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서소문 포럼] 전 세계적 부동산 열풍의 끝은

기사 이미지

김광기
경제에디터

지구촌 사람들이 ‘돈 되는 것은 역시 부동산’이라는 불패신화에 다시 푹 빠져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부동산 버블의 붕괴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하다. 각국 중앙은행이 기름을 붓고 있다. 어떻게든 경제를 살려보겠다고 돈을 풀고 있지만 기업 투자 쪽으론 가지 않고 부동산 쪽으로만 자꾸 쏠린다. 답답한 일이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초저금리 앞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경제적 선택의 유사성은 신기할 정도다. 돈이 되는데 체면이나 도덕을 따지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이기 때문일까.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한 유럽과 일본에선 주요 도시의 집값이 최근 1년 새 10~20% 뛰었다. 중국도 금리를 내리면서 주택 관련 대출규제를 풀자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대도시의 집값이 20~30% 급등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움직임 탓에 한동안 숨을 죽였던 미국의 주택 시장도 다시 꿈틀거린다. 미국 20대 도시의 집값은 올 들어 평균 5% 올랐다. 미국의 지난 4월 신규주택 판매량은 62만 채로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분양 가격은 전년보다 9.7% 상승했다.

최근 세계 부동산 시장의 공통된 특징은 극심한 양극화다.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이 확연히 나뉘어 오르는 곳만 줄기차게 오른다. 바로 임대료 수익이 안정적으로 나오고 부자들이 좋아해 희소가치가 있는 지역이다. 이런 곳은 경제가 더 어려워져도 임대료를 떼이거나 가격이 하락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판단에서일 게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수도권 인기 지역의 부동산만 뜨겁다. 반면 제주도를 제외한 지방은 찬바람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시장의 예상을 앞질러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한 뒤 이런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서울 강남 등의 아파트 분양 시장은 ‘한번 갈 때까지 가보자’는 분위기가 판친다. 미국 뉴욕 맨해튼이나 홍콩·싱가포르 등의 집값이 3.3㎡당 1억원을 넘는 것과 비교할 때 서울은 아직 싸다는 소리까지 등장한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지금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방관 내지 조장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부동산까지 죽으면 경제가 비빌 언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게 미국이다. Fed는 금리 인상 카드를 뺐다 넣었다 하며 자산 시장에 계속 잽을 먹이고 있다. 그럴 때마다 시장은 고개를 숙이며 성의 표시를 한다.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3.7%로 한국보다 1%포인트가량 높다.

이와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1~2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정부도 투자자도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흔들릴라치면 각국 중앙은행은 돈을 더 풀어 떠받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마냥 이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들의 소득을 바탕에 깔지 않고 빚의 힘으로 쌓아 올린 시장은 결국 모래성과 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자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라도 나 홀로 독주는 한계가 따를 것이다. 시장이 피크에 달해 이게 아니다 싶거나 어떤 외부의 충격이 가해질 땐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

부동산 거품이 다시 꺼지고 이게 경제위기로 이어질 조짐을 보일 때면 가장 약한 고리부터 파열될 것이다. 약한 녀석들이 먼저 쓰러지고 이를 물어뜯으려는 하이에나들이 덤벼들 것이다. 한국은 그런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큰 취약 지역이다. 내 돈보단 빚에 의존하는 성향이 가장 큰 곳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소득과 상관없이 신축 아파트 중도금을 무한정 꿔주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중도금 집단대출은 이미 주택대출 증가분의 절반을 넘어섰다. 그러는 사이에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건설사들은 나 몰라라 ‘물 좋을 때 벌고 보자’며 물량을 밀어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시장을 점검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한다. 뒤처리는 다음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듯하다. 창조경제·구조개혁·통일대박 등 요란했던 구호들은 별 성과 없이 소멸해가고 있다. 그 위로 부동산 시장의 아우성만 요란하다. 이제껏 부동산을 띄워놓은 게 이 정부의 치적이라면 최대 치적이다. 그렇게 역사의 죄인이 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김 광 기
경제에디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