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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동성애자끼리 우정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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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라이프 1,2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권진아 옮김, 시공사
각 권 620, 436쪽
각 권 1만4800원

소설 『리틀 라이프』가 영미권에서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낼까. 문화인류학이나 문학사회학적으로 흥미로운 관찰 거리다.

이런 내용이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추정되는 네 명의 동창생들이 ‘야망과 무신론’으로 상징되는 뉴욕으로 진출한다. 가난한 동네에 살며 아르바이트로 성공에 필요한 연명 자금을 마련하지만, 이야기가 30여년에 걸쳐 펼쳐지는 가운데 건축가·배우·화가·변호사로 모두 다 성공한다. 최고급 식당에서 식사하는 명사가 된다. 네 명 중에서도 진짜 주인공은 수학적인 능력이 뛰어난 변호사 주드(Jude)다. 잘 생겼으며 총명하고 겸손하며 자석 같은 매력을 지녔지만 뭔가를 감추고 있다.

과거의 장면 한 장, 한 장이 그를 공격한다. 쓰레기 더미에 버려졌던 주드는 자신의 부모뿐만 아니라 자신 유전자의 인종 구성조차 모른다. 그는 수도원의 사디스트 수사들에게 길들여져 자기학대에 빠진다.

불편한 책이다. 까다로운 질문을 던진다. ‘성적으로 서로 끌리는 이성 간에 우정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동성애자들에게 적용시키면 어떤 답이 나올까. 가정이 해체되고 신(神)을 비롯해 아무 것도 믿지 않는 시대에 우정은 대체재로서 믿을 만한가. 가정이나 종교처럼 우정도 제도화될 수 있을 것인가.

시대적 배경은 영원한 현재다. 뉴스와 무관한 세계다. 그 어떤 시대적 사건도 인물도 작품 속에 등장하지 않는다. 독자들은 첨단 기술도 전혀 중요하지 않은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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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라이프』는 고통을 다룬 책이다. 뭉크의 ‘절규’가 표상하는 고통의 정도를 넘어선다. [중앙포토]


영미권에서는 모든 주요 매체가 『리틀 라이프』를 극찬하는 서평을 쏟아 냈다. ‘독서계를 강타한 책’이라는 촌스러운 상투적 표현이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것이다. 작가 한강 덕분에 유명해진 맨부커상을 지난해에 거의 받을 뻔 했다. 펑펑 쏟아지는 눈물을 닦아내느라 여러 번 읽기를 멈춰야 한다.

이 책은 ‘고통물’에 속한다. 구타·자해 등 많은 잔혹한 장면이 잊을만하면 나온다. 마음 약한 사람은 읽으면 안 되는 책이다. 그럼에도 계속 읽게 된다. 밤을 새워서라도. 영문판 920페이지, 한글판 1056페이지 분량이지만 ‘아쉽다. 더 길었으면 좋았겠다’는 독자 평가도 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 적절히 둔감할 수 없다면 우리 심장은 터져버릴 것이다. 『리틀 라이프』는 남의 고통을 내 것으로 삼도록 생생하게 전달한다. 저자의 글재주에 한참 ‘농락’당하다 보면, 어차피 꾸면 낸 이야기에 지나치게 감정 투자를 했다는 자각은 뒤늦게 찾아 온다.

한국 독자들에게 외면 받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 책은 ‘본격적인 게이 소설’이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 시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동성애가 죄도 아니고 질환도 아니고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수십 년 걸친 논란 끝에 다수 서구인들은 프로이트의 말에 동조할 것이다. 우리는? 프로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사랑할 때만큼 고통으로부터 무방비 상태인 때는 없다.” 고통 없는 사랑은 없지만, 사랑 없이 삶의 고통을 이겨낼 수 없다. 우정은 사랑을 대체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이 책으로 단숨에 주요 미국 작가의 반열로 뛰어 오른 저자 한야 야나기하라는 1975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18개월만에 『리틀 라이프』를 끝냈다. 그는 명성 높은 여자대학인 스미스칼리지를 졸업했다. 뉴욕타임스의 스타일 매거진인 T의 부편집장이다. 서울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역자 권진아는 『근대 유토피아 연구』로 박사학위 받고 같은 대학 기초교육원 강의 교수로 일하고 있다.
 
맞아서 기절할 때 행복 느끼는 주인공의 심리학 코드는

이 책은 심리학·정신의학에서 ‘사기꾼’ 취급을 당하고 있는 프로이트의 위상이 문학에서는 건재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사람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의 기억을 무의식으로 추방한다. 어쩌면 극한의 고통 기억은 무의식마저도 피난처로 삼을 수 없다. 『리틀 라이프』의 주인공 주드는 죽도록 맞다가 의식을 잃을 때 행복했다.

프로이트는 “모든 생명의 목표는 죽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간에게 삶을 이끄는 에로스(Eros)가 명멸을 꿈꾸는 타나토스(Thanatos)보다 강하다고 봤다. 에로스가 더 강하기에 극소수의 사람만 삶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한다. 다수는 모르는 지극한 고통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그들의 고통과 공감할 기회를 제공한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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