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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원시림 품은 맑은 계곡 발 담그니 절로 냉찜질

| 방태산 아침가리 계곡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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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가리 트레킹은 계곡물을 좌우로 수십 번 넘나들어야 한다. 머리카락이 쭈뼛할 정도로 물이 차갑다.


 삼둔사가리 중 사가리는 방태산(1444m) 북쪽 자락,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있다. 가리는 아늑한 계곡 지형이어서 걷기에 좋다. 가리를 걷는다는 것은 계곡 트레킹을 말한다. 사가리 중에서 아침가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계곡 트레킹 명소로 알려져 있다. 아침가리는 방태산 계곡 중에서도 물이 가장 풍부하다. 볕이 거의 들지 않는 울창한 천연림도 품고 있다. 계곡을 따라 트레킹을 하면 물을 수십 번 좌우로 넘나든다. 하여 흠뻑 젖을 각오를 하고 걸어야 한다. 한여름에는 등산을 하러 왔다가 물놀이를 즐기고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 적가리, 연가리, 명지가리도 하나같이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 산골

아침가리는 아침에 밭을 가는 계곡이라는 뜻이란다. ‘조경동(朝耕洞)’이라고도 한다. 아침에만 볕이 드는 좁은 땅에 밭을 일구고 살았다는 서글픈 의미가 얹혀져 있다. ‘가리’의 어원이 ‘밭을 갈다’란 설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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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동골 초입의 방동약수터.


아침가리 트레킹 코스는 여러 개다. 아침가리골 서쪽의 방동골로 들어서서 산 중턱까지 갔다가 조경동교에서 아침가리 계곡을 따라 진동마을 방향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약 11㎞를 걷는다. 방태산 남동쪽 월둔 쪽에서 진입해 조경동교를 거쳐 진동마을로 가는 험한 코스도 있다. 약 22㎞ 거리다.  week&은 일반적인 코스를 걸었다.

낮 최고 기온이 30도에 달한 이달 초순 방동골 초입에 있는 방동약수터로 향했다. 약수부터 한 사발 들이켰다. 철분과 탄산 함량이 높아 쇠비릿내가 감돌고 톡 쏘는 맛이 났다. 임도를 따라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었다. 숨을 헐떡대며 1시간 남짓 걸으니 방동고개(900m)에 닿았다. 안내초소에서 숨을 고른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아름드리 참나무와 소나무 우거진 흙길은 그늘이 시원해 찬찬히 걷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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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가리의 촌로가 삶은 곰취를 말리는 모습.


출발 2시간 만에 조경동교에 도착했다. 다리 옆에서 촌로가 삶은 곰취를 말리고 있었다. 방송에도 제법 등장한 사재봉(70)씨다. 강원도 원주에 살던 그가 아침가리에 살게 된 데는 기구한 사연이 있었다.

“췌장암에 걸린 아내 때문에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이곳까지 왔지요. 버섯·약초·산삼 등 돈 되는 건 죄 캐다 팔았어요. 그리 살다 보니 아내 병도 나았고요. 어느새 40년이 흘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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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동에 있는 방동초등학교 조경 분교. 67년 문을 닫았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조경동에는 현재 사씨를 포함해 2가구가 살고 있다. 1960년대 말 정부가 화전을 정리하기 전에는 약 50가구가 살았단다. 지금도 곳곳에 집터가 남아 있다. 깊은 산골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른 밭도 군데군데 있다.

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산골에 때아닌 소란이 빚어지고 있었다. A그룹 오너 일가가 2011년부터 조경동의 노른자위 땅 2만여㎡를 사들이면서이다. 조경동 주민은 하루아침에 쫓겨날 위기에 처했고, 아침가리를 사랑하는 등산객은 천혜의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한다.



물속을 걷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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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계곡물과 원시림을 벗삼아 걷는 아침가리 계곡.


