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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전쟁터 한 줄기 빛이었던 ‘진중문고’

기사 이미지
전쟁터로 간 책들
몰리 굽틸 매닝 지음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336쪽, 1만5000원

1925년 출판된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작가가 사망한 1940년까지도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한 실패작이었다. 하지만 1945년 ‘진중문고(Armed Services Editions)’에 편입되면서 군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미국의 문학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진중문고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가 군인들에게 보급한 책이다. 1943년부터 4년 동안 1억2000여 권을 전장의 군인들에게 전달했다.

진중문고의 계기는 나치 독일의 ‘책 학살’이었다. 1933년 독일 총리가 된 히틀러는 ‘비독일적’인 책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여기에 분노한 미국 사서들이 참전 미군들에게 책 보내기 캠페인을 벌였고, 미국 정부와 출판계가 이를 이어받아 진중문고 사업을 추진했다. 지옥 같은 전쟁터에서 진중문고는 군인들에게 한 줄기 빛이었다. 군인들은 포탄을 피해 들어간 참호 속에서, 정찰 비행기 안에서, 노르망디 상륙 작전 명령을 기다리면서, 야전 병원의 침대 위에서 책을 읽었다. 그들에게 책은 오락거리였고, 신경안정제였으며, 나치와 맞서 싸우는 사상전의 무기가 됐다.

책의 저자인 몰리 굽틸 매닝은 미국의 변호사다. 어느날 자료 수집을 위해 한 출판사의 기록보관소를 뒤지다 진중문고의 존재를 알게됐고, 그 역사를 꼼꼼하게 되살렸다. 그야말로 “칼보다 강했던 펜의 이야기” 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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