비록’을 만들어라”(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출구 전략을 기간별로 미리 짜 놓으라”(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문가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산은이 정치권·정부의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이다.

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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