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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냉전 프레임 걷어낸 6·25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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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냉전시대 최초의 열전
베른트 슈퇴버 지음
황은미 옮김, 한성훈 해제
여문책, 324쪽, 1만7000원

한국전쟁은 논란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6·25전쟁이냐 한국전쟁이냐는 명칭 논란에서부터 전쟁의 발발 책임, 민간인 학살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곳곳이 지뢰밭이다. 벌써 67년이나 됐다. 처음부터 이데올로기 전쟁의 성격이 강했지만 지금도 계속된다. 그런 이유로 한국전쟁 서적은 출간 시점을 살펴봐야 한다. 이 책의 원서는 2013년 독일에서 나왔다. 분단 국가였던 독일 출신의 저자 베른트 슈퇴버(55)는 현재 포츠담대학 역사학 교수다.

저자는 『냉전이란 무엇인가-극단의 시대 1945~1991』 『공산주의로부터의 해방-냉전기 미국의 해방정책 1947~1991』 등을 이 책에 앞서 펴냈다. 냉전 시대 전문가인 저자는 한국전쟁을 10년 정도 공부하고 이 책을 냈다. 2000년대 이후 이 책을 구상한 셈이다. 냉전 해체와 함께 소련과 중국 등 사회주의권의 비밀 문서들이 공개된 이후의 작업이다.

새롭게 공개된 문서들은 적어도 2가지 논란은 해소할 수 있게 했다. 하나는 전쟁을 누가 일으켰나 하는 것이다. 냉전 시대에는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냉전 이후 공개된 문서들은 김일성이 1949년 3월 모스크바의 스탈린을 찾아가 무력 도발을 논의했으며, 중국의 마오쩌둥과 함께 3자가 긴밀히 공모하다가 1950년 1월 스탈린이 전쟁을 결정하는 과정을 드러내 보였다. 이 책은 그 점을 분명히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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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발발 닷새 전 미국 국무장관 고문 존 포스터 덜레스가 38선을 시찰하는 모습. 북침 주장의 근거로 악용된 사진이다. [사진 여문책]


또 하나는 분단의 책임 문제다. 1970~80년대 나온 사회과학책에서 분단의 책임을 이승만의 정읍발언(1946년 6월)에 돌리곤 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하지만 90년대 공개된 문서들은 1945년 후반부터 북한에서 소련과 김일성의 지휘 아래 사회주의 국가 수립이 진행되었음을 보여 주었다. 이 책에서 이런 논란은 아예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협력 관계였던 미국과 소련이 전후 국제질서의 패권을 놓고 대립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북한과 남한에서 각기 두 강대국의 입맛에 맞는 국가 수립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한국전쟁을 “냉전시대 최초의 열전”이라고 규정하면서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미국과 소련이 벌인 크고 작은 분쟁들을 함께 서술하고 있다. 한국전쟁에는 내전과 국제전의 성격이 모두 있는데 이 책에서 부각되는 것은 국제전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남한에서 진행된 토지개혁의 긍정적 성과에 대한 연구가 새롭게 나오고 있음에도 전혀 반영이 안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저자의 전반적 관점을 기존의 전통주의, 수정주의 같은 냉전시대의 범주로 묶을 순 없을 것 같다.

이데올로기 논란을 벌이다 그동안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전쟁의 속살’을 돌아보게 하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주로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청년이었던 미군 병사들이 전투를 치르며 겪은 공황심리, 군대 내 인종차별과 전쟁포로 문제 등 지금까지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개인적 이슈’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한국전쟁, 서독 경제 부흥의 지렛대 역할

일본의 경제부흥과 군사적 재무장이 한국전쟁 이후 가능했다는 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일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계가 영향을 받았다. 특히 서독은 한국전쟁이 없었다면 그렇게 빨리 재무장을 하지 못했을 것이고, 경제도 그렇게 ‘전설적 도약’을 하지 못했으리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소련이 지배하던 동유럽에서 한국전쟁 직후 북한을 지원해야한다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당시 동독도 유사했다. 서독은 전쟁의 두려움을 표출하면서 아데나워 수상을 중심으로 군대 재건을 추진했다. 침체됐던 서독 경제가 한국전쟁 직후 변화한 상황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 붐은 서독에서 제한 없이 생산력을 가동하도록 했다. 미국이나 다른 서방국가들이 군수품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더는 충당할 수 없게 되자 서독이 생산력을 가동해 필요한 군수품을 생산해냈다.”(200쪽)

서독의 무역은 1952년 두 배로 늘었다. 우리가 놓쳤던 세계사적 시야, 한국전쟁이 전세계에 미친 결과를 이 책은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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