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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공약 접는 것도 용기…대통령, 상황 설명하고 이해 구해야”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영남권 공략용 대선 공약이었던 신공항 건설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났다.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대구·경북 유력 언론인 매일신문은 6월 22일자 1면에 “정부는 지방을 버렸다”는 문구만 박은 ‘백지 신문’을 발행했다. 반면 야당에선 “박근혜 정부에서 나온 가장 책임 있는 결정”(정의당 심상정 대표)이란 반응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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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파기에도 칭찬이 따르는 이유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7년 대선 때 내놓은 새만금간척사업의 경험 때문이다. 새만금사업은 당초 “1조3000억원이면 된다”고 했지만 총 사업비가 22조원으로 늘었다.

현재까지 매립률은 20% 미만이다. 경제성만 놓고 보면 불이행이 정답이었던 공약이다. 이러다 보니 한국외대 이정희(정치학과) 교수는 “국익을 위해 낫다고 생각하면 공약을 접는 것도 용기”라고 말했다. 공약 불이행도 ‘잘한 부작위(不作爲)’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은 22일 “김해 신공항”이라는 표현을 꺼내 들었다. ‘김해공항 확장=공약 파기’라는 등식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해공항이 거의 새 공항으로 거듭날 것이기 때문에 공약을 어긴 게 아니라는 논리이기도 하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렇게 나온 것은 ‘신뢰의 정치인 박근혜’라는 이미지가 타격을 받을까 봐다. 또 정권 말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선 핵심 지지 지역인 영남권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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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들도 대선 때 내건 초대형 공약을 집권 이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종종 곤혹을 치렀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중간평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쌀시장 개방 불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대선 때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위해 내건 ‘내각제 개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명박(MB) 전 대통령도 한반도 대운하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란 대형 공약을 집권 이후 접으면서 고전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대형 공약 파기 후 대통령들이 보인 태도가 양 갈래로 나뉜다는 점이다. 사과의 유무(有無)에 따라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중간평가 공약을 89년 야당과 ‘비밀 대화’를 통해 백지화했다. 국민에게 한 약속을 유력 야당에만 양해를 구한 뒤 불이행한 셈이다. DJ도 99년 내각제 공약을 철회하면서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노 전 대통령은 다른 야당들의 대대적인 반발에 직면했고, 국정 주도권을 빼앗기며 ‘물태우’라는 별명을 얻었다. DJ는 충청 민심의 분노를 의식한 JP가 DJP연대를 깨는 바람에 여소야대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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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YS는 94년 우루과이라운드(UR)의 압박 때문에 쌀시장을 개방한 뒤 TV 생중계를 통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YS 정부 출신인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당시 YS가 진솔한 사과를 한 뒤 그 동력으로 세계화를 추진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도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MB도 2011년 3월 신공항 백지화 이틀 만에 사과회견을 열었다. 이동관 당시 언론특보는 “‘용기 있는 사과’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MB의 지지율이 43%→39%(한국갤럽 2011년 2·5월 조사)로 소폭 떨어져 비교적 선방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도 영남권을 향한 설명과 사과라는 제언이 나온다. 인천대 이준한(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결정은 공약을 지키지 못한 사례라는 점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앞으로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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