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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남티롤 신이 빚은 자연 건축물 돌로미티

이탈리아 최북단 남티롤(South Tyrol) 지방에 위치한 돌로미티 산맥(Dolomites)은 두 얼굴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야생화가 핀 들판이 끝없이 펼쳐진 여름에는 하이킹의 천국이 되고, 흰 눈이 뒤덮인 겨울이 되면 스키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 건축물이라고 극찬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이탈리아 내에서도 ‘축복의 땅’으로 불리는 남티롤의 매력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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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티롤의 돌로미티 일대에는 3000미터가 넘는 18개의 봉우리와 빙하, 드넓은 초원과 계곡이 어우러진 절경에 살기 좋은 전원마을들이 들어서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두 시간쯤 달렸을까. 확 달라진 창밖 풍경이 오랜 이동거리에 지친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마치 칼로 잘라놓은 것처럼 깎아질 듯한 암벽들.산등성이를 타고 늘어서 있는 포도밭. 도로 양옆에 펼쳐진 장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감상하고 있는 사이 어느덧 이탈리아 남티롤에 들어와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남티롤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위로는 오스트리아, 서쪽으론 스위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오스트리아에 속해 있다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에 통합돼 문화는 오스트리아에 더 가깝고, 주민의 70%는 이탈리아어가 아닌 독일어를 사용해 표지판마다 이탈리아어와 독일어가 함께 적혀 있다.

남티롤 지역이 유명한 이유는 이곳에 자리 잡은 돌로미티 산맥 때문이다. ‘돌로마이트(백운암)’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돌로미티는 3000미터가 넘는 18개의 봉우리와 41개의 빙하, 드넓은 초원과 계곡이 어우러진 곳이다. 이런 기이한 지형 때문에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돌로미티의 관문 도시인 볼자노(Bolzano)를 지나자 차는 본격적으로 산길로 접어들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면서 머리가 어지러울 때쯤 눈앞에 초록빛을 머금은 거대한 호수가 나타났다. 프라그세르 호수(Pragser Wildsee)다. 호수 뒤로는 우뚝 솟은 돌로미티 특유의 바위 봉우리들이 압도적인 위용을 뽐냈다. 산 중턱에는 5월 중순임에도 하얀 눈이 제법 쌓여 있고, 돌로마이트의 결정체들은 흰색과 갈색 등 각양각색의 빛을 드러내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l 바위 봉우리들과 신비한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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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마이트(백운암)’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남티롤의 돌로미티 산맥은 2009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호수에 가까이 다가서자 족히 100년은 넘어 보이는 통나무 선착장과 쪽배가 호수와 어울려 고즈넉한 풍경을 연출했다. 이탈리아 유명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이곳은 주말이 되면 현지인들로 더욱 붐빈다고 한다. 호수 옆으로 난 하이킹 코스를 따라 돌로미티로 향하는 등산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 호수에서 출발하는 총 150㎞ 길이의 ‘알타비아1 트레킹 코스’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해 가장 인기 있는 돌로미티 코스 중 하나라고 한다.

호수를 뒤로하고 남티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브릭센(Brixen)으로 발길을 돌렸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들어찬 평화롭고도 아담한 마을이다. 오랜 전통이 느껴지는 상점과 거리를 장식하고 있는 목각 인형들을 구경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한국의 제주도처럼 특별자치구로 분류되는 남티롤은 세금의 상당 부분을 자연환경을 지키는 데 쓸 정도로 청정한 자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어둠이 깔리고 골목 어귀에 있는 와인바에선 기타 연주와 함께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와인 한 잔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그들과 하나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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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티롤의 포도밭. 이탈리아 고급 와인 시장의 10%가 남티롤산이다. 2. 족히 100년은 되어 보이는 통나무 선착장. 호수와 어울려 고즈넉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l 사과와 와인, 치즈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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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짜렐라, 마스카포네, 리코타 치즈 등을 주로 생산해 판매한다.

남티롤을 여행하다 보면 가장 많이 마주치는 세 가지가 사과와 포도밭, 그리고 소떼다. 1300년 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알려진 남티롤 사과는 오래전부터 전 유럽에 걸쳐 명성을 떨쳐 왔다. 이 작은 지방에서 재배하는 사과가 유럽 전체 생산량의 10%를 차지한다.

