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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니아티쉬빌리의 날카로운 첫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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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등장하며 청중에게 키스를 보내는 연주자가 있었던가. 조지아 출신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키쉬빌리(29)가 그랬다. 24일 제임스 개피건이 지휘한 루체른 심포니와 협연하며 한국에 첫선을 보였다.

붉은 드레스가 강렬함을 더했다. 이따금 머리를 뒤로 젖히며 연주에 쉼표를 찍었다. 그녀가 연주한 그리그 협주곡은 22일 서울시향과 협연했던 보리스 길트버그의 그것과 대척점에 있었다. 길트버그가 내면을 향한 수렴이라면, 부니아티쉬빌리는 외향적 발산이었다.

부니아티쉬빌리의 실제 연주는 소니에서 발매된 넉 장의 음반을 통해 접했던 인상과 사뭇 달랐다. 훨씬 생동감 넘치고 살집이 풍성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오케스트라와의 접점이 약간 어긋나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는 모습도 경험이 풍부한 프로다웠다.

3곡이나 연주한 앙코르에서도 그녀의 스토리텔링이 돋보였다.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7번 3악장의 격렬하고 분방한 테크닉으로 청중을 고조시키더니 쇼팽 전주곡 4번으로 장내를 정화시켰다. 청중은 연주가 끝난 뒤에도 그녀의 손이 내려갈 때까지 기다리며 침묵을 지켰다. 부니아티쉬빌리는 서로의 긴장이 풀린 뒤 헨델 미뉴에트 G단조로 따스한 뒷모습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부니아티쉬빌리가 현재 세계 클래식계의 월드 스타임을 확인한 무대였다.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처럼 그녀는 청중의 사랑을 받는 법을 알고 있었다. 기획사측은 부니아티쉬빌리의 리사이틀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성사된다면 후년쯤 그녀와 피아노만을 볼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한편 베버 ‘오이뤼안테 서곡’에서부터 루체른 심포니의 음색은 귀에 쏙 들어왔다. 210년 전통 악단의 오래된 장맛이었다. 독일적인 엄격함이 주를 이루고, 금관과 목관이 그 사이를 부드럽고 밝게 띄웠다. 넉넉한 호흡을 자랑한 호른과 싱그러운 플루트는 연주회 내내 빛을 발했다.

단신의 지휘자 제임스 개피건의 온몸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가끔은 춤을 추는 듯했다. 동작에 비해 효율은 떨어지는 지휘였다. 장신의 악장 카밀라 크욀을 비롯한 단원들은 그에 부응하며 숫자에 비해 큰 음량을 내줬다. 협주곡의 반주도 성의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브렉시트’로 세계가 들썩인 날, 이들은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영국’을 연주했다. 악보가 런던 노벨로 출판사에서 나와서 붙은 별명이다. ‘드보르자크의 전원’이라는 별명답게 3악장에서 보헤미아적인 아련함이 절정에 달했다.

개피건과 루체른 심포니는 앙코르로 역시 드보르자크의 ‘아메리카 모음곡’ 5악장 알레그로와 4악장 안단테를 이어서 들려주었다.

벨 소리가 두 번 울리기는 했지만 악장 간 박수는 전혀 없었다. 곡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성숙한 청중 매너가 돋보인 공연이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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