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40분 내려가 도착한 땅속 557m, 웃음 잃은 도계탄광 막장

기사 이미지

오전 9시에 입갱해 7시간 이상 탄을 캔 뒤 밖으로 나와 샤워장으로 향하는 광부들. [사진 박진호 기자]


지난 9일 오후 4시30분 강원 삼척시 도계읍 상덕리 동덕갱구 앞. 온몸이 검은 탄 가루로 뒤덮인 광부들이 인차(막장으로 이동할 때 타는 차)에 몸을 싣고 터널 밖으로 나왔다. 오전 9시 갱도에 들어가 7시간 이상 좁은 막장에서 고된 노동을 해서인지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각자 자신의 허리와 어깨를 두드렸다. 정부의 대한석탄공사 구조조정 추진 소식이 전해진 이후 광부들의 얼굴에서 웃음은 사라졌다.

이곳에서 33년간 일한 전인규(57)씨는 “과거엔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한 산업전사라고 치켜세웠는데, 이제와 경제논리만 따져 구조조정 하겠다니 허탈할 뿐”이라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지하 557m 막장으로 내려가는 인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광부들. [사진 박진호 기자]


기자는 광부들의 일과를 직접 보기 위해 인차에 올랐다. 2교대 근무조 가운데 오후 5시에 갱도로 들어가는 이른바 ‘을방’을 따라갔다. 높이 2.7m, 폭 3.3m의 터널 속으로 40여 분 달려 막장에 도착했다. 중간에 인차를 2번이나 갈아탔다. 이동 거리만 3697m, 지상에서 직선거리로 557m이다. 동해 바다 해수면보다 200m 아래다.

작업 공간은 가로·세로 1.5m의 작은 굴이다. 탄을 나르는 기계음 때문에 옆 사람과 대화는 불가능했다. 굴 안은 탄가루 때문에 동료의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한마디로 암흑이었다.
 
기사 이미지

막장에서 도구를 점검하는 광부들. [사진 박진호 기자]


막장 내부 온도는 30도가 넘었다. 습도는 80%에 달해 10여 분 만에 작업복이 온통 땀으로 젖었다. 숨을 쉴 때마다 마스크 틈으로 스며들어오는 탄가루는 호흡조차 힘들게 했다. 이런 데도 광부들은 하루 작업 목표량인 10t을 채우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이기황(54)씨는 “막장 안 높은 온도 때문에 광부들은 갈아입을 작업복을 두 벌 더 챙겨 간다”며 “탈진을 막기 위해 소금을 꼭 챙겨 먹는다”고 말했다.

탄광 밖에서도 구조조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14일 정부가 대한석탄공사에 대한 ‘연차별 감산 및 단계적 정원 감축’정책을 발표하자 도계읍 주민들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도계읍은 과거 석탄공사 구조조정 여파로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도계읍 인구는 1980년대만 해도 5만 명이 넘었다. 하지만 정부가 1987년 석탄산업 구조조정을 선언하면서 일부 갱구가 폐쇄됐고, 일자리를 잃은 광부들은 지역을 떠났다. 현재 도계읍 인구는 1만2000여 명으로 줄었다.

1990년 영월·나전·성주광업소 등 전국 대부분의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다른 탄광촌도 황폐화됐다. 광부 김진호(48)씨는 “평생 몸으로 먹고 살아왔는데, 이 나이에 직업을 잃으면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전우열(59) 삼척시 도계읍번영회장은 “대체산업 육성과 채용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구조조정만 하면 지역 경제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상경투쟁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