남티롤 와인 역시 규모는 작지만 이탈리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믿을 만한 가벼운 맛을 자랑한다. 생산량은 이탈리아 전 지역의 0.3%에 불과하지만, 고급 와인 시장의 10%가 남티롤산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특히,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은 이탈리아 내에서 품질로 1, 2위를 다툰다고 한다. 특히 일본에서 이곳의 와인을 전매해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 .

소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서 한가로이 풀과 민들레 꽃을 뜯어먹고 있는 소떼를 보다 보면 남티롤 지방은 소들의 땅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남티롤 지역에는 5000여 곳의 농장이 있는데 평균 13마리의 소만 기를 정도로 전통적인 소규모 낙농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땅의 넓이에 따라 기를 수 있는 소의 수가 제한돼 있다고 한다. 남티롤 치즈가 유명한 것도 이렇게 청정 환경에서 자라는 소의 우유를 매일 공급받아 만들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은 우유를 ‘화이트 골드’라고 부를 정도로 우유와 치즈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9곳의 유제품 협동조합이 있는데 모짜렐라, 마스카포네, 리코타 치즈 등을 주로 생산한다. 특히, 우유의 질과신선도가 생명인 모짜렐라 치즈는 이 지역의 대표 치즈 중 하나다.

“좋은 모짜렐라 치즈일수록 탱탱한 식감과 함께 우유의 촉촉함이 느껴지고, 짠맛의 정도가 균형잡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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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주택과 현대적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평화롭고도 아담한 마을 모습.


l 19개 미슐랭 레스토랑 몰려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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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남티롤은 미슐랭 레스토랑만 19개나 있는 맛의 천국이다. (우) 나무 도마 위에 빵과 치즈를 얹고, 그 위에 스펙을 얇게 잘라서 수북하게 쌓았다.

훌륭한 식재료가 많이 나오는 남티롤은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인들도 인정하는 맛의 천국이다. 인구는 50만 명에 불과하지만 미슐랭 레스토랑은 19곳이나 된다. 맛집의 밀집도로 따지자면 이탈리아에서도 최고다. 현지인의 소개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인 ‘틸리아(Tilia)’를 찾았다. 오스트리아 국경에 인접한 도비아코(Dobbiaco)에 있는 이 레스토랑은 고전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옛 그랜드 호텔의 앞마당에 현대식 유리 건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셰프인 크리스 오베르하머가 마스카포네 크림 위에 빵으로 만든 덤플링을 올린 요리를 가지고 나왔다. “요리에 쓰는 치즈를 고를 때 우유를 생산한 농장까지 직접 가본다”는 그의 말에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싶다.

간단한 점심 한 끼를 즐기고 싶다면 푸르(Pur)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깨끗하다’는 뜻의 푸르는 남티롤 지역에서 생산한 식재료와 음식만을 파는 식료품점이다. 현재 볼차노와 메란, 브루넥 등 3곳에 지점이 있다. 이곳에 가면 나무 도마 위에 빵과 치즈를 얹고, 그 위에 스펙(Speck, 돼지 뒷다리를 훈제한 뒤 숙성시킨 요리)을 얇게 잘라서 수북하게 쌓아주는 데 세 가지 음식의 궁합이 기가 막힌다. 여기에 남티롤산 사과로 만든 애플 사이다를 곁들이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 남티롤(이탈리아)=천권필 기자

 
[박스기사] 여행메모
가는 길: 남티롤 지방의 관문 도시는 볼자노(Bolzano)다. 비행기를 타고 밀라노나 로마, 피렌체로 간 뒤 기차나 항공편으로 볼자노까지 간다. 볼차노에서 남티롤의 주요 도시로 들어가려면 버스를 타야 한다. 남티롤 지방 구석구석을 둘러보려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가장 좋다.

숙소: 마을마다 2~4성급의 다양한 숙소가 있다. 돌로미티는 취사와 야영이 금지돼 있는 대신 곳곳에 등반객들을 위한 산장이 마련돼 있다. 농가에선 숙박을 포함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로렌조디세바토 인근에 있는 라네르호프 호텔(Lanerhof Hotel)은 실내외 수영장에 스파 시설을 갖추고 있어 휴식을 취하기 적당하다.

여행팁: 일교차가 크고 때때로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기 때문에 바람을 막아줄 방풍용 재킷을 챙기는 게 필수다. 와인이나 치즈, 유제품 등을 고를 때는 남티롤 지역에서 인증하는 ‘Quality Sudtirol’ 마크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남티롤 사이트(www.suedtirol.info)도 참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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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