 사재봉씨 집 바로 옆에 있는 안내판을 따라 아침가리 계곡에 접어들었다. 처음 30분은 계곡을 옆에 끼고 돌길을 걸었다. 나무가 가지런히 서 있는 오솔길이 아니라 온갖 수종이 어지럽게 섞인 숲, 그러니까 천연림을 누비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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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등산의 피로가 싹 가신다.


  30분 이후부터는 징검다리를 밟으며 수시로 계곡을 넘나들었다. 국내 최고의 계곡 트레킹 코스라고 해서 내내 물 속을 걸을 줄 알았는데 아직 큰 비가 내리지 않아서인지 수위가 높지 않았다. 구태여 아쿠아트레킹화로 갈아 신을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이끼 낀 바위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무릎 높이까지 찰랑거리는 계곡물이 너무 차가워 몸서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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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계곡물 수위가 높지 않지만 무릎까지 물이 차는 곳도 있다.


이왕 버린 몸, 징검다리를 딛지 않고 물 속을 걸으니 도리어 걷기에 편했다. 계속된 산행으로 발에서 후끈후끈 열이 났는데 시원한 계곡물이 천연 냉찜질을 해줬다. 약 1시간30분을 더 걸으니 5m 높이의 폭포가 나타났다. 주민들은 ‘작은폭포’라 부른다는데, 아침가리에 이보다 큰 폭포가 있는 건 아니었다. 폭포 옆 너럭바위에서 간식을 먹으며 잠시 숨을 골랐다.

 계곡 트레킹의 또 다른 재미는 야생화와 온갖 희귀한 식생을 보는 것이었다. 계곡을 걷는 내내 발치에는 매발톱꽃, 허리춤에는 국수나무꽃, 머리 위에는 함박꽃이 따라다녔다. 이파리가 하얀 개다래나무, 이름처럼 독특하게 생긴 풀 도깨비부채도 봤다. 계곡물은 워낙 맑아서 쉬리·갈견이 등 토종 민물고기가 유영하는 모습이 또렷했다. 이따금 팔뚝만한 열목어도 보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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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을 좌우로 스무 번쯤 넘나들고 다리가 후들거릴 즈음 진동마을에 다다랐다. 아침가리 트레킹의 종착지다. 조경동교에서 3시간 여, 방동약수에서 출발한 시간까지 합하니 6시간 이상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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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가리 계곡에 방태산 자연휴양림이 들어서 있다. 휴양림 최고의 절경 이단폭포.


계곡 트레킹 코스는 아침가리가 유명하지만 나머지 가리 세 곳도 찾는 사람이 제법 있다. 적가리는 방태산 자연휴양림을 거느린 계곡이다. 방동약수를 들른 김에 휴양림만 둘러보고 가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휴양림 안쪽에 있는 이단폭포는 적가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진 촬영 장소다. 연가리는 백두대간 구룡령과 이어지는 계곡으로 폭포와 소(沼)가 많다. 명지가리는 조경동교에서 방태산 남서쪽 월둔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계곡이다. 명지가리에도 약수가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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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서울시청에서 방동약수까지는 187㎞, 자동차로 약 2시간 30분 걸린다. 아침가리 계곡 트레킹을 하려면, 등산화 여벌과 스틱을 챙겨가는 게 좋다. 슬리퍼나 샌들은 위험하다. 방동약수~조경동교~명지가리~월둔 코스는 산림청에서 조성한 백두대간 트레일이다. 하루 100명씩 예약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다.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홈페이지(komount.kr)에서 예약할 수 있다. 아침가리 트레킹은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 숙소는 방태산자연휴양림(huyang.go.kr), 진동마을 농촌체험학교(jindongri.com)를 추천한다. 객실도 많고 깔끔하다. 033-460-2082. 식당은 막국수(6000원)와 편육(1만5000원)이 맛있는 방동막국수(033-461-0419), 구수한 두부전골(8000원)을 내는 고향집(033-461-7391)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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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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