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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자른 손정의 “난, 아직 못한 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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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과 이 회사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이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공개강연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아직 더 하고 싶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데, 내가 아직 못한 일들이 많다.”

‘승부사’ 손정의(59)는 솔직했다. 주주들 앞에서 아직 더 일하고 싶다고, 젊은 내가 지금 은퇴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고 싶고 해야할 일’로 인공지능(AI) 시대를 향한 비즈니스를 꼽았다. 최근 알리바바·슈퍼셀·겅호온라인 등의 지분을 팔아 확보한 191억 달러(약 22조원)가 어디로 갈지 힌트가 나온 셈이다.

손 회장은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36회 소프트뱅크 주주총회서 60번째 생일인 내년 8월 CEO에서 물러나겠다던 기존 계획을 공식 철회했다. 2년 전 그가 후계자감으로 영입했던 니케시 아로라(48) 부사장의 퇴임도 직접 발표했다. 손 회장이 현직을 최소 5년은 수행하겠다고 나서하면서 아로라 부사장은 다음달 1일 소프트뱅크그룹 고문으로 물러난다.

2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손 회장은 “계속 현직에 있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내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는데 우선 사장직을 양보하고 나중에 이러쿵저러쿵 다투기 싫었고 솔직히 (아로라에게) 말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계획을 수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아로라 부사장도 “비즈니스에 ‘미친 천재’인 손 회장을 가만 둘 수 없었다”며 사임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날 주주총회 무대에 선 손 회장은 CEO를 계속 하겠다는 이유로 “‘특이점’(Singularity)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이점이란 미국 컴퓨터과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이 제시한 개념이다. 특이점이 실현되면 인간의 지능보다 더 뛰어난 AI가 출현해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게 된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선 AI의 발전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특이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혁신에 능하고, 통찰에 기반한 전략적인 판단에 강한 손 회장에게 특이점은 사업가로서 도전하고 싶은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특이점을 실현할 3대 키워드로 AI와 스마트로봇, 사물인터넷(IoT)을 꼽았다. 그는 “AI가이 단순히 지식(Knowledge)이 아닌 지능(Intelligence) 면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일이 이번 세기에 일어날 것”이라며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면 ‘초지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프트뱅크가 프랑스 로봇개발사 알데바란에 투자해 만든 로봇 페퍼의 청사진이다. 페퍼가 전세계 각 가정에 배치돼 AI를 구현할 수 있는 신경망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소프트뱅크)과 미국(스프린트)에서 하고 있는 통신사업 역시 AI를 발전시키는 기반 산업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손 회장의 솔직하고 원대한 발표와 별개로 니케시 아로라와의 결별은 이례적이고 파격적이라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구글 출신인 니케시 아로라는 실적 지향적이고 성취욕이 강한 스타일이다. 소프트뱅크의 해외사업을 총괄했던 니케시 아로라는 한국 e커머스 기업 쿠팡에 대한 1조원 투자와 21일 마무리된 슈퍼셀 지분 매각(약 9조9000억원)을 주도했다.
 
▶ 관련기사 손정의도 빚은 무서워…알리바바 지분 9조원 어치 팔았다

이번 슈퍼셀 매각에 대해 아로라는 트위터에서 “돈을 버는 건 (기업을) 살 때가 아니라 팔 때”라는 글을 남기며 이번 거래의 성과를 강조했다. IT 업계에선 실무형인 아로라의 스타일이 꿈을 좇는 승부사 기질이 강한 손 회장과 잘 맞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주주들도 연봉 165억 엔(1820억원)을 받고 있는 그의 M&A 성과에 대해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AI 비즈니스 꿈꾸는 소프트뱅크의 변화

1980년 창업 소프트웨어 유통

1990년대 PC 인터넷포털 서비스(야후재팬)

2000년대 초반 PC 통신(야후 브로드밴드)

2000년대 후반 이동통신(소프트뱅크 모바일)

2016년 이후 인공지능(AI) 서비스

자료:소프트뱅크그룹 주주총회


도쿄=오영환 특파원,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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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