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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을 적신 책 한 권] 알파고·가상현실 등장으로 당신의 미래가 걱정된다면

기사 이미지
기술의 충격
케빈 켈리 지음
이한음 옮김, 민음사
491쪽, 2만5000원

이른바 ‘알파고 쇼크’ 이후에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인공지능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지 않을까?” “유전자 조작을 통해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면 부자들만 그런 혜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를 달릴 때 누군가가 전자장치를 해킹하면 무기로 돌변하지 않을까?” “카메라를 단 드론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세계에서 우리는 안전할까?” “사물 인터넷이 시작되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빅브라더가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가상현실이 현실화 되면 섹스 산업만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물론 이런 의문들은 모두 중요한 물음들이며 해당 기술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늘 신경을 써야 할 주제들이다. 가령 어떤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고도의 의사결정을 하는 알고리즘은 개발하지 말자고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업에서는 해킹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집중할 수도 있다. 섹스를 제외한 다른 콘텐트를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가상현실 팀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위에서 테크놀로지가 진화하는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다면 어떨까?

세계 최고의 테크놀로지 문화 잡지인 ‘와이어드(WIRED)’의 창간자이며 초대 편집장을 지낸 저자는 이 책에서 진화의 관점으로 기술의 ‘빅픽처’를 그렸다. 그는 기술 진화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테크늄(technium)’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창안했는데, 이것은 “하드웨어를 넘어서 문화·예술·사회제도와 모든 유형의 지적 산물들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는 이 테크늄이 마치 생명체처럼 진화하며 무언가를 ‘원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것은 테크늄이 의식을 가졌다는 말도, 무언가를 실제로 신중하게 원한다는 뜻도 아니다. 테크늄이 일종의 경향성을 가진다는 뜻이다. 즉 호모 사피엔스가 만들어낸 기술 체계는 어떤 추세를 가지고 진화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통찰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테크놀로지 철학자인 저자가 밝히고 있는 테크놀로지의 추세는 예컨대 효율성의 증가, 복잡성의 증가, 다양성의 증가, 상호 의존성의 증가, 진화가능성의 증가 등이다. 그는 마치 진화생물학자가 지구 생명체의 변화 패턴을 찾아내듯 테크놀로지의 변화 추이와 그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도발한다. “이런 추세를 피할 수 없다”고.

어떤 독자들은 이것이 웬 철지난 ‘기술 결정론’이냐고 비판할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테크놀로지가 만들 디스토피아에 대한 경고장이라고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용자의 관점이 아닌 기술 시스템 자체의 관점에서 책의 원제목처럼 ‘기술이 원하는 것(What Technology Wants)’에 귀를 기울여본 그의 시도는 기술 발전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꼭 필요한 밑바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큰 생각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산업계가 함께 읽어야 할 책이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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