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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편의점과 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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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퇴근길에 종종 집 근처 편의점을 찾는다. 맞벌이 부부다 보니 밥솥은 텅 비어 있고, 녹초가 된 몸으로 밥을 해먹기엔 엄두가 안 나서다. 편의점에 들어서면 자연스레 라면과 삼각김밥, 햄버거로 손이 간다. 복학생 시절인 8년 전 자취를 했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나 혼자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항상 20대 대학생, 30대 직장인 등이 편의점 자리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3만 곳이 넘는 편의점 수만큼이나 이곳 음식은 젊은 층에게 일상이 됐다. 배문경 충북대 교수에 따르면 주 2회 이상 편의점 식품으로 끼니를 때운다는 대학생은 절반을 넘었다(52.2%). 하지만 맛 때문에 편의점 식품을 먹진 않았다.

대부분 쉽게 살 수 있고 시간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돈 없고 집밥과 거리가 먼 자취생들이 단골이다. 혼자 원룸에 살고 있는 친구는 “편의점 식품이 몸에 안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래도 혼자서 5000원, 1만원짜리 밥을 먹긴 부담스러우니 선택지는 편의점뿐”이라고 말했다.

직장에 나간다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맛을 음미할 여유도 없이 허겁지겁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한 취업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실제로 점심을 먹는 시간은 20분 미만이 53.2%였다. 빡빡한 점심시간 규정과 쌓여 있는 업무 속에 부랴부랴 식당 문을 나서는 셈이다. 그마저도 평균 6000~7000원인 점심값을 줄여보려고 싼 곳을 찾아다니기 일쑤다. 회사원 친구는 “바쁘면 샌드위치나 김밥으로 때우는 경우도 많다. 아침은 굶고 점심을 부실하게 먹으니 도리어 저녁·야식을 많이 먹게 된다”고 푸념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라는 말을 농담처럼 나누던 시절은 흘러가고 오직 생존을 위해 먹는 세상이 된 걸까. 천천히 밥알을 꼭꼭 씹어 가며 점심을 먹거나, 집에서 손수 만든 반찬과 국으로 저녁을 해결하는 건 ‘로망’이 된 지 오래다. 1식4찬을 갖춘 1000원짜리 대학교 학생식당 밥, 영양소를 다 갖췄다는 편의점 웰빙 도시락이 그나마 대안이 될 뿐이다. 값싼 편의점 식품에, 짧은 점심시간에 시달리는 20~30대는 갈수록 늘어 간다.

지난달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사고를 당한 19세 김씨도 마찬가지다. 고교생 티를 막 벗은 그의 가방 속 사진이 공개되자 모두의 시선은 같은 곳에 머물렀다. 손때 묻은 공구들 사이의 사발면과 나무젓가락, 그리고 쇠숟가락. 특히 컵라면과 숟가락은 비정규직 청년의 아픔을 대변하는 상징이 됐다. 정해진 수리 시간을 맞추기 바쁘지만 어떻게든 밥 한 숟갈 뜨고 싶었을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문득 김군과 함께 스크린도어 정비업체에 입사했다는 또래 비정규직 직원 16명의 가방 속도 궁금해졌다. 여러분은 식사하셨습니까.

정 종 훈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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