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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Behind & Beyond] 현충원서 “의~리” 외친 배우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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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 전 현충일을 앞두고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배우 김보성을 인터뷰한다는 취재기자의 연락이 왔다.

사람 북적거릴 게 뻔한 금요일의 현충일이었다.

취재기자에게 왜 하필 그곳이냐고 물었다.

“호국영령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현충원에서 만나야 한다”고

그가 통보해 왔다는 게 취재기자의 답이었다.

답을 듣는 순간 웃음이 났다.

이내 웃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현충일의 현충원에 가본 적이 없었다.

언제부턴가 하루 쉬면서 태극기를 건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호국영령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현충원에서 만나야 한다”는 얘기에

나온 웃음, 속없는 웃음이었다.

그나마 김보성 덕분에 처음으로 간 현충일의 현충원, 인산인해였다.

더구나 날씨는 섭씨 30도가 넘었다.

온몸이 땀 범벅 되는 유월의 땡볕,

검은 정장 차림에 검은 선글라스를 낀 그가 멀리서도 한눈에 띄었다.

그 많은 사람 중에 홀로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그가 있는 쪽으로 갔다.

인사를 나눴다.

정장을 입고 검은 넥타이까지 갖춰 맨 그는 비 오듯 흐르는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그에게 물었다.

“덥지 않으십니까?”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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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려 나섰다.

나서자마자 한 꼬마가 달려왔다.

그 꼬마가 “의~리”라 말하며 특유의 액션을 취하자 그도 즉시 “의~리”라 답했다.

뒤따라 온 꼬마의 부모가 기념 촬영을 부탁했다.

그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때부터 사달이 났다.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죄다 기념사진을 찍자고 다가왔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주머니, 아저씨, 학생들까지 “의~리”를 외치며 다가왔다.

매니저도 없이 혼자 온 그이기에 상황을 통제해 줄 사람도 없었다.

비 오듯 땀을 흘리면서도 일일이 기념 촬영에 응해주는 그를 말려야 했다.

20여m 떨어진 곳에 태극기를 빼곡하게 매단 나무 조형물이 보였다.

그의 팔짱을 끼고 납치하듯 나무 조형물 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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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그가 특유의 포즈를 취했다.

그 순간에도 어떤 사람이 “의~리”라 외치며 달려와 그의 옆에 섰다.

그도 “의~리”라며 기념사진 촬영에 응했다.

그 순간 ‘의리’라는 단어가 지긋지긋했다.

그런데 어렵사리 촬영을 마치고 현충원을 나서며

나도 모르게 “의~리”라 외치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도 씩 웃으며 답했다.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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