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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화제] 오비이락(烏飛梨落)?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선친 묘 이장(移葬)

김 전 대표 측 “서울의 선친 묘소 주변 훼손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정치권에서는 대선 앞둔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해석, 현지에선 대망론도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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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 우이동에서 경남 함양군의 선산으로 이장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선친 고(故)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 부부 묘소.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그나저나 대선을 앞두고 묘를 이장했다고 보도되면 명당을 찾아갔다는 해석이 따르지 않을까요?”

6월 9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보좌진은 <월간중앙>이 선친 묘 이전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대뜸 이렇게 반문했다. 묘를 이장한 속사정보다는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 행보로 부각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하는 눈치다. 아니나 다를까 <중앙일보> 인터넷판에 첫 기사가 오르자마자 김 전 대표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는 경위를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언론사는 물론이고 정치권의 반응도 뜨거웠다. 김 전 대표가 묘 이장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느냐는 물음이 근저에 깔린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의 한 사람으로 분류되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4·13 총선 이후 서울에 있던 선친 등 직계존속의 묘소를 경남 함양군으로 이장했다.

서울 도봉구 우이동에 자리한 선친 고(故)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 부부 묘소를 지난 5월 선친의 출생지인 경남 함양의 선산으로 옮긴 것이다. 김 전 회장은 1905년 경남 함양군에서 태어나 1985년 영면했으며 서울 도봉구 우이동의 북한산 자락에 안장됐었다.

당초 함양군 유림면 유평리 선산에는 김 전 대표의 조부(김재두) 묘만 있었다. 김 전 대표의 조모(경주 김씨)는 1963년 서울 효자동에서 타계했으며, 김 전 대표의 부친 김용주 씨는 서울 우이동에다 모친의 묘를 썼다. 훗날 김용주 부부의 묘도 바로 옆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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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전 대표가 5월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묘비 제막식에 참석했다.

김 전 대표의 선영은 원래 경남 함양과 서울 우이동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함양에는 고조부모(함양읍 신천리)와 증조부모(함양읍 이은리) 묘소가 있었고, 서울 우이동에 부모와 조모의 묘소가 자리했다. 하지만 이번 이장으로 김 전 대표의 4대 직계존속 묘소가 모두 집안의 뿌리인 함양으로 합쳐지게 된 것이다. 이장 작업은 김 전 대표의 친형인 김한성 씨가 주도한 것이라고 그를 도운 조수범 단국대 평생교육원 풍수지리학과 교수가 전했다.

조상 묘 이전이 대선 행보의 일환이라는 항간의 시선에 대해 김 전 대표 측은 “묘 이장과 대선 행보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서울 우이동에 조성된 할머니 묘소의 묘비에 ‘훗날 함양에 계신 할아버지 묘소 옆으로 옮긴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그 취지에 따라 이번에 조상들의 묘소를 함양으로 이장하자는 형님들의 결정에 따랐다”고 경위를 밝혔다. 조모가 타계한 1960년대만 해도 서울과 함양은 오가기 어려운 먼 길이라 대부분의 후손이 있는 서울 인근에 임시로 묘를 썼으며 이제 마땅히 있을 자리를 찾아가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l 함양 선산의 조부 묘도 새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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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 선산에 함께 이장된 김 전 대표의 조모 묘. 함양군과 산청군을 두루 내려보는 위치에 자리해 있다.

정치인의 말을 곧이곧대로만 받아들이지 않는 곳이 정치권이다. 김 전 대표의 설명이 진실의 일부를 담고 있을지언정 전부를 반영한다고 보지는 않는 것이다. 권력과 풍수를 둘러싼 역학 관계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른다.

대선주자의 조상 묘 이장은 세인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을 2년 앞둔 1995년 전남 신안 하의도 부친 묘소를 경기도 용인으로 옮겼다.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 생전에는 충북 진천에 살고, 죽어서는 경기 용인에 묻힌다)’이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004년, 2007년 두 번에 걸쳐 부친의 묘를 이장했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한화갑 당시 민주당 대표도 2001년 부모의 묘를 목포 하당에서 예산으로 옮겼다. 올가을 본격적인 대선 행보가 점쳐지는 김 전 대표가 내년 대선을 겨냥해 부친 묘를 명당자리로 옮긴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전 대표의 가족도 조상 묘 이장이 대선 행보로 비칠까 봐 조바심을 내는 눈치다. 비단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김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함양의 주민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은 듯하다. <월간중앙>이 함양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김 전 대표의 조상묘 이장이 자칫 김 전 대표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쉬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지 주민들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한 마당에 부모 묘를 이장했다고 하면 당연히 대선을 앞둔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 물러난 김 전 대표다. 총선 직후 조상 묘 이장은 공연한 오해를 부를 수도 있고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도 있다. 김 전 대표측도 이장 시기를 두고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5월에 이장하는 건 부담스런 결정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시일을 더 지체하다가는 여름철 장마와 폭염 시즌에 접어든다. 새로 심은 잔디가 자라고 봉분이 자리 잡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5월로 이장 날짜를 택했다고 조수범 교수는 전했다.

