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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카톡 연애 즐기다 돌연 ‘읽씹’ 대화창 나가면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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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회사원 이모(32·여)씨는 지난달 소개팅에서 만났던 오모(35)씨를 떠올리면 아직도 어리둥절하다. 첫 만남 이후 둘은 밤낮으로 카카오톡(카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출근 잘 했어요?” “점심 메뉸?” “오늘은 일찍 퇴근해요?” 등 그의 메시지는 달콤한 위로가 됐다.

그 사이 두 사람이 직접 만난 건 세 차례였다. 나머지 시간엔 대부분 카톡으로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씨는 그에게 호감을 느껴 몇 차례 ‘선톡’(먼저 카톡 보내기)도 했다. 카톡을 주고받는 횟수가 늘어나자 오씨는 “말 놓아도 돼? 오빠라고 불러줘”란 카톡까지 보냈다.

그런데 세 번째 만남 바로 다음 날 문제가 터졌다. “나 헬스장 갔다가 출근해” 란 오씨의 카톡에 그녀는 성의껏 답을 보냈다. 하지만 상대방은 아무리 기다려도 카톡을 보지 않았다. “도대체 왜?”란 생각에 그녀는 일주일 동안 밤잠을 설쳐야 했다. 그는 아직도 카톡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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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구모(28)씨도 올해 초 소개팅에서 마음에 쏙 드는 여성을 만났다. 첫 만남 후 구씨는 수시로 카톡을 보냈다. 그러면 그녀는 늦어도 20분 내에는 답을 보냈고, 두 번째 만남 뒤에는 ‘선톡’도 했다. 구씨는 그녀도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 데이트도 분위기가 좋았다. 그래서 그녀와의 행복한 연애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곧 무너졌다. 데이트 뒤 구씨가 보낸 카톡을 그녀는 두 시간이나 지나서야 확인했고 답도 보내지 않았다. “오늘 아침 하늘이 참 맑아요.” 다음 날 또 카톡을 보냈지만 이번에도 ‘읽씹’(카톡 읽고도 답 안 하기)을 당했다.

그걸로 둘의 사이는 끝났다. 왜, 어떤 이유인지 그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후유증까지 얻었다.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늦게 답하면 불안해요. 또 내가 노력한 만큼 상대방이 바로 반응이 없으면 ‘또 안 되는구나’하고 금세 포기해 버리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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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으로 만남을 이어가다 카톡으로 결별하는 이른바 ‘카톡 연애’가 늘고 있다. 카톡 연애는 특히 결별이 무척 간단하다. 상대방의 당황한 얼굴을 마주 대하거나 전화를 통해 전해오는 슬픈 목소리를 들을 필요도 없다. 그저 ‘읽씹’이나 ‘대화창 나가기’만 하면 끝이다. 전화 통화는 서로 익숙하지 않은 탓에 거의 시도하지 않는다. 그만큼 ‘연애’와 ‘만남’의 무게도 가벼워지고 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즉흥적이고 단편적인 모바일 채팅은 요즘 연애에 최적화된 소통 도구로 자리매김했다”며 “서로의 인생을 깊이 있게 공유하기보다 카톡을 통해 단편적인 정보와 감정을 즉각적이고 빈번하게 나눌 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30대 미혼 남녀 중 상당수가 카톡을 통한 일방적인 결별을 경험했다. 중앙일보와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20~30대 미혼 남녀 41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3.6%인 304명이 ‘소개팅 상대와 두 번 이상 만난 뒤 갑자기 연락이 끊겨 결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결별 방식이다. 10명 중 9명이 카톡을 통해서였다. ‘카톡 읽고 답 안 하기(읽씹)’가 43%로 가장 많았다. ‘카톡 확인 안 하기’도 30.8%나 됐다. 아예 ‘상대방과의 카톡 연결을 차단’하는 경우는 12.2%였다. ‘상대방과의 카톡창에서 나가기’도 4.9%였다.

반면 ‘전화 안 받기’는 8.5%에 불과했다. ‘왜 결별을 카톡에 의지하느냐’는 질문엔 응답자의 41.4%가 ‘거절의 말을 하는 게 불편해서’라고 답했다. 또 24.4%는 ‘(읽씹이나 확인 안 하기가)가장 확실한 거절의 의미라고 생각해서’라고 응답했다. 카톡이 끊기면 만남도 끝난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다.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그만 만나자”란 말을 건네던 방식은 이젠 구식이 돼 버린 것이다. 회사원 김모(30)씨도 최근 만났던 소개팅남과의 연락을 끊었다. 물론 카톡을 통해서다. 상대방이 회사에서 겪는 힘든 일들을 시도 때도 없이 카톡으로 하소연하는 게 싫어서였다.

작가 겸 연애컨설턴트인 송창민씨는 “과거엔 연애 관련 상담의 주제가 대부분 데이트에서 생기는 문제였지만 요즘엔 주로 카톡을 통해 일어나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연애 상담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상대방이 보낸 카톡의 숨은 뜻을 해석해 달라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엔 카톡 내용 분석 애플리케이션도 인기다. 텍스트, 이모티콘, 응답 시간 등을 입력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해석해 주는데, 다운로드 수가 50만 건이나 된다. 카톡창을 캡처해 단톡방(단체 카톡방)에 올리고 ‘심사’를 요청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만남과 결별이 카톡을 통해 쉽게 이뤄지는 데는 팍팍한 현실도 한몫한다고 진단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래가 불안정하다 보니 시간과 돈을 들여 만나고 마음을 주고받기보다 일시적인 외로움을 달래 줄 수 있는 카톡 메시지로 서로의 마음을 읽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톡 등 온라인 대화에만 의지하다 보면 현실 세계에서의 의사 소통에 서툴러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경아 교수도 “카톡은 행복한 연애 감정을 선사하는 좋은 도구이지 만남의 중심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3명 중 1명 결별 이유 "내 스타일 아니어서"

소개팅에서 만난 남성과 여성의 연락이 왜 갑자기 두절되는 걸까. 중앙일보와 듀오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다양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만날수록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가 3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치관, 조건 등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을 발견해서’(23.8%), ‘연인 관계로 발전하기가 두려워서’(15%), ‘지속될수록 처음에 느낀 좋은 감정이 안 들어서’(10.4%) , ‘그냥 다 귀찮고 싫어져서’(6.8%), ‘상대가 너무 튕기는 것 같아 홧김에’(5.9%), ‘만나는 다른 이성이 생겨서’(1.3%) 등의 순이었다.

이런 이유로 갑작스러운 결별을 당한 경우 남성과 여성의 반응도 차이가 났다. 남성은 ‘불쾌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27.9%)가 다수인 반면 여성은 ‘내가 매력이 없는 것 같아 자신감이 떨어졌다’(29.1%)는 답이 많았다.

듀오의 권현정 커플 매니저는 “과거엔 세 번쯤 만나면 사귈 확률이 높았지만 요즘엔 아니다”며 “만날수록 상대방에게서 나와 맞는 부분을 찾으려고 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이래서 너와 나는 안 돼’란 생각을 많이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서로 금전적·감정적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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