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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특권 국회’ 개헌론, 가망 없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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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대기자

헌법의 신세는 처량하다. 동네북 처지다. 개헌론이 쏟아진다. 현행 헌법은 퇴출 대상이다. 국회의원의 개헌 찬성비율은 압도적이다. 개헌은 정치상품이다. 이미지 관리에 매력적이다. 정치인들은 개헌 대열에 뛰어든다. 그것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헌론 언급 이후(6월 13일) 장면이다.

개헌론의 시작은 권력구조 개편이다. 지금 헌법은 5년 단임 대통령제다. 1987년 민주화 드라마의 산물이다. 현행 헌법의 문제점은 상식이 됐다. 대통령 권한의 제왕적 행사,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4년)의 엇박자, 그로 인한 낭비와 불안정, 조기 레임덕이 열거된다. 개헌론자들은 헌법과 시대정신의 불화를 외친다. 그 정신은 권력 분산, 협치(協治)와 공존이다. 그 문제의식은 적절하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개헌이 혁신을 보장하지 않는다.

5년 단임의 대안은 의원내각제(내각책임제)다. 장점은 대통령제의 폐해와 결별이다. 책임정치는 신속해진다. 총선에서 지면 정권은 바뀐다. 역기능도 두드러진다. 한국 정치와 비교하면 실감 난다. 내각제는 의원 천국이다. 국회 특권이 확장된다. 의원이 장관을 맡는다. 장관의 핵심 자격은 전문성이다. 20대 의원들은 전문성을 뭉갠다. 상임위원장 임기는 2년. 그 감투를 1년씩 쪼갰다. 그런 상임위가 여러 군데다. 내각제 국정은 그런 의원들이 장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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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이미지는 무능과 특권, 게으름이다. 그 때문에 내각제 개헌론은 불순하게 비친다. 특권 확장의 수단이라는 여론 비판에 휩싸인다. 그것이 내각제의 등장을 어렵게 한다. 그것은 자업자득이다. 내각제의 대통령은 간선이다. 한국인의 대체적 투표 성향은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는 거다. 내각제는 그 손맛을 회수한다. 그것도 내각제 개헌의 어려움이다.

이원(二元)집정부제는 절충이다. 바탕은 권력 분산이다.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이 갈라진다. 외치(外治)와 내정을 분리한다. 그 사례로 오스트리아 방식이 인용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꺼냈다. 오스트리아는 영세중립국이다. 유럽 전체가 중립을 밀어준다. 영세중립국 대통령의 할 일은 어느 정도인가. 그 나라의 외교·국방은 간결하다. 그 때문에 오스트리아 국정은 내각제로 운영된다. 한국 상황은 다르다. 남북 대치와 주변 정세는 긴박하다. 오스트리아 방식은 낯설다. 한국의 모델로 적합하지 않다.

권력의 나눔은 시대 과제다. 이원집정제가 돋보이는 근거다. 그 성공 조건도 같다. 그런 정치문화와 리더십이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풍토는 어림없다. 우리 정치문화는 패거리와 대립에서 머문다. 그 때문에 ‘나누기’는 ‘나눠먹기’로 전락한다. 그 제도는 불안한 실험이다.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 세력도 개헌 대열에 있다. 그들은 이원집정제를 모색한다. ‘대통령 반기문에 친박 총리’다. 그 발상은 어설프다. 속셈은 뻔하다. 그것은 친박의 권력 탐욕으로 투영된다. 그런 개헌론이 시도되면 치명적이다. 그 순간 민심의 반발을 낳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그 착상의 배타성을 알 것이다. 그런 변칙은 반 총장부터 거부할 것이다. 반기문의 깃발은 국민 통합이다. 그 기치는 친박의 구상과 어긋난다. 친박의 핵심들은 착각한다. 그들은 반 총장의 권력의지 실체에 둔감하다. 반 총장은 친박의 꽃가마를 외면할 것이다.

개헌론의 중심에 대통령 4년 중임제(연임)도 있다. 장점은 국회의원 임기와 일치, 국정의 책임성 강화다. 우리 헌정사에 익숙하다. 결함도 뚜렷하다. 첫 당선한 대통령의 우선 목표는 재선이다. 재선 승리를 위해 인기 위주 정책을 선택한다. ‘신공항 포퓰리즘’ 같은 유혹에 빠져든다. 재선 후 다음 4년은 단임제와 같은 운명이다.

개헌론의 무대는 혼잡스럽다. 손질 요구가 늘어난다. 기본권, 지방자치, 천도론(청와대 이전), 영토조항도 언급된다. 영토조항(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은 민감하다. 우리 사회의 이념 충돌을 예고한다.

개헌은 두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국회(3분의 2 찬성)와 국민투표(과반수 투표에 과반수 찬성)다. 87년 현행 헌법 정신은 개정 불가다. 개헌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예외는 있다. 혁명적 상황이다. 그 상황은 국민의 개헌 열망 폭발이다. 대통령이 나서도 개헌하기 어렵다. 지금 헌법은 그런 분위기에서 탄생했다. 정세균은 “개헌 주체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며 그 목표는 국민 통합”이라고 했다. 그의 말은 설득력을 가졌다. 국민적 의지와 열정이 개헌 동력의 바탕이다. 그것 없는 개헌은 국민 분열이다.

국회의 개헌 논의는 필요하다. 추진력은 내부에서 생산해야 한다. 달라진 국회의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출발은 의원 특권의 폐기다. 정 의장은 ‘면책(免責)과 불체포 특권’ 포기를 역설했다. 특권 내려놓기가 개헌의 진정성 확보 조건이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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