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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 필터도 논란…일상 파고든 ‘저독성’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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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을 주장하며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를 상대로 긴 싸움을 이어왔다. 큰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제2회 옥시 ‘사과와 보상 논의의 장’에서 호흡기와 연결된 산소통을 들고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는 피해 아동. [뉴시스]


“이제는 물티슈나 탈취제 같은 화학제품들도 전부 못 믿어요. 가습기 살균제도 99.9% 안전하다더니 폐를 온통 망가뜨렸는데 다른 화학제품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겠어요.”

가습기 살균제 리포트 <하> 끝나지 않은 싸움
살균력 강조하며 생활용품 점령
세정제·탈취제로 개발된 제품들서
포름알데히드·염산 등 독성 나와


박지숙(36·여)씨는 2009년 가습기 살균제로 딸 장서윤(8)양이 폐 기능의 80%를 잃는 경험을 했다. 그 이후 7년여간 ‘케미포비아’에 시달리고 있다. 물티슈 대신 젖은 행주를 사용하고, 옷의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탈취제 대신 모든 옷을 매일 빨아 입는다. 보건·위생을 위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학제품이 세균뿐 아니라 사람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유독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은 당초 각종 생활용품의 안전한 소독과 살균을 위해 개발됐다. 제조사들은 “살균력이 뛰어나면서도 다른 물질에 비해 피부·경구 독성이 20% 수준이라 ‘저독성 안전물질’”이라고 광고해 왔다. 특히 4~5년 전부터 보건·위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물티슈와 샴푸, 탈취제 등에도 널리 쓰여 왔다.

문제는 화학제품에 사용된 유독물질 대다수가 살균력만 강조됐을 뿐 부작용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PHMG의 경우 각종 폐질환과 피부질환에 이어 폐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17일 환경보건학회 세미나를 통해 “PHMG가 인체에 흡입될 경우 세포보다 더 작은 크기의 유전자에까지 독성을 퍼뜨릴 수 있어 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백 교수는 “PHMG는 사망률이 30%에 이를 정도로 독성이 강력하다”며 “폐섬유화에 따른 폐암은 물론 암 발생에 직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PHMG와 같은 고분자화합물인 폴리에틸렌·탄화불소 등의 유독물질은 폐섬유화에 이어 최종적으로 폐암에 영향을 미치는 발암성 화학물질로 등록돼 있다. 백 교수는 또 “PHMG와 유사한 화학구조를 갖는 염산폴리헥사메틸렌비구아니드(PHMB)가 2014년 발암물질로 규정됐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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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화학제품의 위험성은 지난달 환경부가 발표한 ‘생활화학제품 안전기준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환경부가 지난해 7월~올 1월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된 331개 생활화학제품의 안전기준을 조사한 결과 7개 제품에서 기준치를 넘어선 유독물질 함유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세정제·탈취제용으로 개발됐지만 PHMG와 포름알데히드, 염산, 황산 등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최근엔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공기청정기 필터도 도마에 올랐다. 시중에 유통 중인 공기청정기 필터 가운데 2개 회사의 제품에서 유해물질인 옥타이리소시아콜론(OIT)이 검출된 것이다. 환경부는 2014년 OIT를 유독물질로 지정했다. 하지만 흡입 시 인체에 어떤 피해가 생기는지에 대한 조사는 전무하다. 생활 전반에 파고든 화학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과 공포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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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화학제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안전성 검사 강화’를 꼽았다. 실제 지난해 10월 환경보건학회지에 실린 ‘생활화학용품에 함유된 유해물질 조사’ 논문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 중인 세정제와 소독제 등에 163개 화학물질이 사용됐고, 이 중 38개는 유럽연합(EU)에서는 위험물질로 분류돼 있다.

특히 헤어스프레이나 살충제 등 호흡기로 직접 흡입되는 스프레이 제품군에 대한 안전성 검사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지금 시중에 판매되는 스프레이 타입 화학제품 중 호흡 독성 안전 테스트를 거친 것은 하나도 없다”며 “동물 실험 등을 통해 안전성 여부를 검사하고 통과하지 못하면 유통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채윤경·손국희·정진우·윤정민·송승환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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