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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음향 전문가들에게 듣는 사운드작업의 세계 ① 소리로 풍경을 듣는 사운드스케이프

방영 중인 TV 드라마 ‘또! 오해영’(tvN)의 음향감독 박도경(에릭)은 그야말로 ‘소리의 마법사’다. 동해와 서해의 파도 소리를 구별하고 낮소리와 밤소리, 햇빛 드는 소리까지 만들어 낸다. 또한 “빛 들어오는 소리가 빠졌잖아” “단순 골절과 복합 골절 소리도 구별 못해?”처럼 소리와 관련된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사운드 관련 직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magazine M이 준비했다. TV 드라마 속 도경처럼 야외에서 소리를 따고(사운드스케이프), 직접 소리를 만들고(폴리아티스트), 배우들의 대사를 총괄하는(다이얼로그 수퍼바이저) 음향 전문가들이 말하는 ‘소리’ 작업의 세계는 어떨까. 이들이 전하는 소리의 매력과 가치, 영화 속 음향의 역할과 비전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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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왼쪽)·김창훈 감독 [사진 라희찬(STUDIO 706)]

① 소리로 풍경을 듣는 사운드스케이프
“초저녁 시골 마을에 개 짖는 소리, 한겨울 아침에 이불 속에서 듣는 눈 치우는 소리, 오후 4시쯤 남자아이가 언덕길을 내달리는 발소리 그리고 오르골 소리….” 최근 방영 중인 TV 드라마 ‘또! 오해영’ 13화에서 주인공 오해영(서현진)이 꼽은 ‘내가 좋아하는 소리들’이다.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작업을 하는 김창훈(41) 감독은 “소리에는 독특한 힘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나 냄새 등이 개인적인 추억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 못지않게 소리도 추억과 연결돼 있다는 것.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라도 누군가에겐 의미 있는 소리로 기억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사운드스케이프는 소리(Sound)와 풍경(Landscape)의 합성어다. 다양한 자연의 소리와 인간에 의해 구성되는 음향 환경 등을 담아내는 작업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소리로 풍경을 담아내는 일이다. 김 감독은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 같은 자연 소리와 제주도 말테우리 소리(말떼를 방목시키는 목동이 내는 소리), 해녀들의 숨비소리(물질 후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 등 직업적인 특수한 소리도 모두 사운드스케이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봄날은 간다’(2001, 허진호 감독)에서 유지태가 갈대밭, 숲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는 장면과 ‘또! 오해영’에서 박도경이 바닷가, 육교 등에서 붐마이크를 들고 녹음하던 모습도 모두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취재하러 갔을 때 김창훈·전영기(35) 감독은 서울 금천예술공장의 소리를 녹음하고 있었다. 금천예술공장에 입주 아티스트인 권혜원 작가가 전시작 ‘장소와 각주’를 준비하며 소리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한 것. 이곳에서 채취한 소리 중 그들이 애착을 느낀 것은 의외로 낙숫물 소리였다. 김 감독은 “건물 창고에서 나는 낙수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마치 맥박이 뛰는 듯한 느낌이었다. 규칙적인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변화가 있는 이 소리를 들으니 마치 건물 자체가 살아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똑똑똑’ 물 떨어지는 소리에 공간의 울림이 더해져 묘한 리듬감이 느껴졌다.

