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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직선제냐 염화미소냐…‘백년대계’ 안 보이는 총무원장 선출방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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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단이 사부대중 대중공사에서 새로운 총무원장 선출 제도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조계종]


대한불교 조계종이 총무원장 선출 제도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비구와 비구니가 직접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직선제냐, 아니면 706명의 선거인단이 총무원장 후보 3명을 선출하고 종정(宗正·조계종의 최고 정신적 지도자)이 그중 1명을 추첨으로 뽑는 염화미소법이냐를 놓고 내부 공방이 한창이다. 20일부터 닷새간 열리는 중앙종회는 이 문제를 집중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렇게 치열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정작 ‘탄탄한 큰 그림’은 보이지 않는다. 총무원장 선출 제도는 종단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출가자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미래의 조계종’을 어떻게 꾸릴 지와도 직결된다.

뿐만 아니다. 현재 조계종의 출가자 수는 총 1만3000여 명. 그중 비구가 7000명, 비구니가 6000명이다. 비구니 출가율은 갈수록 뚝뚝 떨어진다. ‘미래의 조계종’에서 비구니 스님의 권익과 에너지를 어떻게 보장하고 포진할 것인가는 종단의 경쟁력에 절대 변수로 작용한다. 새로운 총무원장 선출제도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두터운 논의와 폭넓은 공감대를 포괄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현재 논의는 ‘급조’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종단의 백년지대계라기보다 내년 10월에 있을 총무원장 선거에 대한 ‘단타적 대응’의 측면이 강하다. 직선제 측에서도 ‘직선제의 구체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내부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비구와 비구니에게 동수(同數)의 투표권을 줄 건가’ ‘모든 출가자에게 투표권을 줄 건가, 아니면 승랍 20년 혹은 30년 이상된 스님에게만 줄 건가’ 등 쟁점 사안에 대해 도출된 ‘공통 분모’도 없다.

염화미소법도 어정쩡하긴 마찬가지다. 종정은 조계종단을 상징하는 최고 지도자다. 선거인단이 뽑은 3명의 후보가 올라오고, 종정이 눈을 가린 채 번호표가 담긴 통에다 손을 넣어 ‘뽑기’ 방식으로 차기 총무원장을 추첨한다는 설정 자체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종단 구성원들도 “스스로 조계종의 위상을 깎아내린다. 자기 발등을 찍는 방식이다” “종단의 정신적 지도자인 종정마저 종단 정치판으로 깊숙이 끌어들이는 역효과가 예상된다. 종정의 권위를 스스로 희화화하는 제도”라는 지적이 상당수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주 중앙종회가 ‘직선제’와 ‘염화미소법’ 중 하나의 선출 제도를 결정짓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 지금 조계종단에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 오히려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지속가능한’ 총무원장 선거제도의 마련이 아닐까. ‘직선제 또는 염화미소법’의 양자 택일이 아니라 종교의 최고 지도자를 뽑는데 과연 세속의 표 대결 선거 제도가 최선일까하는 ‘첫 단추’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기존 선거 제도의 폐단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 직선제라 하지만, 선거 때마다 앓게 될 ‘종단의 몸살’을 더 깊이 내다봐야 한다.

가톨릭의 콘클라베(교황 선출 방식)나 원불교 수위단(최고의결 기구)에 의한 종법사(최고 지도자) 선출 등 이웃종교의 선출 제도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승가의 전통은 모든 대중의 참여에 의한 합의 추대다. 조계종단은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고귀한 전통에 근접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조계종, 앞으로 100년이 걸린 문제인데 말이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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