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이달의 예술-무용] 파리를 강타한 한국 춤의 향연

기사 이미지

장인주
무용평론가

콧대 높기로 유명한 파리지앵이 우리 춤에 열광했다. 이달 내내 프랑스 파리는 한국 춤의 열기로 뜨거웠다. ‘한·불 교류의 해’ 폐막을 장식한 한국 춤의 파노라마. 그 현장을 열흘간 지켜보았다.

79년 역사의 샤요 국립극장은 한국춤 다섯 편을 ‘포커스 코레’(6월 8~24일)로 묶어 소개했다. 국립현대무용단장 안애순의 ‘이미아직’, 안성수의 ‘혼합’, 이인수의 ‘모던 필링’, 김판선의 ‘오운 메가헤르츠’와 프랑스 안무가 조세 몽탈보가 연출한 국립무용단의 ‘시간의 나이’다. ‘시간의 나이’를 제외하고 샤요 측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골랐다. 2008년 무용 중심 극장으로 거듭난 샤요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한국 전통을 소재로 한 ‘이미아직’ ‘혼합’ ‘시간의 나이’는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는 파리지앵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르 몽드지 무용평론가 로지타 부아소는 “프랑스인은 일반적으로 한국의 K팝과 음식에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국의 전통을 소재로 한 작품에 많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국 예술가들은 동시대적인 시각으로 전통을 새롭게 분석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디디에 데상사요 국립극장장 또한 “한국의 춤에는 엘레강스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전통춤뿐 아니라 컨템퍼러리 댄스를 추는 무용수의 시선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한국 전통에서 우러나오는 독창적인 아름다움이다”고 설명했다.
 
기사 이미지

국립현대무용단의 ‘이미아직’ 파리 공연 장면. 삶과 죽음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사진 로랑 필립]


한국의 전통과 이국성(異國性)만을 강조했다면 이러한 극찬을 듣지는 못했을 것이다. 현대사회의 인간관계를 다룬 ‘모던 필링’과 전자악기 테라민을 소재로 한 ‘오운 메가헤르츠’가 증명하지 않는가. 파리의 관객은 소재의 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한국 안무가들의 작가정신과 작품의 완성도에 열광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 안에 담긴 한국인의 혼은 그 자체만으로 빛났다.

지난 18일 7시간 동안 진행된 ‘한국예술가와의 하루’ 프로그램에는 프랑스인 200여 명이 참가했다. 한국 전통무용을 직접 배우기도 하고, 판소리 공연과 리허설을 관람하고, 한국 춤에 대해 토론도 펼쳤다. 연령대도 1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했고, 하나같이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뛰어넘는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한국 문화에 매료됐다. ‘전통과 현대’ ‘한국과 프랑스’가 아닌 상호 간의 교류에서 빚어진 ‘새로운 춤’에 대한 기대가 컸고, 열린 마음으로 그것을 체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샤요극장 외에도 센생드니 국제안무대회에서는 이경은·김요셉·박상미 등을 소개했고, 테아트르 드 라 빌에서 열린 안무콩쿠르 ‘댄스 엘라지’(18일 예선, 19일 본선)에선 권령은이 3등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에서 500여 명이 참가한 경연에서 쾌거를 이루며 한국의 안무 실력을 널리 알렸다.

또 6월 한 달간 한국의 컨템퍼러리 댄스는 파리를 강타했고, ‘우리 춤의 세계화’가 이룩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역설적으로 ‘세계화’라는 강박감에서 벗어나 안무가 개개인의 개성을 발전시켜야 한다. 예술이 살아남을 길은 오직 독창성에 있기에 한류가 일시적 트렌드를 넘어 다양성의 상징어가 되기를 바란다.


장 인 주
무용평론가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