영화 동시 녹음 엔지니어인 김창훈·전영기 감독은 2013년부터 사운드스케이프 작업도 하고 있다. 하루에 짧게는 네 시간, 길게는 종일 작업해 얻은 결과물로 이들은 2014년 ‘제주 사운드스케이프’ 앨범을 발표했다. 이 앨범에는 제주도 월정 해변의 뱃소리, 알작지 해변에서 파도에 몽돌 자갈들이 부딪히는 소리 등이 담겨 있다. 그리고 2015년 말 전쟁의 긴장감과 아름다운 자연이 공존하는 비무장지대(DMZ)를 소리로 담은 ‘카르마-DMZ 사운드스케이프’를 내놨다. 전 감독은 “녹음하러 다양한 지역에 다니다 보면 의외의 것들을 많이 만난다”며 “그것을 새로운 콘텐트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를 통해 마음의 평온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소리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제주도 비자림에서 겪은 신기한 체험도 들려줬다. 숲에 들어가 녹음하는데, 왕성하게 울던 새들의 소리가 하나둘씩 빠져나간 ‘무음’의 상태를 경험했다는 것. “원시림 상태에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새들의 소리가 어느 순간 하나씩 줄더니 10여 분간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그러더니 곧 밤에 활동하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라. 보통 낮에서 밤으로 바뀌는 순간을 밝다가 점점 어두워지는 시각적 변화를 통해 알지 않나. 우리는 그것을 소리로 경험했다. 놀랍지 않나.” 시간의 경계를 소리로 느낀 이 순간은 그에겐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

‘또! 오해영’의 극본을 쓴 박해영 작가는 김창훈 감독을 만나 사운드스케이프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설정이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그가 박 작가에게 들려준 다양한 에피소드가 극에 담겼다. 김 감독은 “얼마 전 박 작가가 ‘청보리밭에 누워서 소리를 들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누우면 소리가 서 있을 때와 다르게 들릴 거라고 이야기해 줬는데, 정말 극 중 도경이 청보리밭에 누워 있더라” 하며 웃었다. “집 안에서 녹음하는 것도 내 경험담이다. 가끔 출근할 때 골목길 소리를 녹음하는 경우가 있거든. 그런데 그게 도청처럼 나올 줄은 몰랐다(웃음). 예전에 어떤 프로듀서가 ‘보름달이 뜨는 소리’를 녹음해 달라고 한 적이 있다. 도경이 햇빛 드는 소리를 넣으라는 장면은 이 에피소드를 변형시킨 것 같다.” 김 감독은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을 그린 이 TV 드라마에서 딱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모두가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극 중 도경처럼 까칠하지는 않다. 오해하지 말아 달라.”

사운드스케이프에 사용되는 장비
Sonosax Sx-m32 더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해 사운드디바이스 레코더와 연결해서 사용하는 오디오 믹서
Nagra SD 주위 시선에 방해받지 않고 자연스러운 녹음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핸드 레코더
Dummyhead Stereo Mic 인간의 머리 형상을 본떠 만든 특수 녹음 장치 더미헤드(사진)
Schoeps CMIT-5U, Schoeps CMC 6U+MK41 고품질의 녹음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콘덴서 마이크
사운드스케이프 김창훈 감독  Q&A

-동시 녹음 감독으로 일하다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영화 현장에선 배우의 대사 위주로 녹음을 한다. 그리고 후반 작업에 사용할 목적으로 별도의 앰비언스(Ambiance·어느 특정한 공간에 존재하는 음향)를 녹음하는 경우가 있다.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2004, 강석범 감독) 작업을 할 때 제주도 어촌의 앰비언스가 필요했다. 새벽에 어촌의 소리를 녹음하면서 ‘독립적인 사운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게 됐고, 가장 근접한 작업이 바로 사운드스케이프였다.”

-사운드스케이프 일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소머즈의 귀가 필요하진 않다(웃음). 대신 관심이 많아야 한다. 청각이 발달하고 예민한 것도 좋지만 소리에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모든 일의 시작은 관심과 호기심에서 출발하니까.”

-사운드스케이프 일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아직 이슈가 많이 되지 않은 직업이라 비전이 크다고 생각한다. 음향 관련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몸소 부딪히며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평소에도 녹음기로 다양한 소리를 녹음하면서, 소리로 이야기 만드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아마도 제주도에서 작업을 할 것 같다.
제주도 성산읍 온평리에 제주2공항이 들어설 예정이지 않나. 공항이 생김으로써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소리로 정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공항이 생기는 걸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우리가 하는 일이 소리를 녹음하는 일이니,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그곳의 소리를 녹음해서 나중에 비교해 보고 싶다.”
▶관련 기사
② 소리를 만들어 내는 폴리아티스트
③ 배우의 목소리를 입히는 다이얼로그 수퍼바이저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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