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옥을 개조한 외식공간을 취재하면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뒤쪽, 작은 골목에 숨어 있는 소격동 ‘이태리재’라는 식당을 알게 됐습니다. 이태리재는 베네치아를 여행하던 중 현지에서 파는 치케티 매력에 홀딱 반한 전일찬 셰프의 식당입니다. 개조하는데 무려 6개월이나 걸린 이 공간에는 금색 바와 초록색 대문, 레이스를 씌운 갓이 있어 여기가 종로인지 베네치아인지 구분이 잘 안 가는 독특한 분위깁니다.
취재 후에도 밥 먹으러 다시 가보고 싶어지는 집이 있는데, 이태리재가 그랬습니다. 어제 저녁 대학 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예약 없이 이 집 대문을 두드렸지요. 식당은 초저녁인데도 손님으로 꽉 찼고 식탁에는 와인 대신 오렌지 색 음료가 담긴 술잔이 눈에 띄었습니다.

셰프가 이탈리아 전역에서 즐겨 먹는 식전주라고 소개한 이 술은 쌉싸름한 오렌지향이 나는 이탈리아 리큐르 아페롤(Aperol)을 칵테일처럼 만든 이탈리아 ‘국민 음료’ 입니다. 커다란 와인 잔에 얼음을 채운 뒤 아페롤과 이탈리아의 드라이한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Prosecco)를 붓습니다. 여기에 올리브 하나를 띄우면 마녀가 금요일 밤 취하라고 권하는 묘약처럼 오묘한 오렌지색 칵테일이 완성됩니다. 동행한 친구는 '고급스러운 환타 맛'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약 11% 도수의 이 칵테일은 적당히 새콤달콤한 맛이 있어 식욕을 돋우는데 그만입니다. 리조토에 이탈리아 치즈를 섞어 튀긴 ‘아란치니’, 송아지 고기 샐러드, 이탈리아식 미트볼 등 이태리재에서 파는 치케티 한 접시와도 잘 어울리죠. 전채와 메인 요리, 디저트로 이어지는 식상한 레스토랑 코스가 지겹다면 오늘 저녁에는 치케티 한 접시에 아페롤 한 잔 하러 종로로 행선지를 잡는 건 어떨까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모던한 외관과 조선왕조 때 종친부 한옥이 어우러진 언저리 풍경이 아주 운치 있답니다.
강남통신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이영지 기자의 '술맛 나는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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