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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호하는 삽살개 “삼도수군통제영 제가 지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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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지킴이 삽살개 ‘희망이’가 통영시 문화동 삼도수군통제영 앞에 앉아 있다. [사진 통영시]


제 고향은 경북 경산시입니다. 사람들은 제가 귀신이나 액운(살)을 쫓는다(삽)며 삽살개라 부릅니다. 진돗개와 마찬가지로 토종입니다. 머리 부분의 긴 털이 눈을 덮고 있는 것이 특징이죠. 큰 머리가 사자와 닮아 ‘사자개’라 부르기도 합니다.

저는 최근 경남 통영에 왔습니다. 조선시대 경상·전라·충청도 수군 총사령부였던 삼도수군통제영과 이곳을 찾은 관료가 머문 객사였던 국보 305호 ‘세병관’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천연기념물 제368호여서 문화재가 문화재를 지키는 셈이 됐죠.

문화재청과 한국삽살개재단(경산시 와촌면)은 2014년부터 저 같은 삽살개를 문화재지킴이로 파견 중입니다. 2008년 2월 서울 숭례문이 불타는 등 문화재 소실과 도난이 잦자 방호를 위해 취해진 조치입니다.

현재 강원도 낙산사와 경남 창녕군 관룡사 등 전국 11곳의 사찰 등에 18마리가 있습니다. 이들이 1기 ‘문화재지킴이 견(이하 지킴이견)’입니다. 저는 1기 선배들의 반응이 좋아 추가배치된 2기인 셈입니다.

제 이름은 ‘희망이’(흰색). 태어난 지 4년 된 수컷입니다. 사람의 30대에 해당돼 젊고 건강한 편입니다. 전국에는 삽살개 3500~4000마리가 있죠. 그 가운데 400마리 정도가 재단에서 태어나 길러집니다. 재단은 어릴 때부터 관찰해 자질이 우수한 삽살개를 문화재지킴이 예비견으로 뽑는데, 저도 예비견 10마리 중 한 마리였습니다.

전 1년여간 앉아·엎드려·기다려 같은 복종훈련을 받았습니다. 도둑이나 방화범이 몰래 담을 넘거나 모르는 사람이 ‘쉿’하며 다가오면 오히려 더 크게 짖는 상황훈련도 받았죠.

현장에 투입된 뒤에는 사찰 등에서 주인과의 유대관계 훈련도 받습니다. 삽살개는 희고 누른색, 달빛 아래에서 청색으로 보이는 검은색(청삽살개)이 있고, 성격도 사납거나 온순한 것까지 다양합니다. 주인 취향이나 문화재 성격에 맞춰 배치할 수 있죠.

제 선배 중 관룡사의 ‘청산이(7년생·검은색)’와 ‘백산이(4년생·흰색)’는 현장에 잘 적응한 대표적 지킴이 견입니다. 통일신라시대 8대 사찰의 하나인 관룡사에는 대웅전(보물 제212호)·약사전(보물 제146호)이 있는데, 두 선배는 관광객과 잘 어울리고 문화재 방호활동을 잘해 이미 ‘관룡사 지킴이’로 소문나 있어요.

지난 2월에는 인천 강화도 정수사에 배치된 선배 ‘태백이(4년생·흰색)’가 마니산 정상에 불이 나자 재빨리 짖어 피해를 막기도 했어요. 사찰 등에는 멧돼지도 자주 출몰해 저희 역할이 큽니다. 이원희 정수사 사무장이 “지킴이 견은 교육이 잘 돼 있어 화재나 외부침입 같은 돌발 상황에 잘 대응한다”고 말할 정도죠.

그래서일까. 선배들의 명예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세병관의 명물역할도 해야 해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온순한 성격을 활용해 사람과 잘 지내고 예민한 후각·청각으로 방호활동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 한국삽살개재단과 통영시, 인천 강화도 정수사 등을 취재한 것을 토대로 의인화 한 희망이의 시점으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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