오래전부터 함양 선산에 자리한 김 전 대표의 조부 묘도 이번에 새로 단장됐다. 봉분의 상층부를 덮고 있던 석판을 들어내고 잔디를 덮어 돔형으로 봉분을 돋웠다. 당초 조부 묘는 잔디를 입혀 동그란 봉분으로 만들어졌으나 20여 년 전에 묘를 손보면서 뚜껑 역할을 하는 석판을 씌웠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하지만 묘를 짓누르는 석판이 땅의 좋은 기운을 누른다는 지적에 있어 이 참에 걷어냈다고 한다. 본래의 모습에 가깝게 돌아간 셈이다. 이번 이장 및 묘역 단장은 찜찜하거나 꺼림칙한 구석을 걷어내 집안의 발복을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고 이장작업의 경위를 아는 이들은 말한다.

김 전 대표의 조모, 선친 묘는 조성 당시의 입지 조건은 훌륭했건만 훗날 주변 환경이 점차 악화되기 시작했다.

북한산 둘레길의 하나인 우이령길이 확장되는 과정에서는 김 전 대표 조모 묘소를 둘러싼 활개(묘소 주변을 병풍처럼 휘감는 흙 둔덕)가 허물어져 보강공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또 부친 묘소 전방에는 7층 높이의 건물이 들어서면서 탁 트였던 시야를 가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건물은 고도제한 등에 묶여 공사가 중단된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나아가 묘소 주변의 참나무들마저 병에 걸려 시들기도 했다고 지난 3월에 우이동 묘소를 답사한 풍수학자 지종학 서경대 겸임교수가 전했다. 지 교수는 “이처럼 묘의 활개가 허물어지거나 주변 나무가 병에 걸리면 묘의 후손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어 이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언급대로 김 전 대표의 조상 묘는 고향인 함양으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l “묏 자리 안 좋다는 데 당 대표는 어떻게 됐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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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장 묘역 단장 과정에서 출토됐다는 오색토. 주로 명당에서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 2. 김무성 전 대표 측은 올 5월 조상 묘를 이장하면서 선산 주변과 통행로도 재정비했다. / 3. 오래전부터 함양 선산에 자리한 김무성 전 대표의 조부 묘도 봉분을 쌓아 올리는 등 새단장을 했다.

우이동 묘는 이처럼 북한산 둘레길 개발과 함께 묘소 주변이 훼손되고 묘소 앞에 건물이 흉물처럼 방치되는 등 인근 환경이 악화된 상태다. 그래서 묘를 옮겨야 한다는 건의가 김 전 대표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제기됐다고 한다. 아이러니한 건 이런 상태에서 김 전 대표가 2014년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이다. 이장에 앞서 우이동 묘를 둘러본 김 전 대표의 한 측근 인사가 “묏자리가 안 좋다는 데 어떻게 당 대표는 될 수 있었겠느냐”라고 문의했다고 한다. 이에 이장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그건 함양에 있는 선산 길지에 할아버지 묘를 잘 쓴 덕”이라고 함양 이장의 당위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부산상고를 졸업한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이 생전에 기업인, 외교관, 정치인으로서의 명성을 구가한 것도 김 전 대표의 조부 묏자리 덕으로 돌리는 게 함양 현지의 정서이기도 하다.

김 전 대표 주변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이동 조상 묘를 이전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오갔다고 한다. 묘 이전 작업은 4월 총선 직후 탄력을 받았으며 공사에 든 비용은 수천만 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함양군 선영은 풍수지리학으로 명당에 해당한다고 조수범 교수는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번에 이장한 김 전 대표의 조상 묘소는 앞으로는 다섯 개의 안산이 자리하고, 뒤로는 지리산이 기운을 모아주는 길지(吉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장 묘역 단장 과정에서 명당에서만 나오는 오색토(五色土)가 출토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함양군 현지 분위기는 이곳에 뿌리를 둔 김 전 대표가 대선에 도전해 큰 꿈을 이루기를 기대하는 듯하다. 우이동에 있던 조상 묘를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길지로 꼽힌 함양군 유림면 유평리 선산에 이장하면서 지역 연고성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현지 언론인 한태수 <뉴스 거함산> 발행인이 전했다. 한 발행인은 “지역민들은 함양에서 큰 인물이 나오리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종학 교수는 “자신의 부모를 좀 더 편안한 곳에 안장하겠다는 것은 자식의 도리이며, 인지상정”이라며 “이때는 반드시 새 묘역의 장단점을 자세히 파악한 뒤 신중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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