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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호텔에서 한땀한땀…뜨개질 휴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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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용산 끌림니트디자인학원에서 니트 디자이너인 카를로스 사크리손(왼쪽)과 아르네 네르요르데가 수강생들이 만든 인형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손뜨개 인형만 봐도 어느 나라 사람들이 만든 것인지 대략 알 수 있어요. 영국인들은 오른손으로 실을 잡는 반면 독일인들은 왼손으로 잡죠. 아시아인들의 작품은 마감이 매우 꼼꼼하게 이루어져 있어요. 한국분들은 훨씬 더 섬세한 것 같고요.”

15일 서울 용산에서 열린 팬미팅 행사에 참여한 니트 디자이너 듀오 아르네 네르요르데(53·노르웨이)와 카를로스 사크리손(46·스웨덴)은 첫 한국 방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유럽·미국·일본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한국식으로 재해석된 인형들이 신기한 듯 했다. 이들은 15일 개막해 19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에 초청돼 방한했다.

‘아르네 앤 카를로스’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지난 겨울 부터다. 손뜨개 팬들 사이에서 영어·일본어 서적이 꾸준히 팔려나가자 출판사 책읽는수요일이 『노르웨지안 손뜨개』를 시작으로 6권의 시리즈물을 내놓은 것이다. 책에는 패턴 디자인과 뜨개질 방법도 나와있지만, 자연친화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는 북유럽식 라이프 스타일이 더 큰 관심을 모았다.

기초 자료를 수집하고 초반 패턴을 설계하는 아르네는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정원을 꼽았다. “1999년 발데르스(노르웨이) 지역에 버려진 기차역을 발견한 건 행운이었어요. 오슬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저렴했고 아틀리에를 꾸미기에 매우 적합한 공간이었죠. 기차 플랫폼은 온통 잿빛으로 우중충했기 때문에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는데, 도리어 큰 도움이 되었어요. 만발한 꽃들이나 함께 노는 벌을 보고 있노라면 새로운 패턴이 떠오르거든요.”

카를로스는 자연스레 정원과 뜨개질의 상관관계로 말을 이었다. “겨울이 길고 추운 북유럽에서 뜨개질은 매우 일상적인 취미죠. 현재 손뜨개는 세계적인 트렌드 중 하나예요. 멀리 휴가를 떠나기보다 근교의 멋진 호텔에 머물며 뜨개질을 하고 재충전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죠. 정원을 가꾸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사람들은 지나치게 디지털화된 세상에 지쳐 있습니다. 직접 촉감을 느끼고 손을 움직여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게 된 거죠.”

이런 분위기는 이들의 작업 스타일에 또 한 번의 전기를 마련했다. 2010년 “패스트 패션은 유행에 뒤떨어져 있다. 보다 가치로운 일을 하고 싶다”며 기성제품 생산을 중단한 이들은 오는 8월 독일 샤헨마이르(Schachenmayr)사와 협업해 남성·여성·아동 컬렉션을 론칭할 예정이다. 도안과 실이 담긴 키트를 사서 직접 만드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손뜨개가 아닌 『나만의 아이디어를 만드는 법(Make Your Own Idea)』을 출간한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최근 페이퍼를 활용한 아트북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거기에 우리 아이디어를 덧붙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완성품을 만드는데 의의를 두기보다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길 바랍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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