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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주민자치위원 남진우씨, 농촌 어르신들에게 춤·요리 재미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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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가 는 경기도 포천 ‘송정마을’ 남진우 사무국장.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모내기 끝내고 조금 한가한 때라 많이 모이셨어요. 오후에 ‘난타’ 강습이 있어 준비도 해야 하고.”

13일 오전, 경기도 포천군 군내면 상성북1리 마을회관에 들어서자 20여 명의 할머니·할아버지가 기자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한쪽에서는 밭에서 막 뽑아 온 나물을 다듬고, 다른 한쪽에서는 꽹과리며 북 등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 마을 홍사학(64) 이장의 부인이자 주민자치위원으로 마을 살림을 도맡고 있는 남진우(59)씨가 “어르신들 음식 솜씨가 아주 좋다. 꼭 점심 먹고 가라”며 웃었다.

‘송정마을’로도 불리는 상성북1리는 주민 280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68명 에 달한다. 나머지 주민도 50대 이상이 대부분이고, 마을 전체에 초등학생은 딱 두 명이다. 전형적인 노인 중심의 시골 마을이지만 조용할 틈이 없다. 매주 이틀씩 난타나 실버댄스를 배우는 노인들의 기합 소리가 울려 퍼지고, 연말과 정월대보름에는 인근 유치원생들이 찾아와 할머니·할아버지와 전통놀이를 즐긴다. 함께 수확한 콩으로 메주를 쑤고, 된장을 담가 이웃들과 나눈다.

경기도 의정부에 살던 남씨가 남편의 고향인 포천 송정마을로 귀농한 것은 20여 년 전. 남편이 마을 총무를 맡으면서 남씨도 마을회관을 종종 찾았다. 당시만 해도 지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할아버지 몇 분이 휑한 방에서 TV를 보거나 고스톱을 치고 계셨어요. 2층에 탁구대가 있었는데 먼지가 뽀얗더라고요.”

어르신들 탁구 상대도 해 드리고, 식사도 준비해 대접하면서 마을 노인들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커졌다. 화투 말고는 특별한 놀이법을 모르는 노인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다.

마침 2013년 포천시가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되면서 상성북1리도 80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어르신들과 의논해 실버댄스와 실버미술, 건강요리 등의 강좌를 마련했다. “처음엔 ‘다 늙어서 뭘 배우느냐’는 의견도 많았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니 다들 눈빛이 초롱초롱해지시더라고요.”

2014년엔 며칠 밤을 새워 계획서를 준비한 끝에 농촌진흥청과 포천시가 지원하는 ‘농촌건강 장수마을’에 선정됐다. 농촌건강 장수마을은 농촌 고령자의 질적 생활기반 향상을 위해 노인들의 건강 관리 및 학습, 사회활동 등을 지원하는 사업. 남씨는 장수마을 사무국장을 맡아 예산 관리 및 프로그램 기획과 진행을 책임지고 있다.

동네 노인들은 이제 점심 전에 모여 밥을 먹고 강습에 참여하거나, 회관에 설치된 운동기구나 안마기로 건강 관리를 한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남자 어르신들이 요리 솜씨를 발휘해 평생 부엌일에 지친 할머니들을 대접하기도 한다.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있는 남씨 역시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농사일을 끝낸 후 마을회관을 찾는다. “집안일밖에 모르는 주부였지만 봉사를 하면서 삶이 달라졌다”는 그는 “특히 어르신들이 ‘하루하루가 즐거워졌다’고 말할 때 힘이 난다. 더 많이 공부해 농촌의 새로운 노인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포천=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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