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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패션에 지갑 여는 3040 남자들

#. 직장인 유지석(42)씨는 최근 수제화를 맞췄다. 일반 구두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싸지만, 원하는 소재와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고 발 모양에 맞게 제작한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는 “상대적으로 발 볼이 넓어 일반 구두를 신었을 때 불편하고 신발이 빨리 늘어나 모양이 쉽게 망가졌다”며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고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 비싼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했다.

#. 서울 서초동에 사는 정찬호(33)씨는 지난 4월 700만원 대 스위스 명품 시계 IWC를 장만했다. 정씨는 “지금까지 열심히 일한 나에게 선물한다는 의미로 시계를 바꿨다”며 “불과 3~4년 전만 해도 고가의 시계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사치스럽다며 안 좋게 보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엔 ‘나도 올해에는 장만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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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신세계백화점·금강제화


패션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고급 남성 패션이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면서, 남성들이 유통업계 큰손 대접을 받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30~40대가 남성 럭셔리 제품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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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신세계백화점·금강제화


특히 고급 수제화의 판매 신장률이 두드러진다. 패션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화시장 전체 규모는 2005년 2조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반해 제화시장 중 남성 고급 수제화 매출은 2005년 600억원(전체 중 3%)에서 지난해 720억원(전체중 6%) 규모로 늘어 전체 시장중 비중이 두배가 됐다.

실제로 금강제화가 운영하는 고급 수제화 브랜드 ‘헤리티지’의 판매량은 2013년 4만8000켤레에서 2014년 5만5000켤레, 2015년 6만2000켤레로 매년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강제화 이화진 기획실장은 “획일화된 트렌드와 디자인에 피로를 느낀 남성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으로 고급 수제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투자 비용에 비해 타인의 주목도가 높아 수제화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제화업체들은 남성 수제화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강제화는 기존 헤리티지 세븐 외에 고급 소재를 사용한 상위 라인 ‘헤리티지 세븐·S’를 선보였다. 형지 에스콰이아도 젊은 남성 공략을 위해 수제화 브랜드 ‘알쿠노’를 재정비하고, 프리미엄 라인을 30만원 후반 대 가격에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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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에 있는 프랑스의 럭셔리 슈즈 브랜드 ‘꼬르떼’ 매장. 프랑스 구두 장인 삐에르 꼬르떼(가장 왼쪽)가 남성 고객에게 맞춤 구두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구두를 추천하고 있다.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도 지난 3월 에비뉴엘 잠실점에 프랑스 럭셔리 슈즈 브랜드 ‘꼬르떼’ 매장을 오픈했다. 이 매장엔 컬러리스트가 상주하면서 원하는 색으로 구두를 염색해주는 ‘파티나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있는 ‘슈마이스터 라운지’에서도 독일의 슈마이스터가 발 사이즈 측정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 발 건강 체크와 상담은 물론 구두를 신을 때 불편을 느끼는 고객에게 맞춤형 인솔(깔창)을 제작해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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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신세계백화점·금강제화


수제화 매장 외의 남성 전문 매장도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달 확장한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남성 패션 매장에 드론·피규어를 판매하는 ‘닥터 퍼니스트’와 카메라 전문점 ‘멘즈 아지트’를 선보였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 7층에 남성 전용 바버샵 ‘마제스티’를 배치했다. 이 매장은 일반 미용실보다 20~30% 정도 가격이 비싸지만 이발과 면도는 물론 목과 어깨의 뭉친 곳도 풀어줘 30대 고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체형이 변해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디자인이 구식인 고급 남성 의류를 리폼해주는 매장 ‘사르토’를 입점시켜 남성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롯데백화점 이준혁 수석바이어는 “남성 고객이 늘면서 여성 고객과 마찬가지로 다지인과 소재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상품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며 “특히 경제적 능력이 있는 30~40대 남성 고객들의 경우 가격이 비싼 맞춤 정장과 수제화 등 높은 품질의 제품을 구매하면서 백화점 매출 상승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소비 트렌드가 장기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양극화와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남성 패션 시장의 성장은 내가 가치를 두는 것에 한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경향이 남성들 사이에서 짙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면서도 “길어지는 불황에 저가와 고가 제품으로의 쏠림이 심해지면서 중가 브랜드는 그 과실을 못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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