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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 김성룡의 사각사각] 옥상 위 일광욕…장소,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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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숲 속에서 훈도시(일본 남성의 전통 속옷)만 입은 반라의 남자가 얼굴에 피로 칠갑을 하며 고라니를 날로 뜯어먹는, 영화 ‘곡성’의 첫 장면은 가위 충격이었습니다. 의외의 장소에 등장한 의외의 인물이 벌이는 의외의 행동은 15년 전 서울의 한 건물 옥상에서 맞닥뜨렸던 그 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날 서울의 하늘은 혼란스러웠습니다. 쨍한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비를 뿌리고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파란 하늘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한 장의 사진 속에 시커먼 먹구름과 푸른 하늘을 담기 위해 주변의 높은 건물로 올라갔습니다. 사진을 찍은 뒤 건물에서 내려오려는데 옆 건물 옥상이 보였습니다. 거기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하는 한 여성을 발견했습니다. 해변이나 수영장이 아닌 상가건물의 옥상이라는 ‘의외의 장소’, 비키니 차림을 한 ‘의외의 인물’, 해도 그리 쨍하지 않고 물기도 마르지 않은 바닥에서 일광욕을 하는 ‘의외의 행동’에 짜릿한 전율을 느끼며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상에서 흔치 않게 일어나는 일을 가리켜 ‘영화 같다’는 표현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의 상상력보다 늘 한걸음 앞서 간다는 걸 그때 그 옥상 위에서 깨달았습니다.

#추신-사진 찍은 장소를 궁금해 하시는 분께 전합니다. “그것이 뭣이 중헌디?”


김성룡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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