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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만점의 골프대회 우승 트로피] 스페인 제독의 투구 본뜬 ‘정복자 헬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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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클래식투산의 우승 트로피는 과거 스페인 제독이 썼던 투구를 본뜬 ‘정복자 헬멧’이었다. 2005년 우승자인 제프 오길비가 투구를 쓰고 있다.

골프대회에서 챔피언이 차지하는 것은 엄청난 상금과 우승 인터뷰, 박수갈채 그리고 트로피다. 계좌로 입금되는 상금은 아내의 몫이고, 환호성은 며칠 후에는 사그라들지만 트로피는 영원히 남아 그가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였음을 입증한다. 다양한 스폰서가 붙는 골프대회마다 트로피 역시 개성 만점을 자랑한다.

챔피언들의 이름 새긴 US오픈 트로피
모로코 대회에선 남자에게 검 수여

‘명인열전’이라 불리는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서는 우승자에게 그린재킷을 선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린재킷은 우승자가 1년 동안 보관하다가 다음해 오거스타내셔널에 반납해야 한다. 마스터스 기간에만 꺼내 입을 수 있다. 오거스타내셔널 클럽하우스를 본뜬 미니어처 트로피는 다르다. 우승자는 은으로 된 트로피를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

역시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선 1895년 호레이스 롤린스가 처음 받은 트로피가 1946년 탬오샌터 골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불타버려 이후 복제품을 사용했다. 오늘날의 트로피는 1986년에 잘 깨지지 않는 재질로 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순회배(巡廻盃)인만큼 트로피에 새로운 챔피언 이름을 새겨서 보관하게 하다 이듬해 새 챔피언에게 넘겨준다.

브리티시오픈은 ‘컵’ 아닌 ‘주전자’ 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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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우승 트로피는 순회배(巡廻盃)로 트로피에 새로운 챔피언 이름을 새겨서 보관하게 하다 이듬해 새 챔피언에게 넘겨준다.

영국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서 챔피언은 클라렛저그(Claret Jug)를 트로피로 받는다. 은으로 만든 주전자는 프랑스 보르도산 적포도주를 담는 술주전자라는 뜻이다. 재미난 사연이 있다. 초창기 브리티시오픈 우승자는 빨간 벨트를 받았다. 1870년 영 톰 모리스가 3년 연속 우승하면서 벨트를 영구적으로 보관하게 됐다. 하지만 이듬해 주최 골프장인 프레스트윅은 돈이 없어 벨트를 만들지 못했고, 결국 대회가 무산되고 만다. 결국 1873년부터 대회장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로 옮기면서 벨트 대신 클라렛 저그를 수여하는 방식을 처음 도입했다.

상금 기증자나 기부자의 이름에서 유래한 트로피도 있다. 미국프로골프(PGA)챔피언십 트로피는 ‘워너메이커컵’이란 별칭이 붙어있다. 백화점 재벌이자 대통령 후보로도 나왔던 로드맨 워너메이커가 1916년에 1회 대회 개최를 기념해 2500달러를 상금으로 기부하고 트로피를 기증한 데서 유래한다.

미국과 유럽 간 팀 대항전인 ‘라이더컵’도 기증자인 새뮤얼 라이더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씨앗장사(종묘업)로 큰 돈을 번 라이더는 50세에 은퇴한 후 골프경기를 관람하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1926년 브리티시오픈을 앞두고 영국의 에이브 미첼과 전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조지 던컨이 한 팀이 되고 미국의 월터 하겐, 짐 바네스가 팀이 되어 이벤트 매치를 벌였다. 라이더는 그 경기에 감명받아 250파운드를 들여 황금 트로피를 제작했다. 그리고 그가 가장 좋아했던 미첼의 어드레스 자세를 트로피 맨 위에 조각해 넣었다. 양국 간 공식 골프대회는 이듬해 열리게 되었고, 격년제로 대서양을 오가며 열리는 팀 매치로 발전했다. 현재 영국 팀은 유럽 팀으로 확대돼 대륙 매치가 됐다.

미국과 유럽의 팀대항전으로 여자 프로골프의 라이더컵이라고 할 수 있는 ‘솔하임컵’은 핑골프의 창업자인 카스텐 솔하임이 1990년 첫 대회에 스폰서가 되고 트로피를 희사하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이 밖에 영국과 미국의 남자 아마추어 팀 대항전인 ‘워커컵’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조부였던 조지 워커 당시 미국골프협회장의 이름을 따서 넣었다.

오늘날 세계 6개 투어의 우수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총 상금 950만 달러의 빅매치인 월드골프챔피언십(WGC) 4개 대회에는 골프 전설들의 별칭이 붙어 있는 도자기를 트로피로 선사한다. 캐딜락챔피언십(진 사라센컵), 델매치플레이(월터 하겐컵), HSBC챔피언십(올드 톰 모리스컵)이 그렇다. 여기에 6월 말에 열리는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은 ‘게리 플레이어컵’으로 살아있는 선수의 이름을 걸어둔 게 특이하다. 6개 투어를 상징하는 의미로 남아공 출신의 플레이어가 트로피 이름으로 들어간 것이다.

