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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리 칼럼] 영국은 소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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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보수당 총리가 연임에 도전하며 내걸었던 선거 공약대로 영국 국민들은 자국의 유럽연합(EU) 잔류 여부에 대한 찬반 의견을 오는 23일 국민투표를 통해 표명하게 된다. 이 투표 결과는 영국의 미래는 물론 유럽 전체의 미래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영국 국민들이 총리 의견에 맞서 EU 탈퇴를 표명하면 세계 최강의 경제력을 보유한 EU는 두 번째 경제 강국의 지위를 당사국의 자발적인 탈퇴로 잃고 만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비록 영국의 EU 탈퇴 쪽으로 점점 더 기우는 추세라고 하지만 나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여전히 비관적이다. 자멸할 생각이라면 모를까. 그런데 이 가능성을 아예 제쳐둘 수만도 없는 이유가 있다. 스스로 소멸을 선언하고 사라지는 길을 택한 소비에트 연방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투표를 통해 표명하는 것은 현안에 대한 답이 아니다. 기표소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이 표명하는 것은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 대한 의견이라는 것도 당연히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캐머런의 인기는 소속 당의 상황과 다름없이 수직 낙하하고 있다.

그러니 불확실한 여론조사와 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설왕설래에 동요해서는 안 된다.  이 논란은 네덜란드나 프랑스처럼 EU에 대한 선호가 불확실한 국가들에서 결과를 알기 어려운 찬반 국민투표를 야기할 수 있다. EU 가입 결정을 번복해서는 안 될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이번 영국의 국민투표 사례와 더불어 EU 잔류 혹은 탈퇴와 관련해 우리가 정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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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국의 저 시나리오가 가능하리라는 생각은 털끝만큼도 하지 않는다. 경제적·정치적으로 합당한 논거들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해도 브렉시트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 런던에 실제적인 치명상을 입힐 것이며, 영국에 근거지를 둔 기업들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되고도 남을 것이다. 이 결말에 이르면 영국에서 성공한 상당수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프랑크푸르트나 파리로 활동 무대를 옮길 것이다.

브렉시트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영국의 종말을 확언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는 EU 탈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스코틀랜드는 자신들의 자주(自主)와 관련, EU 재가입을 위해 지체하지 않고 국민투표를 조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를 위한 절차 진행이 6개월을 초과하지 않도록 EU 차원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태다. 웨일스인들도 자신들의 독자적인 의회를 통해 이에 대비하고 있다. 아일랜드인들에게도 분리된 섬을 통합하기에 이보다 좋은 기회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 같은 정치적 자살을 여왕이나 그의 국민들 중 누가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이들이 대다수인 스코틀랜드에서는 영국에 대한 유감이 크다. 마찬가지로 많은 영국인이 석유 자원은 고갈되고 지원의 필요성은 증대되는 스코틀랜드를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양국의 서로에 대한 반감과 무시의 감정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이는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 ‘아웃랜더스(Outlanders)’에 놀랍도록 잘 그려져 있다. 게다가 정체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경이 출현하거나, 그랬던 시절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균열은 세계의 분열, 세계화에 대한 반격이라는 역사의 한 조류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영국이 소련과 같은 길을 갈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소련의 정치 프로젝트는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독재 70년이 지나도록 ‘호모 소비에티쿠스(homo sovieticus)’ 창출에는 실패했고 소련 사람들은 그 프로젝트를 증오했다. 연방 내부의 오래된 민족 문제는 소련의 붕괴를 가속화했다.

그러나 보라. 영국은 소련과는 다르다. 파키스탄계 무슬림 노동당 출신 런던 시장이 선출된 것은 영국 사회를 지배하는 힘이 여전히 놀라운 관용의 정신에 있다는 사실에 또 하나의 증거를 보태고 있다.

이 논거는 미디어가 개표 끝까지 끌고 갈 공포와 긴박감에 종지부를 찍기에도 충분할 것이다. 내가 틀린다면, 그것은 또 한 번 위대한 국민들이 작정하고 자멸을 택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유럽인들에게는 너무나도 슬픈 뉴스가 될 것이다. 연합 내부의 모든 협상에서 불편하기 짝이 없었던 파트너로부터 마침내 벗어났다는 사실에 잠깐은 기꺼워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들도 결국에는 브렉시트가 EU의 종말을 알리는 서막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연합이 과연 한 국가가 스스로 사라져 없어져버리는 길을 선택하면서라도 떠나고 싶어 할 정도로, 그렇게나 형편없이 민심을 잃어버린 것일지 자못 궁금하다.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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