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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오의 건강 비타민] “간병해줄 사람 없다” 퇴원 거부…노인환자 문제 더 이상 방치 안 돼

이모(82·경기도 고양시)씨는 화가 나 있었다. 3주 전 폐렴으로 입원했다 완치돼 퇴원하는 날이었다. 집으로 가려 했는데 그게 안 되고 경기도의 한 요양원으로 가야 했다. 이씨는 입원하기 전 폐렴 외에 당뇨병·우울증·무릎통증 등을 같이 앓고 있어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입원 기간에 전신이 쇠약해져 혼자서 거동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퇴원을 앞두고 일주일간 재활치료와 물리치료를 받았으나 전신 쇠약이 호전되지 않았다. 입원 전에 비해 일상생활 능력이 더 떨어졌다. 가족의 선택은 집 대신 요양원이었다.

척추관협착증 수술을 위해 입원한 박모(78·경기도 수원시)씨도 전신 쇠약이 심해져 퇴원 예정일보다 일주일 더 입원했다. 가족은 “이 상태로 집에 모시고 갈 수 없다”고 버텼다. 퇴원의 불가피성을 설득한 끝에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대학병원에서 종종 보는 광경이다. 병원은 “입원 치료가 끝났으니 퇴원하라”고 제안한다. 그러면 환자와 가족은 “제대로 거동하지 못하는데 퇴원하라고 하면 어떡하느냐”고 항의한다.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고령 수술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4년 90대 이상 수술 환자는 1만4200명으로 2004년의 4.1배로 늘었다. 80대는 3.1배, 70대는 2.6배로 60대(1.8배)보다 증가 폭이 크다. 2014년 65세 이상 노인의 연간 입원 일수는 43.9일로 65세 미만(13.9일)의 3배 이상이다.

노인만 그런 게 아니라 한국인 평균 입원 일수가 긴 편이다. 2012년 16.1일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4일)의 2배에 가깝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들이 입원 일수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요즘은 암 수술 후 3~4일 만에 퇴원하고 통원 치료하는 경우도 많다. 노인 환자는 그리하기가 쉽지 않다. 이씨와 박씨 예에서 보듯 입원 기간에 기력이 쇠해지거나 만성질환이 악화되는 사례가 많아서다.

대한노인병학회지 논문(2010년)에 따르면 넓적다리 뼈 수술을 받은 노인 환자 90명 중 20명(22.2%)이 수술 뒤 섬망이 생겼다. 섬망은 불면증, 소리 지르기, 주사기 빼기 등 과잉 행동이나 환각·초조·떨림 등의 증세를 말한다. 특히 인지기능 장애나 치매가 있는 환자가 수술 뒤 섬망을 일으킬 확률이 높았다.

한 대학병원은 2014년 노인 수술 환자 275명의 1년 사망률, 폐렴·요로감염·섬망·급성폐동맥색전증 등의 합병증, 예기치 않은 중환자실 입원 등을 추적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9명(10.5%)이 최소한 1개 이상의 합병증을 경험했다. 사망한 25명(9.1%)은 혈청 알부민 저하, 악성질환 등의 증상을 보였다. 사망률은 보조기 사용 여부, 치매·섬망·영양실조 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환자는 퇴원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 의료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노인 환자의 84.6%는 통원 치료가 가능해도 입원을 원하고 80.9%는 비용이 올라가도 계속 입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대학병원 장기 입원은 바람직하지 않다. 입원이 치료는 아니다.

급성 질병 치료를 마치면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요양병원으로 가거나 가정간호 서비스를 받는 게 바람직하지만 의료비 증가라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퇴원하기 싫다는 노인의 절반은 “집에 가도 간병해 줄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퇴원해서 집으로 갈 수 없는 노인 환자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김창오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
 
김창오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장, 미래의료원정대 미래예측분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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