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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품은 무색무취, 소비자 감성적 만족 못 느껴”

“중국 현지인들은 한국 기업을 단지 돈을 벌러 왔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몰려 들던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가 일본으로 발길을 돌린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은 높은 수준의 제품을 만들지만, 파는 것은 단지 ‘물건’과 ‘이미지’뿐이다. 소비자가 감성적 만족을 느낄 ‘가치’가 없다.”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열린 ‘중·일 국제 마케팅 세미나’. 중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무역회사 상하이Y&F유한공사의 만 토시히토 부사장은 “무색무취한 한국 제품의 인상은 3년 전과 변함이 없으며, 5년 뒤에도 같을 것”이라며 “세계 최대의 격전지인 중국에서 이런 상품으론 오래 버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관광객이 쇼핑하기 좋은 한국보다 즐길 게 많은 일본을 찾는 이유와 마찬가지”라는 것이 만 부사장의 핵심 설명. 소득이 늘고 제품이 다양해질수록, 자기 만족의 욕구가 커지게 마련인데, 한국 기업은 이런 점에 있어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 초기 단계엔 단지 품질 만으로 승부를 겨룰 수 있지만,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패턴을 쫓지 못하면 곧바로 시장에서 퇴출되고 만다는 지적이다.

물론 한국 기업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 그러나 업무가 바쁘고 당장은 돈을 벌고 있으니 눈을 감고 있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250여명의 중소기업 관계자들도 자금과 시간·인력 등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고객의 여러 요구를 맞추는 세심한 배려 없이는 총 인구 15억 명의 중국·일본 시장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만 부사장은 “통상 상·중·하로 나누는 상품의 단계를 9단계로 분류해 각각의 마케팅 포인트를 고민하면 다양한 콘셉트를 얻을 수 있고, 여러 고객층에도 접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 최대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의 하나다 코조 프로페셔널 부문 대표는 “한국 화장품의 수준은 괜찮지만, 단지 예쁘게 꾸미는 방법을 알려줄 뿐 아무런 가치나 감성도 담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하나다 대표는 시세이도 고객에게 화장법을 코칭하는 뷰티컨설턴트(BC) 등 글로벌 살롱 업무의 총괄 지휘자다. 그는 “영속성 있는 고객을 확보하려면 미용 뿐만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 나아가 지구환경까지 생각한 큰 콘셉트가 필요하다”며 “단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팔 것이냐가 중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한국강소기업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나종호 한신대학교 교수는 “애플은 아이튠즈 등 부가서비스와 문화적 가치 창출을 통해 MP3플레이어와 핸드폰 시장에서 아이리버·노키아를 격침했다”며 “한국 소비재 기업도 중·일 시장에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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