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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끌어놓고 "실수였다" 탈퇴파의 오리발

브렉시트 충격에 빠진 영국이 탈퇴파의 사기성 공약 논란으로 또 다른 혼돈에 휩싸였다. 1700만 명 넘는 유권자의 지지를 얻은 탈퇴 공약이 거짓·왜곡이었다는 사실이 들통나면서다. 탈퇴파 정치인들은 말을 바꿔가며 발뺌하고 나섰다.

발단은 개표 마감 직후인 24일(현지시간) ITV의 ‘굿모닝 브리튼’에 출연한 독립당(UKIP) 나이절 패라지 대표였다. 방송은 탈퇴파가 주장한 브렉시트 혜택에 관한 것이었다. 패라지와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 등은 브렉시트로 영국의 EU 분담금을 영국인 복지에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존슨은 ‘우리는 매주 3억 5000만 파운드(5500억원)를 EU로 보낸다. 그 돈을 국민보건서비스(NHS)에 지원하자’는 문구가 적힌 버스를 타고 유세를 다녔다.

그러나 패라지는 방송에서 “(공약 이행을) 보장할 수 없다.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잡아 떼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 언론은 패라지가 BBC에 출연해 “EU에 보내는 돈은 3억 5000만 파운드보다 훨씬 많다. 그 돈을 병원과 지역 보건에 써야 한다”고 주장한 영상을 확인했다. 탈퇴파인 이언 던컨 스미스 전 고용연금장관도 “분담금의 큰 몫을 의료서비스에 쓰자는 얘기였다”고 물타기 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사실 확인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전문가의 우려를 공포 전략이라 폄하하던 탈퇴파가 자신들의 장밋빛 약속을 내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말을 바꾼 탈퇴파 정치인은 한둘이 아니다. 국방장관을 지낸 보수당 하원의원 리암 폭스는 “투표 전 얘기한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탈퇴파의 핵심 공약인 이민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존슨은 “EU에 잔류하는 한 이민자를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도 “브렉시트로 2020년까지 이민자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의회 의원이면서 브렉시트를 옹호한 다니엘 한난은 BBC에 “이민자가 0이 되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터에는 "내가 원한 건 이민 감소가 아니라 엄격한 관리였다”고 썼다.

그렇다면 이들의 공약은 애초에 실현 가능했을까. NYT에 따르면 모두 거짓·왜곡이거나 불가능이었다. 신문은 영국의 분담금이 3억 5000만 파운드가 아니라 1억 5000만 파운드(2380억원)라고 전했다. 회원국들이 분담금 중 일부를 각종 보조금으로 돌려받기 때문이다. 이민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노르웨이 등 비회원국도 EU 단일시장 접근을 위해 국경 통행의 자유를 인정하는 마당에 무역 혜택을 원하는 영국이 이민자를 막을 도리는 없다는 것이다.

거짓 공약은 벌써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 56.5%가 탈퇴에 표를 던진 잉글랜드 남서부의 콘월 주의회는 “EU 만큼 정부가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콘월은 지난 15년간 EU로부터 13억 달러(1조 5000억원)를 보조 받았다. 2020년까지 5억 5000만 달러(6500억원)를 더 받을 예정이었다.

NYT는 탈퇴파가 ‘공약(空約)’을 남발한 이유에 대해 “많은 이들은 질 거라 예상했고, 일부는 투표를 국가의 미래를 건 중대사가 아니라 보수당 알력 다툼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존슨 전 시장이 공약에 대해 발언하지 않고 있지만, 만약 총리가 된다면 믿었던 유권자의 반발을 부르지 않고 EU탈퇴 작업을 해야 하는 숙제를 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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