상금 기증자 이름 본뜬 트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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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하산2세트로피와 레이디스 유럽투어(LET) 랄라메리엄컵에서는 남자에게는 검을, 여자에게는 보석 핸드백을 트로피처럼 수여했다.

한국에도 설립자의 이름을 딴 국제 대회 컵이 있다. 지난 2002년부터 클럽나인브릿지에서 2년마다 개최하는 명문 골프장 클럽챔피언들의 팀매치인 월드클럽챔피언십(WCC)의 트로피는 대회 설립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이름을 따 ‘제이리컵’이라고 부른다.

트로피는 모두 들어올리기만 하는 게 아니다. 뒤집어 쓰기도 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열리던 크라이슬러 클래식투산의 우승 트로피는 과거 스페인 제독이 썼던 투구를 본뜬 ‘정복자 헬멧’이었다. 우승 시상식이 마무리 될 때까지 챔피언이 쓰고 있어야 했다. 스페인 톨레도에서 헬멧을 만들어와 1968년 조지 크누손이 우승할 때 처음 사용해 2006년 대회가 끝날 때까지 썼다. 이 대회에서 세 번 우승한 필 미켈슨은 1991년에 처음 우승할 때만 쓰고 다음에는 손에 들고만 있었다. 긴 얼굴이 더 길어보이기 때문이었는지 머리가 들어가지 않았는지 그는 옆구리에 끼고만 있었다.

그처럼 각 골프 대회의 트로피는 대부분 주최사나 골프장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수여한다. 예컨대 골프 장비 회사인 존 디어가 주최하는 존디어클래식의 트로피는 숫사슴이 뛰어오르는 존디어의 로고를 형상화한 청동 조각상이다.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CC에서 매년 열리는 퀴큰론스는 미국 국회의사당을 본뜬 트로피를 수여한다.

유러피언투어의 트로피는 좀 더 창의적이다. 지난 5월 모로코 수도 라바트 다르에스살람 골프장에서 열렸던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하산2세트로피와 레이디스유럽투어(LET) 랄라메리엄컵에서는 남자에게는 검을, 여자에게는 보석 핸드백을 트로피처럼 수여했다. 올해 우승자인 왕정훈은 모로코의 왕위 계승 2위인 몰레이 라시드 왕자로부터 검은 칼날이 S자 모양으로 휜 장식용 검인 칸자르를 트로피로 받았다. 모로코인들이 차고 다니던 이 검은 요즘 최고의 영광이나 신의를 뜻하는 선물의 의미여서 대대로 이 대회 우승자에게 수여된다.

스폰서의 특징 살려 만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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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미국 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은 코오롱이 공동 주최사이던 2009년까지는 우승자에게 전통 한복을 수여하고 이조백자 트로피를 전달했다. 2009년 우승자인 최나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주메이라골프리조트에서 열리는 유러피언투어 최종전인 DP월드투어챔피언십에서는 지구가 끝에 조각된 금도금 지팡이를 트로피로 받는다. 선박회사인 DP월드는 2009년에 대회를 창설하면서 선장의 지휘봉을 챔피언에게 수여했다.

2008년까지 열리고 없어졌지만 LPGA투어의 ADT챔피언십도 특이했다. 플레이오프 경기로 열렸는데 총상금 155만 달러 중 우승자는 8각의 플라스틱 박스에 100만 달러를 넣은 트로피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2004년부터 시즌 마지막에 ADT캡스챔피언십이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만원을 새긴 8각 플라스틱 박스는 상징물이고, 그것과 함께 은도금된 방패 트로피를 받는다. ADT의 전통 이미지는 따오지만 현찰을 수여하는 모양새는 피한 것이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미국 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은 코오롱이 공동 주최사이던 2009년까지는 우승자에게 전통 한복을 수여하고 이조백자 트로피를 전달했다. 2010년부터는 나무로 장승처럼 깎은 트로피에 그린재킷을 입히는 방식으로 간소화했다. 하지만 올해 처음 미국에서 열린 LPGA투어 볼빅챔피언십에서 한복이 다시 등장했다. 우승자 아리야 쭈타누깐은 화사한 한복을 입고 공 모양이 새겨진 판넬 트로피를 받았다.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먼싱웨어매치플레이에서는 데상트골프의 로고인 펭귄을 조각한 트로피를 수여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에서는 스폰서 기업의 상징 동물인 사자,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에서는 벌집 안에 있는 황금알을 트로피로 응용했다. KLPGA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서는 트로피에 맥주를 가득 따라서 원샷하는 세리머니를 하는 전통이 있다. 우승자가 챔피언퍼트를 성공시키면 동료 선수들이 뛰어나가 하이트 캔맥주로 세리머니를 해주기도 한다.

남화영 헤럴드스포츠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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