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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냉·온탕만 반복하는 해외자원개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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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자원개발 공기업은 언제부터인가 국민에게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이 돼버렸다. 혈세 낭비, 도덕적 해이, 묻지마 투자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늘 따라다닌다. 최근 발표된 공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자원개발 공기업들이 무더기로 최하 등급을 받았지만 놀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시절 이들이 상위권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에 씁쓸해할 뿐이다. 지금의 해외자원개발은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사업 참여와 철수가 반복되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 있다. 잘못한 기관은 있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장기적으로 꾸준히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자원개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지금 같은 방식의 경영평가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은 자원빈국이다.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국가 차원의 에너지 자원 확보는 중국·일본·인도 등 공룡들과의 경쟁에서 최소한의 보험을 드는 것과 같다. 가격이 낮을 땐 국내에 도입되는 에너지 수입액이 감소해 국가 경제에 좋고, 높을 땐 도입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자원개발 수익을 늘릴 수 있다. 잘만 하면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일석이조의 사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정권의 호불호에 따라 자원개발 정책이 냉·온탕을 오갔다. 이러면서 자원개발 선순환 구조가 아닌 악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뀐 자원개발 정책은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연히 국민 불신이 커졌고 꾸준히 자원개발에 나설 명분과 추진력이 훼손됐다. 그럼에도 역대 정권은 내 임기에만 문제가 안 되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로 이를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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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개발 공기업의 특성을 외면한 획일적인 감사 및 평가,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가 대표적이다. 이는 자원개발 공기업 구성원을 영혼 없는 아바타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를 바꾸지 않고선 엇박자 해외자원개발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서로 비난만 하다 자원개발 골든타임을 놓친 손실은 모두 국민의 몫이 된다.

성공적인 자원개발은 자본이 탄탄한 대형 추진 기관이 철저한 공공성과 전문성·독립성을 보장받아야 가능하다. 대부분의 국가처럼 우리도 국영기업이 상당한 역할을 맡는 게 불가피하다. 이를 인정받으려면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 및 지원시스템 구축과 추진 주체인 공기업 스스로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부의 간섭과 통제로부터 독립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를 감추거나 나중에 문제가 안 되게 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려는 자세다.

자원개발의 고위험성과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사업체의 대형화는 당연하다. 전 세계 증시에 상장된 30대 대기업의 30~50%는 에너지 기업이다. 선순환 구조가 갖춰진 대기업만이 고수익성을 바탕으로 자원 가격의 큰 변동성을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메이저 석유회사로 자리매김한 프랑스의 토탈(Total), 이탈리아의 ENI, 스페인의 렙솔(Repsol) 등도 국영기업으로 시작해 대형화로 선순환 구조가 확립된 후 민영화가 이뤄진 경우다.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로 잘 알려진 포스코대우의 미얀마 가스전만 봐도 2000년대 초반의 저유가 시기를 포함해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업을 추진해 결실을 얻었다. 1990년 한국석유공사를 비롯한 국내 5개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10억 배럴 규모의 유전을 발견한 리비아 엘리펀트 광구는 97년 외환위기를 맞고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성공한 경우다.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 ENI는 이 광구에서의 탐사 시추가 잇따라 실패했는데도 프리미엄을 주면서까지 사업에 참여해 대형 유전을 발견했다. 한국 기업이었다면 실패와 이에 따른 비난이 두려워 생각도 못할 투자를 감행한 그들이 대단하다고 여겨질 뿐이다.

자원개발 공기업 구조 개편은 보다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 정권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치밀하게 해외자원개발 전략을 수립해 일관성을 갖고 추진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에너지 가격이 높을 때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가격 폭락 때 사업을 철수해 손실을 반복해 보는 고질적인 엇박자 투자의 악순환을 끊고 안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해 줘야 한다. 국민의 비난을 받고 골치 아프다고 문제를 외면하거나 문제 되는 조직을 없애버리는 단순한 사고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성공불 융자에 대한 오해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눈먼 돈 또는 대기업 특혜라는 비난은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 전체 사업비의 30% 미만을 지원하는 성공불 융자를 바라고 자기 돈 70%를 날릴 사업자는 없다.

에너지 독립은 국가적 차원의 긴 여정이다. 각 정권의 소임을 분명이 인식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익을 위해 올바른 해법을 찾으려는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하다. 실패보다 더 나쁜 건 거기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 일이다.

신 현 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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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