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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 기자의 '술맛 나는 금요일'] 한옥에서 이탈리아 국민 칵테일 어때요

스페인에는 다양한 본토 음식을 작은 접시에 담아 메인 요리보다 저렴한 가격에 파는 타파스(Tapas) 문화가 있습니다. '백반'하면 한식이 떠오르 '타파스'하면 스페인이 떠오르는 그 나라 고유의 식문화입니다. 그런데 이런 타파스가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도 있다고 합니다. 베네치아에서는 이걸 두고 치케티(Cicchetti)라고 부른답니다. 베네치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점심은 가볍게 치케티하자” 라든가 “저녁에는 술안주로 치케티 어때?”라고 하루에 한두 번쯤 말하는 거죠.

지난 주 한옥을 개조한 외식공간을 취재하면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뒤쪽, 작은 골목에 숨어 있는 소격동 ‘이태리재’라는 식당을 알게 됐습니다. 이태리재는 베네치아를 여행하던 중 현지에서 파는 치케티 매력에 홀딱 반한 전일찬 셰프의 식당입니다. 개조하는데 무려 6개월이나 걸린 이 공간에는 금색 바와 초록색 대문, 레이스를 씌운 갓이 있어 여기가 종로인지 베네치아인지 구분이 잘 안 가는 독특한 분위깁니다.

취재 후에도 밥 먹으러 다시 가보고 싶어지는 집이 있는데, 이태리재가 그랬습니다. 어제 저녁 대학 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예약 없이 이 집 대문을 두드렸지요. 식당은 초저녁인데도 손님으로 꽉 찼고 식탁에는 와인 대신 오렌지 색 음료가 담긴 술잔이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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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가 이탈리아 전역에서 즐겨 먹는 식전주라고 소개한 이 술은 쌉싸름한 오렌지향이 나는 이탈리아 리큐르 아페롤(Aperol)을 칵테일처럼 만든 이탈리아 ‘국민 음료’ 입니다. 커다란 와인 잔에 얼음을 채운 뒤 아페롤과 이탈리아의 드라이한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Prosecco)를 붓습니다. 여기에 올리브 하나를 띄우면 마녀가 금요일 밤 취하라고 권하는 묘약처럼 오묘한 오렌지색 칵테일이 완성됩니다. 동행한 친구는 '고급스러운 환타 맛'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약 11% 도수의 이 칵테일은 적당히 새콤달콤한 맛이 있어 식욕을 돋우는데 그만입니다. 리조토에 이탈리아 치즈를 섞어 튀긴 ‘아란치니’, 송아지 고기 샐러드, 이탈리아식 미트볼 등 이태리재에서 파는 치케티 한 접시와도 잘 어울리죠. 전채와 메인 요리, 디저트로 이어지는 식상한 레스토랑 코스가 지겹다면 오늘 저녁에는 치케티 한 접시에 아페롤 한 잔 하러 종로로 행선지를 잡는 건 어떨까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모던한 외관과 조선왕조 때 종친부 한옥이 어우러진 언저리 풍경이 아주 운치 있답니다.

강남통신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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